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시대의 금융<4>

 
옥스포드대학 연구결과 일자리 47% 사라질 운명
인간과의 공존가능성 잣대는 자본의 태도와 관점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첨단기술과 정보화 사회, 기술 혁신은 인간의 삶을 풍족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일자리를 사라지게 만드는 것이다”

유럽의 세계적 석학, 제레미 리프킨이 1995년 쓴 《노동의 종말》의 한 대목이다.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리프킨의 이야기는 기술적 실업을 전제로 하고 있다. 기술적 실업이란 기계가 인력을 대체하는 노동절약적 기술 진보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업의 형태이다.

산업혁명 이후 기술혁신을 통한 진보는 주기성을 띠고 계속 이뤄졌다. 그 때마다 기술적 실업은 발생했고, 일자리를 잃은 노동의 문제는 핵심 이슈가 되었다.

그런 까닭에 존 메이너드 케인즈는 그의 저작 《화폐개혁론》(1930)에서 “우리는 지금 이름조차 생소한 새로운 병을 앓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자주 듣게 될 이 병의 이름은 바로 기술적 실업이다. 이 병은 인간이 노동의 새로운 용도를 찾아내는 것보다 노동을 절약하는 방법을 더 빠른 속도로 찾아내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적고 있다.

◆인공지능의 등장과 기술적 실업
2000년대 들어 인공지능에 대한 기술적 진보가 눈에 띄게 이뤄지면서 인간과 기계에 대한 관계성의 문제는 새롭게 학자들의 관심사로 부상한다. 그 가운데 경제학자인 로빈 핸슨은 인간과 기계의 동태적 관계에 대해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는데, 그 핵심은 처음에는 기계가 인간을 보완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기술발전에 따른 (인공지능의) 가격 하락에 힘입어 대부분의 직종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전망은 지난 2013년 영국 옥스포드 대학 경제학과 교수인 마이클 A. 오스본과 칼 B. 프레이가 발표한 〈고용의 미래:우리의 직업은 컴퓨터화에 얼마나 민감한가〉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이 논문은 미국과 영국의 주요 직업 702개를 대상으로 생존 가능성이 어떻게 되는지를 조사하고 있는데, 전체 직업 중 47%는 컴퓨터에 의해 직업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특히 충격적인 것은 대학교수를 포함한 대부분의 화이트칼라 직업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살아남는 직업은 △무엇인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직업 △인간/감성의 이해를 기반으로 하는 직업 △인간생활의 중요한 기준을 결정하는 직업 등으로 성직자, 심리치료사, 예술가, 법조인, 정치인, 방송작가 등이다.

올 초 옥스퍼드대학과 런던의 비영리 사회혁신연구기관이 공동으로 발표한 <창의성 대 로봇>에서는 더욱 비관적인 예측을 담고 있다. 현재 창의적인 것으로 간주되는 직업들마저 미래에는 창의적으로 간주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전망은 세계 1위의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의 학술 세미나나 IT전문 컨설팅회사인 가트너사의 예측에서도 가감 없이 발표되고 있다. MIT의 에릭 브린졸프슨 교수는 브루킹스 세미나에서 2010년 구글 무인차 프로젝트를 본 이후 로봇혁명이 노동시장을 뿌리채 흔드는 상황이 눈앞에 다가왔다는 걸 느꼈다고 말하고 있으며, 가트너는 10년 뒤까지 전체 직업의 1/3이 사라질 것이라고 어두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공존의 가능성
물론 비관적 전망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인공지능의 장점(계산능력, 논리력 등)과 인간의 장점(통찰력, 감각적 지능)이 결합된 켄타우로스적 전망이 바로 그것이다.

클라이브 톰슨은 그의 책 《생각은 죽지 않는다》에서 체스 세계챔피언이었던 카스파로프가 아이비엠 딥블루와의 경기 이후 컴퓨터와 인간이 한 팀이 되어 체스경기를 치르게 해 인간의 단점을 컴퓨터가 보완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

즉, 기계의 방대한 정보 처리능력과 빠른 연산력, 그리고 무오류 등의 장점은 인간이 지닌 감성과 창의성, 그리고 불확실성에 대한 유연한 대응능력과 결합되어 새로운 가능성의 조합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의 병원에서 각종 질병을 진단하는 경우나 신약물질을 개발하는데 이용되는 인공지능 컴퓨터가 그런 경우에 해당된다.

이와 함께 일자리 총량이 정해져있다는 ‘노동총량의 오류’로 인해,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결론을 도출하고 있는 비관론자들과 달리, 오히려 인공지능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여 기계와 인간이 공존하는 경제가 가능하다는 적극적인 전망도 등장하고 있다.

◆어떻게 만날 것인가
인공지능은 대세로 형성되어 있다.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우리 사회에 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일자리를 두고 인공지능과 경쟁을 벌이든, 조화를 이뤄 경제를 구성하든 그것은 시스템의 선택 문제이다.

시장 중심적 사고체계가 강한 신자유주의 체제 하에서는 로봇 및 인공지능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강할 수밖에 없다. 우선, 자본은 보다 효율적인 자원의 투입을 위해 사람보다 인공지능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이후 미국의 금융회사들이 슈퍼컴퓨터 도입을 늘렸던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고용주 입장에서 한번 도입을 하면 스스로 학습을 통해 성능과 역할을 업그레이드시키는 말 잘 듣는 인공지능을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인공지능이 아니라 바로 자본이 인공지능을 바라보는 태도에서 결정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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