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금융신문=문혜정 기자> 정부가 지난 6일 2015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며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ndividual Savings Account, 이하 ISA)’ 도입을 확정했다.

ISA 제도는 정부가 저금리 고령화 시대에 적절한 투자수단 부재로 자금 운용에 어려움을 겪는 국민에게 재산형성의 기회를 제공하고, 베이비부머 세대의 본격적인 은퇴시기가 도래하며 신속한 노후대비 자금마련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본지는 내년 초로 예정된 ISA 본격 도입에 앞서 사용자 입장에서 본 ISA의 개념과 세제혜택, 해외 주요국의 사례, 국내의 효율적인 ISA도입방안 등을 심도 있게 분석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전세계 벤치마킹 대상이 된 영국 ISA
영국의 ISA는 비과세 저축계좌 도입으로 개인이 장기적으로 자산을 축적하고 그 부수적인 효과로 국가의 자본시장 발전에 기여했다는 면에서 전세계적인 성공사례로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영국에서 도입한 ISA는 국내 도입 예정인 ISA와 같이 세제혜택이 제공되는 종합저축계좌로 예금, 주식, 채권, 펀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들을 하나의 계좌에 모두 편입할 수 있다.

영국은 모든 국민들이 생애 전주기에 걸쳐 체계적인 계획 하에 저축 및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제도 설계단계부터 치밀하게 준비했다.

ISA 가입조건은 사실상 모든 국민이 가입할 수 있도록 16세 이상 국영보험 가입대상자인 영국 거주자 전체로 지정했다. 특히 어린 시절부터 자산을 축적해 나갈 수 있도록 2011년 ‘주니어ISA’를 별도로 도입하고 이를 기존의 ‘Child Trust Fund’와 연계시켰다.

단 16∼17세인 거주자는 투자형 ISA(Stocks and Shares ISA) 가입이 불가능하다. 스스로 그 투자결과를 책임질 수 있는 성인만 원금손실 가능성이 큰 투자형 상품에 투자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영국에서 ISA 도입 당시 영국 가계의 3분의 1은 저축계좌나 주식 등 유동성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으며 한국과 같이 저소득층 영국 가계 대부분이 부동산이나 연금 등 비유동성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영국 정부는 그 이유를 부동산이나 연금 등의 자산이 저축이나 주식에 비해 유리한 세제구조를 가졌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ISA가 저소득층의 가입을 유인하면서 고소득계층에게 세제혜택이 많이 돌아가지 않도록 몇가지 큰 틀을 제시했다.

우선 잉여소득이 부족한 중저소득층의 경우 유동성이 떨어지는 저축투자상품 가입이 힘들다고 보고 ISA제도에 중도인출 제약과 최소의무보유 기간을 두지 않았다. 이 조건은 영국 중저소득층 가계가 ISA에 가입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계좌에 편입할 수 있는 금융자산의 범위도 가능한 폭넓게 설정했다.

영국은 계좌 내에 연금성 금융상품을 제외한 모든 금융자산을 담을 수 있도록 만들어 투자자산의 다양화를 유도함과 동시에 금융권역간 갈등의 소지를 없앴다.

또 금융기관의 이전이나 계좌 내에 포함되는 상품 간 이전도 자유로워 가입자의 거부감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이 같은 계좌 및 상품 이전의 자율성은 주식이나 펀드 등 투자성 자산에 투자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고소득층에게만 혜택이 돌아가지 않도록 생애저축기간 전체의 저축한도도 설정했다.

영국 정부는 ISA계좌도입 취지를 고려할 때 어느 정도의 부작용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연간 저축한도를 설정해 고소득층에게 돌아가는 비과세 혜택을 줄이고 가입대상자 확대에 더 무게를 실었다.

이 같은 전제조건들은 영국의 ISA 도입이 반드시 퇴직자산 구축만을 염두한 것은 아닌 중저소득층 가계가 비유동성자산에서 유동성자산으로 포트폴리오를 변화시킴으로써 예비저축을 축적시키는데 그 목적이 더 큰 것으로 분석된다.

또 가능하면 많은 금액이 투자성 자산에 투자될 수 있도록 현금형 ISA 보다 투자형 ISA의 저축한도를 더 높게 설정한 것도 가계 자산구성의 다변화와 자본시장 육성이라는 목적이 암묵적으로 반영됐을 가능성이 크다.

ISA매니저 … 취급 금융상품 차별화로 경쟁력 확보
영국에서 ISA계좌 개설 권한이 있는 금융기관은 ‘ISA매니저’로 불리며 여기에는 은행, 주택대부조합, 국영저축투자, 상호조합, 보험회사, 투자신탁회사 및 자산운용회사, 금융자문업자, 브로커, 펀드슈퍼마켓 등 대부분의 금융기관들이 포함된다.

개별 ISA매니저는 취급하는 ISA의 종류나 ISA에 금융상품을 담는 방법 등에서 차별화된다.

ISA매니저 중 일부는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금융상품만 계좌에 담을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어떤 매니저들은 다른 금융기관이 보유한 금융상품 중 일부를 골라 ISA가입자들에게 제공한다.

가입자 스스로 ISA에 담을 모든 금융상품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금융기관도 있다.

가입자들은 ISA 매니저를 언제든 바꿀 수 있는데 이 경우 새로운 매니저가 계좌 이전 및 세금과 관련된 행정업무를 모두 대행해준다 .

스스로 의사결정이 힘든 경우 독립투자자문업자(IFA)와 같은 전문 자문가로부터 투자 의사결정과 관련된 자문도 받을 수 있다.

자문가들은 가입자에게 ‘어떤 ISA가 적합한지’, ‘적합한 ISA를 제공하는 금융기관은 어디인지’, ‘계좌 개설 후 어떤 금융상품을 편입할지’, ‘주식에 투자한다면 어떤 주식을 매입하는 것이 좋을지’ 등 투자 의사결정과 관련된 모든 과정에서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일본 NISA, 투자시장 활성화 위해 지난해 도입
일본은 지난해 1월 1일부터 영국의 ISA를 참고한 NISA를 도입했지만 그 목적이 저축보다는 투자에 있다. 적용대상인 금융상품도 예적금을 제외한 주식 등 금융투자상품으로 한정됐다.

2023년까지 10년간의 한시적 제도로 도입한 NISA는 상장주식이나 공모주식투자신탁 등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해 발생한 자본이득과 배당수익 등에 대해 전면 비과세를 시행하고 있다.

일본은 노후나 장래에 대비한 예금이나 주식, 보험 등 금융자산을 전혀 보유하지 않는 이른바 ‘금융자산 제로세대’가 매년 급증하고 있으며 2012년에는 그 비중이 26%에 이를 정도로 세대 간 부의 불평등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상했다.

계속되는 경제침체와 주식시장이 침체의 늪을 빠져 나오지 못하자 대부분의 금융자산도 계속 안전한 은행예금에 묶이는 현상을 보여 왔다.

일본은 가계가 보유하고 있는 금융자산이 1500조엔에 달하지만 그 중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55.2%에 달할 정도로 다른 국가에 비해 그 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나라다.

일본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의 타개책으로 2000년대 후반부터 ‘저축에서 투자로’라는 정책목표 아래 가계의 안정적인 자산형성 지원과 경제성장에 필요한 자금공급 확대를 도모하기 위해 NISA를 도입하게 됐다.

투자상품에만 한정된 제도…젊은층 외면 받아
NISA 가입자격은 만 20세 이상의 일본 내 거주자로 국적과 상관없이 일본에 거주한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으면 누구나 NISA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단 1인당 1계좌만 허용되며 매년 100만엔까지 5년간 최대 500만엔까지 비과세투자가 가능하다.

NISA는 주식시장 활성화를 주된 목적으로 적용대상인 금융상품도 상장주식, 상장외국주식, 상장투자신탁(ETF), 상장지수연동채(ETN), 공모주 식투자신탁, 외국공모주식투자신탁 및 상장부동산투자신탁(REITs), 상장우선출자증권, 상장신주인수예약권부사채 등으로 제한된다.

영국 ISA가 가계의 생애 전기간에 걸친 체계적인 저축과 유동성 자금 적립을 장려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된 반면 일본의 NISA는 예적금에 치우친 저축관행을 다양한 금융투자상품에 투자시키기 위한 유인 목적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또 영국 ISA와 달리 계좌간 상품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고 계좌 또한 1인 1계좌가 원칙으로 금융소비자의 필요보다는 제도의 빠른 시행과 관리의 편의성에 더 주목한 것으로 보여진다.

자본시장연구원은 “NISA를 이용하는 대부분의 연령대는 60대 이상으로 전체의 59.8%를 차지한다. 이는 투자위험이 수반되는 금융투자상품의 투자를 감수할 수 있을 정도의 부를 축적하고 있는 금융소비자가 혜택을 볼 확률이 높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NISA를 이용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NISA에 투자할 만한 금전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라는 조사 결과는 이 제도가 가진 한계를 보여준다. 금융투자상품만을 대상으로 한 NISA는 위험회피 성향이 높거나 자금여력이 많지 않은 중저소득층 금융소비자에겐 큰 매력을 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자료제공: 자본시장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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