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英 금융사, 고객 인성평가 기법 개발

유형별 맞춤 서비스로 상환능력도 높여

<대한금융신문=김민수 기자> ‘나에 대한 비난과 잔소리는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총력을 기울여 가지려 한다’

이는 미국의 온라인 대출업체 ‘페이오프(PayOff)’에서 실제 대출을 받기 전 작성하는 설문 중 하나다.

이처럼 최근 미국, 영국 등 금융 선진국의 몇몇 금융사들은 대출심사의 기준으로 고객의 성격, 습관, 기호 등 인성을 중요한 평가항목으로 활용하고 있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렌딩클럽(Lending Club)과 프로스퍼(Prosper)가 주도하는 미국 온라인 대출시장에 뛰어든 페이오프는 기존 회사들과 차별화된 전략으로 고객 성격, 성향, 금융습관 등을 감안한 대출과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페이오프가 시행 중인 인성평가는 심리측정학을 기반으로 한 정답이 없는 설문형식이다. 대출신청자의 인성상 특성을 측정해 대출심사 결정 및 사후관리에 활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페이오프는 2013년 온라인 결혼 중개회사 이하모니(eHarmony)의 최고과학책임자(CSO) 갈렌 벅월터(Galen Buckwalter)를 영입, 간단한 질문을 통해 대출신청자들을 10가지 유형으로 분류하는 기법을 개발했다.

이 기법을 통해 대출신청자들은 ‘모험자(The Adventurer)’, ‘대사(The Ambassador)’, ‘건축가(The Architect)’, ‘역투자가(The Contrarian)’, ‘자유로운 영혼(The Free Spirit)’, ‘오아시스(The Oasis)’, ‘가디언(The Guardian)’, ‘스토리텔러(The Storyteller)’, ‘불꽃(The Spark), 돌덩이(The Rock)’ 총 10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예를 들어 고객이 사교적이고 인기가 많은 성격인 ‘스토리텔러’ 유형이라면 돈관리가 허술하거나 씀씀이가 헤프다는 점을 감안해 대출심사 기준을 높게 잡는다.

이들에게는 본인의 카드사용내역 등을 항상 확인할 수 있도록 전화통화, 문자메시지, 이메일 등을 통해 수시로 안내한다.

반면 꼼꼼하고 계획적인 성격의 ‘건축가’ 유형 고객이라면 평균보다 조금 완화된 대출심사 기준을 적용하고, 상품이나 새로운 금융 트렌드 등을 집중적으로 안내한다.

또한 감정 기복이 심하고 다소 신경질적인 성격의 ‘불꽃’ 유형 고객들에게는 전화통화와 같은 직접적인 접촉을 최대한 자제하고, 고객 접촉빈도도 다른 유형의 고객들에 비해 최소한으로 유지한다.

페이오프는 이처럼 각 유형마다 차별화된 대출 심사 기준과 사후관리 서비스를 제공, 소비자들의 상환부담 완화와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페이오프 창업자 스콧 선더스(Scott Saunders)는 파이낸셜타임즈(FT)와의 인터뷰에서 “대형 은행과 대출기관들은 고객들이 영원히 빚을 지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반면 우리는 가능한 빨리 빚을 ‘상환(Pay Off)’하게 도울 것”이라며 부채 확대가 아닌 부채 감소를 지향함을 밝힌 바 있다.

페이오프뿐 아니라 영국의 빅데이터 기업 비주얼DNA(VisualDNA)와 미국의 재무 테크닉기업 이에프엘(EFL)도 일찍이 인성을 활용한 신용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비주얼DNA는 터키, 남아공, 러시아, 영국 등 세계 각국에서 심리학과 빅데이터를 결합해 대출신청자의 평소 취향, 습관, 생각을 분석, 신용도를 평가하고 있다.

이에프엘 역시 대출신청자의 △사업수완 △지능 △정직성 △성품을 평가해 신용점수로 환산, 점수가 높을수록 상환능력이 우수한 것으로 판단한다.
이에프엘의 신용평가 방법은 현재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 등 27개 신흥국 금융기관에서 사용 중이며 약 20만개의 신용평가가 진행된 바 있다.

국내에도 최근 신생 P2P 대출업체 어니스트펀드가 성균관대 심리학과 장승민 교수팀과 함께 한국 실정에 특화된 인성평가 기법을 개발 중이다.

어니스트펀드 서상훈 대표는 “인성평가를 이용해 고객특성을 정확히 파악함으로써 신용등급에 관계없이 모든 대출자의 이자 부담을 경감시키고, 고객을 이해해 더 큰 금융혜택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김회민 연구원은 “향후 P2P 대출 시장의 성장과 다양한 신용평가기법의 필요성에 따라 미국 등 금융 선진국으로도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특히 페이오프는 금융에 게임적 요소와 인성평가 기법 등 행동과학과 심리학을 접목시키는 차별화된 전략을 통해 참신하고 기발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 대출·자산관리 업체로 성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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