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금융신문=문혜정 기자>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각종 연금과 의료 관련 제도 손질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때로는 변화속도가 너무 빠르다 보니 정작 혜택을 누려야 할 직장인들이나 은퇴자들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눈치채고 ‘그런 게 있었어’ 되묻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나마 나중에라도 알고 신청할 수 있다면 다행이다.

올해 하반기에도 소소한 것부터 중요한 것까지 연금과 금융, 의료지원와 관련된 제도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그러면 지금부터 직장인과 은퇴자들이 알아 두면 돈 되는 또는 적어도 돈을 덜 쓸 수 있게 도와주는 변화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퇴직연금 위험자산 투자한도 70%로 확대
최근 시중금리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자산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퇴직연금 중 DC(확정기여형)와 IRP(개인형퇴직연금)는 근로자가 직접 적립금을 운용할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적립금 중 60%를 예금 등 원리금 보장자산에 운용해야 했는데 여기에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던 것은 그나마 금리가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예금금리가 1% 대로 곤두박질치면서 퇴직연금 가입자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가입자들의 불만 때문일까, 7월부터 DC와 IRP의 원리금 비보장자산에 대한 투자한도가 40%에서 70%로 확대됐다.

DC 또는 IRP 계좌 적립금이 1000만원이라고 가정할 때 기존에는 400만원까지만 주식형펀드 등 원리금 비보장 자산에 투자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700만원까지 투자할 수 있게 됐다. 낮은 정기예금 금리가 불만인 퇴직연금 가입자라면 이번 자산운용 규제 완화를 통해 자신의 퇴직연금 자산을 점검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면 좋을 것이다.

노령연금, 29일부터 감액기준과 연기방식 변경
국민연금의 재직자 노령연금 감액기준이 이달 29일부터 ‘연령기준’에서 ‘소득기준’으로 바뀌고 수급시기 연기방식도 전액연기에서 일부연기(50~90%)로 변경된다.

국민연금 가입자는 만 60세 이후 연금수급 연령에 도달하면 노령연금을 수령하게 된다.

이때 노령연금을 수령하는 사람의 소득이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평균소득(2015년 4월 기준, 204만원)보다 많으면 처음 5년 동안은 노령연금을 감액해서 지급하는데 이를 ‘재직자 노령연금’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감액방식은 소득 크기에 상관없이 일정한 비율을 감액했다. 예를 들어 61세부터 노령연금을 수령할 경우 △61세 50% △62세 40% △63세 30% △64세 20% △65세 10%씩 연금 지급액을 감액해 왔다.

이렇게 연령별로 노령연금을 감액하자 소득이 적은 사람이 소득이 많은 사람보다 상대적으로 감액 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예를 들어 A와 B 두 사람이 올해부터 노령연금으로 100만원을 받을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A는 근로소득으로 월 250만원을 벌고 B는 월 500만원을 벌 경우 각각 노령연금으로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두 사람 모두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월 204만원)보다 소득이 많기 때문에 재직자 노령연금에 해당돼 노령연금이 감액되는데 감액비율은 소득크기와 상관없이 동일하게 50%가 적용된다. A와 B 모두 노령연금으로 50만원을 수령하게 되는 셈이다.

이렇게 소득크기에 상관없이 노령연금을 동일한 비율로 감액하면 당연히 소득이 적은 쪽에서 불만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득활동에 따른 노령연금 감액방식을 ‘연령별 감액’에서 ‘소득수준별 감액’으로 변경하는 국민연금법이 29일부터 시행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노령연금 수급권자의 소득이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평균소득을 초과할 경우 100만원 단위의 5개 구간으로 나눠 5%씩 추가 감액된다. 이와 같은 방식을 앞서 A씨와 B씨에게 적용해 보면 A씨는 노령연금이 2만3000원 줄어들지만 B씨는 24만6000원이나 감액된다.

한편 노령연금 수급시기 연기신청 방식도 오는 29일부터 기존 전액연기에서 일부(50~90%)만 연기할 수 있게 변경된다.

지금까지 국민연금 가입자가 희망하면 노령연금 수급시기를 최장 5년까지 뒤로 늦출 수 있었다. 연금수령 시기를 뒤로 늦추면 연기한 매 1년당 7.2%(월 0.6%)의 연금을 더 올려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연금수령을 5년 늦추면 노령연금을 최고 36%나 더 받을 수 있었던 셈이다.

만약 61세부터 노령연금으로 월 1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수급시기를 5년 늦추면 66세 때 136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같은 혜택 때문에 소득이 많아 노령연금이 감액되는 사람들 중에는 감액보다는 연기를 택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실손보험 자기부담금 20%로 높아져
9월부터는 실손보험 자기 부담금의 비급여 부분이 10%에서 20%로 확대된다.

나이가 들수록 병원비 부담이 커지는데 이때 병원에서 발생한 의료실비를 보장해주는 보험상품으로 ‘실손의료보험’이 있다. 하지만 실손의료보험이라고 해서 병원비 전액을 보험회사가 부담해 주는 것은 아니다. 실손의료보험 가입자의 병원비를 전액 보험회사가 부담하게 되면 환자와 의료기관의 과잉진료가 만연할 수밖에 없고 이 경우 보험료가 큰 폭으로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병원비 중 일부는 보험가입자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자기부담금’이라고 한다.

병원에서 발생하는 진료비는 크게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 항목과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으로 나뉜다. 현재 실손의료보험의 자기부담금 비율은 급여·비급여 항목에 동일하게 10% 또는 20%를 적용하고 있다. 자기부담금 비율은 보험상품에 따라 차이가 나기 때문에 실손보험에 가입하기 전에 반드시 확인해 봐야 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 부분은 자기부담금 비율이 10%로 그대로 유지되지만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자기부담금 비율은 9월부터 일괄적으로 20%로 변경된다.

예를 들어 총 진료비가 100만원(급여 20만원, 비급여 80만원)이라고 가정해 보면 현재 자기부담금이 10%인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자기가 부담하는 진료비가 10만원 밖에 안 된다.

하지만 개정안이 적용되는 보험에 가입하면 급여 자기부담금 2만원(20만원의 10%)과 비급여 자기부담금 16만원(80만원의 20%)을 합쳐 총 18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말기 암 환자 호스피스 서비스 본격 개시
말기 암 환자를 위한 호스피스 서비스도 7월 15일부터 지원이 시작됐다.

호스피스 서비스는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성직자, 자원봉사자 등으로 구성된 호스피스팀이 말기 암 환자의 편안한 임종을 돕는 행위와 치료를 의미한다.

2013년 기준 말기 암 환자의 12.7%(미국 43%, 대만 30%)만이 이 서비스를 받았는데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그동안 일부 병원에 호스피스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지원해오던 것을 이번에 전국 60개 의료기관으로 확대했다.

서비스 지원으로 1일 28~37만원 부담하던 진료비가 약 1만8000~2만3000원 수준으로 줄어들었으며 비급여 항목 중 1인실 상급병실차액과 초음파 비용만 환자가 부담하도록 개선됐다. 요양보호사의 간병비도 지원해 하루 4000원만 부담하면 간병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호스피스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우선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관련 서비스를 안내받고 호스피스 완화의료전문기관에 방문해 호스피스·완화의료 이용 동의서를 작성해 제출한다. 호스피스 완화의료전문기관의 담당의사가 환자를 진료한 후 입원 또는 통원치료를 결정하면 신청이 완료된다.

현재 전국 60개 병원이 호스피스 완화의료전문기관으로 지정돼 있으며 지정기관은 호스피스 완화의료 사이트(hospice.cancer.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밖에 임플란트 및 틀니 보험급여 대상도 기존 75세 이상에서 70세 이상으로 확대됐다.

고령으로 갈수록 치아 관련 시술에 큰 비용이 들어가기도 한다. 통상 임플란트 시술을 하는데 1개당 평균 120만원이 들고 틀니도 위턱과 아래턱 각각 100~130만원 가까운 비용이 들어간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는 고령자의 틀니와 임플란트 비용 중 절반은 건강보험에서 지원해주고 있다. 틀니는 아래턱과 위턱 각각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임플란트는 1인당 2개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지원대상이 종전에는 75세가 넘어야 지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7월 1일부터 70세 이상이면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대상이 확대됐다.

자료제공: 미래에셋은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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