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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수장 워딩분석]삼성증권 윤용암 사장 ‘고객은 물, 삼성은 배’
[금융수장 워딩분석]삼성증권 윤용암 사장 ‘고객은 물, 삼성은 배’
  • 김승호 편집위원
  • 승인 2015.09.06 1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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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불립 기치 걸고 ‘신뢰’받는 기업 최우선 과제 설정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子曰: “古者言之不出, 恥躬之不逮也”
“군자가 말을 아끼는 것은 그 말을 이루지 못할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논어》의 한 구절(이인편)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의 특징은 ‘말은 행동’이었다는 사실이다. 아브라함 종교라 칭하는 유대교와 기독교, 그리고 마호메트에서 출발하는 이슬람교의 전통에서 ‘말은 곧 행동’이었다. 입에서 나온 말은 반드시 행동이 되어야 했던 것이다.

그래서 약속한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고 그것을 지키는 행위의 궁극적 모습이 신앙인 것이다. 아브라함 종교의 원래적 의미는 그런 측면에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자기성찰과 수양의 과정이다.

중국철학이나 불교와 같은 동양 종교도 ‘말은 곧 행동’이라는 가치를 핵심에 두고 있다. 그리고 그 가치를 유지하는 방법은 아브라함 종교와 마찬가지로 ‘자기성찰과 수양’이었다.

위에서 제시한 《논어》의 인용문은 그런 관점에서 공자가 말한 것이다. 과거의 군자들의 모습. 즉 공자에게 이상형으로 설정되어 있는 주나라의 전형이 ‘말을 아끼는 군자’였으며 ‘말은 곧 행동’이라는 언행일치였던 것이다. 공자는 그 전형을 이루기 위해, 즉 춘추시대의 혼란을 극복하기 위한 명제로 ‘언행일치’를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군주의 말은 곧 행동이었다. 그래서 통치자는 지킬 수 있는 말과 그렇지 않은 말을 구별해야 했다. 군주의 말은 지켜야 할 약속이었고, 그것은 백성의 입장에서 희망이었다.

천하의 패권을 다투던 춘추시대, 영웅들은 민심을 원했다. 민심이 천하의 패권을 결정짓는 기준이었기 때문이다.

공자는 바로 그 지점을 제대로 읽어냈다. 그리고 《논어》에서 자하(子夏)와의 대화를 통해 국가의 제1 존립여건을 ‘신뢰’라고 정의한다. 그 대목이 ‘무신불립(無信不立)’이다. “백성이 국가 내지 군주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그 나라는 한 순간도 존립할 수 없다”는 뜻이다.

물론 공자는 국가의 유지를 위해 ‘신뢰’와 함께 국방력과 식량을 주요한 가치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신뢰’라고 거침없이 말하고 있다. 군사력과 식량보다도 우선시되는 가치라는 것이다.

#삼성이 만드는 브랜드 이미지 ‘신뢰’
“고객을 떠나게 만드는 매출은 의미가 없다”

삼성증권의 윤용암 사장이 반복해서 이야기하는 말이다.

올 신년사는 물론 3월의 취임 기자회견, 그리고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줄곧 이야기하는 것은 ‘고객’이었고, ‘신뢰’라는 명사였다.

“논어에 보면 무신불립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신뢰가 없으면 국가나 조직이나 존립이 불가능하다는 뜻입니다. 고객의 신뢰가 없으면 우리의 존립도 불가능하다는 뜻입니다.”(2015년 신년사)

이 같은 윤 사장의 발언은 그동안 보여주었던 삼성증권의 브랜드전략과 같으면서도 다르다. 삼성증권은 업계 리딩의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다수의 핵심가치를 제시해왔다. 특히 혁신과 통찰, 신뢰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던 브랜드 가치들이다.

‘혁신’과 ‘통찰’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 점에서 삼성의 브랜드 전략은 과거와 다르지만, ‘신뢰’를 강조하는 지금의 모습은 과거와 같다.

과거 삼성증권이 ‘몰빵 투자’등으로 고객에게 피해를 준 것에 대해 이유여부를 막론하고 사죄를 하는 윤 사장의 모습, 그리고 회사의 수익에 기여한다하더라도 고객에게 피해를 입힌 직원은 인사고과에서 손해를 볼 것이라는 그의 말은 모두 ‘고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꺼낸 말들이다.

심지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한 그의 행보와 중국 증시의 조정 국면을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중국 포지션을 줄이라는 지시를 내린 것 또한 모두 고객의 자산 가치에 손실을 주면 안 된다는 그의 생각의 반영이었다.

즉 주요한 국면에서 그가 보여주는 것은 하나의 단어 ‘신뢰’에 모아졌고, 그 이미지 뒤에 통찰과 혁신 등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백성은 물이요, 군주는 배
윤 사장의 이 같은 행보의 근간은 ‘기업의 토대는 고객’이라는 생각이 자리한다. 고객에게 신뢰를 얻어야 기업의 미래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바로 그것.

위징이 당태종에게 간언하는 말에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순자는 ‘임금은 배와 같고 백성은 물과 같다. 물은 배를 뜨게 해주지만 반대로 전복시킬 수도 있다.’라고 했습니다. 민심을 얻으면 천하를 얻지만, 민심을 잃으면 천하도 잃게 된다는 무서운 말입니다”

당태종의 제왕학 교과서였던 《정관정요》에 나오는 이야기이지만 원전은 《순자》의 〈왕제〉편이다. 이 구절은 조선의 임금들도 즐겨 사용했다. 연산군은 그의 폭정을 보다 못한 신하들에 의해 위 이야기를 들어야 했지만, 영조는 사도세자를 교육하기 위해 자주 인용했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윤 사장의 눈에 ‘고객은 물이고 삼성증권은 한 척의 배’다. 배가 순항하기 위한 조건은 물인 고객의 마음을 얻는 것. 고객의 신뢰를 얻어야 마음을 얻는다는 단순하면서도 어려운 과제를 2015년 그의 메시지를 통해 일관성 있게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내년에도 같은 행보일 게다. 브랜드 이미지는 한두 해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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