하반기 경영전략회의서 현장중심주의와 솔선수범 강조

실적 개선시켜 리딩 탈환 위해 강한 이미지 선택 풀이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옆집 삼촌’이 ‘불도저’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국내 경기의 지속적인 침체 및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은행들의 영업환경이 악화되자 은행장들이 입을 모아 하반기 경영전략으로 ‘현장영업 강화’를 들고 나섰다.
이 가운데 ‘옆집 삼촌’ 같은 편안한 이미지의 조용병 신한은행장이 불도저와 싸움닭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조지 패튼의 리더십을 들고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조용병 신한은행장은 지난 주말 용인 연수원에서 열린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2차 세계대전 당시 전투의 선봉에 서서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해 전쟁을 승리로 이끈 패튼 장군처럼 기본과 원칙을 지키고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통해 조직 전체가 한 마음으로 목표를 향해 달려갈 수 있게 하자”고 주문했다.

보다 적극적인 현장 영업 환경을 조성해 은행의 영업 실적을 다소나마 개선시키기 위해서 1000여명의 임직원들에게 조 행장의 강한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실제 신한금융그룹은 올 상반기까지 포함해 6년 연속 상반기 당기순이익 1조원을 돌파하는 등 어두운 경기전망 하에서도 호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은행은 지난해 동기 대비 6.1% 감소한 7903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했다. 따라서 그룹 전체의 순익을 은행이 추동하고는 있지만 비은행 계열의 높은 성장을 깎아먹는 이미지여서 불편한 기색을 감출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하반기 영업을 독려하여 그룹 전체를 견인하는 모습을 만들기 위해 강력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 조지 패튼의 리더십
‘조지 패튼’의 리더십의 핵심은 솔선수범과 현장중심주의다.

패튼 장군을 기억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1971년 국내에 개봉됐던 <패튼 대전차군단>에서 보여주었던 조지 C. 스콧이 연기한 조지 패튼일 것이다.

이 영화 속에서 패튼은 미군 제3군을 이끌고 진격을 하다가 진흙탕이 된 십자로에서 전차와 트럭이 엉키자 직접 나서서 교통정리를 한다. 항상 선봉부대와 함께 최전방에서 직접 진두지휘를 하다 보니 당연히 생길 수밖에 없는 에피소드였다. 또한 진흙탕에 빠진 트럭을 병사들과 함께 끌어내기도 하고 길가에 멈춰선 탱크를 직접 수리하기도 하여 ‘드라이버 패튼(기사 패튼)’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한다.

욕설을 입에 달고 다녔고 싸움도 주저하지 않았던 그였지만, 현장에서 사병들과 소통하면서 자신과 함께 돌격하면 승리를 거머쥘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었던 패튼이기도 하였다. 그래서 패튼은 “리더십이란 부하들로 하여금 불가능한 일을 하게 만드는 기술”이라고 말하고 있다.

현장에서 병사들과 부딪히며 형성된 리더십관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그는 리더의 현장에서의 솔선수범을 강조한다.

“리더는 앞에서야 한다. 뒤에서 미는 지휘관은 리더가 아니라 운전수다. 물속에 뛰어들지 않고 어떻게 수영을 할 수 있겠는가? 지도 위에서 어떻게 스케이트를 배울 수 있겠는가?”

총알이 날라 다니는 최전선을 반짝이는 철모를 쓰고 시찰하는 패튼의 모습은 자신의 생각을 실천에 옮기는 과정에서 등장한 자연스러운 행동이기도 하다. 그래야만 전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고 몸을 사리지 않는 지휘관의 모습을 최전선의 병사들이 직접 보고 확인하면서 끈끈한 전우애가 형성될 수 있다고 믿는 그였다.

그래서 ‘리더가 같이 있다’는 믿음이 승리를 가져다준다는 그의 직관은 결국 그를 불패의 명장으로 기억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는 “병사들에게 절대 어떻게 하라고 말하지 말라. 무엇을 해야 하는지만 알려주면 그들은 자신들의 창의력으로 우리를 놀라게 할 것”이라고 말한다.

임무 수행 방법에 대한 매뉴얼 등의 보고서를 믿기보다는 임무가 주어지면 각각의 상황에 맞게 타개할 수 있는 부하들의 창의력을 보다 신뢰한 것이다.

# 옆집 삼촌에서 불도저로
“아무리 위대한 전략가라 할지라도 일사불란한 통신라인을 유지하지 못하면 전쟁에서 결코 승리할 수 없다”

조지 패튼의 단일한 소통체계에 대한 의견이다. 소통체계가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효과적인 의사결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패튼은 일사불란한 통신라인을 강조하고 있다.

조 행장도 이 날 회의에서 “소통을 통해 조직원들이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부서장들이 앞장서 달라”고 주문했다.

일사불란한 소통체계를 부서장이 만들어 놓으면 조직원은 혼란 없이 단일한 소통체계를 신뢰하고 자신의 업무에 몰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업무 효율성을 위해 대면보고를 고집하지 않고 이메일 등의 비대면 보고방식을 도입하는 그의 모습이나 은행장 취임 이후 가장 먼저 전국의 영업점을 순회 방문한 조 행장의 행보는 상급 지휘관이 오히려 하급 지휘관보다 시간 여유가 많다며 현장을 직접 찾는 패튼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처럼 현장과 소통을 강조하기 위해 패튼의 이미지까지 도입하는 조 행장의 모습은 더 이상 임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격의 없는 소통을 즐기던 ‘옆집 삼촌’의 부드러운 모습으로 비쳐지지 않는다.

지난 창립 기념일에 “현장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고, 효과적으로 영업을 지원하는 현장 중심 경영을 펼치겠다”고 말했던 조 행장은 그래서 취임 첫 정기인사도 현장영업을 흩뜨리지 않으면서 영업력을 강화하는 선택을 했다. 현장에 대한 그의 행보는 이제 ‘불도저’같은 이미지로 누적되고 있는 것을 확인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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