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15 04:55 (토)
[금융수장 워딩분석]직원 발 씻겨주고 임원에게 큰절하는 리더십
[금융수장 워딩분석]직원 발 씻겨주고 임원에게 큰절하는 리더십
  • 김승호 편집위원
  • 승인 2015.09.20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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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이 만드는 스토리텔링

연말까지 화학적 통합, 내년부터 진검승부 전개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지역본부장 시절에는 직원들과 산행을 끝낸 뒤 그들의 발을 직접 씻겨주었고, 은행장이 되고 난 뒤에는 은행장실의 명패를 ‘섬김과 배려’로 바꾸고, 60여명의 임원과 본부장들과 간담회를 하면서는 큰 절을 올린 파격적인 은행장이 최근 화제다.

지난 9월 1일 KEB하나은행의 초대 은행장이 된 함영주 은행장. 그의 취임 일성은 ‘섬김’이었다. 76번 싸워서 64번 승리해, 중국 전국시대 최고의 승률을 기록한 위나라의 장수 오기의 ‘함혈연창’의 고사까지 들어가며 그는 ‘섬김’을 삶의 토대라고 말하고 있다.

‘소통’과 ‘현장’이라는 단어가 장악하고 있던 상반기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의 발언록에 ‘섬김’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 리더는 이야기 만들 줄 아는 사람
“인간의 마음은 (…) 이야기의 형태로 사고하도록 만들어졌다. 또한 인간적 동기는 대부분 스스로에게 들려줄, 동기의 틀을 결정하는 자기 삶의 이야기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나온다. (…) 국가나 기업 혹은 기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뛰어난 리더는 가장 인상적이고 두드러진 이야기를 만들 줄 아는 사람이다.”(로버트 쉴러, 조지 애커로프 공저 《야성적 충동》)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경제학자들이 스토리의 중요성을 위의 인용구처럼 강조하고 있는 이유는 케인즈가 말한 ‘야성적 충동’의 메커니즘을 설명하기 위해서였지만, 그들이 스토리텔링 중심으로 리더가 만들어지고 역사가 쓰였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인용문이기도 하다.

스토리텔링이 승부를 가른 사례는 역사 속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가장 오래된 사례는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의 대결이었다. 진화의 과정에서 완벽한 언어를 구사해낸 호모 사피엔스는 상상력에 근간한 이야기를 소비했고, 스토리는 문화를 만들고 협업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렇지 못했던 네안데르탈인은 진화의 역사 속에 한 장을 채우고 사라졌다.

유방과 항우의 스토리 대결도 마찬가지다. 맹장의 스토리로 무장한 항우는 유방에게 연전연승했지만 용인술과 관용 등의 다양한 스토리와 인물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던 유방이 최종 승자가 되었다.

유명한 정치인들의 발언도 마찬가지다. 아브라함 링컨이나, 존 F. 케네디 등 대통령들의 발언은 지금도 소비되는 이야기이며, 5년에 한 번씩 선출하는 우리네 대통령 선거도 스토리의 탄탄함이 결국 승부를 갈랐다.

그런 점에서 함 행장은 고유한 자신의 덕목 중 적합한 스토리를 발굴했고, 적극적인 반복 발언을 통해 자신의 브랜드를 형성시키고 있다.

그것도 통합은행의 초대 은행장으로서 조직의 안정적 통합이 최우선 가치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가운데, 통합과 연계되는 ‘섬김’을 선택한 점이 남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다.

# 섬김 리더십이란
“추종할 만한 가치가 있는 유일한 권위는, 리더의 섬김에 비례해서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내어 주는 것이다.”

1977년 로버트 그린리프가 AT&T에서의 38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섬김의 리더십’에 관해 쓴 《서번트 리더십》의 핵심 문장이다.

겸손을 근간으로 리더의 솔선수범을 요구하는 섬김 리더십을 그는 헤르만 헤세의 소설 《동방순례》에서 착안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순례자를 돕던 레오의 헌신적인 모습을 통해 군림하는 리더십이 아니라 후원하고 지원하는 리더십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물론 예수가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는 모습에서 섬김 리더십의 기원을 찾을 수 있지만, 그린리프에게 직접적인 아이디어가 되어준 인물은 순례단을 비밀스럽게 후원하던 교단의 정신적 지주 ‘레오’라는 인물이었다.

이 같은 리더십은 꼭 서양에서만 사례를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함 행장을 통해 소개된 오기의 ‘함혈연창’의 고사도 있지만, 동양의 주요 경전인 《논어》나 《중용》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리더의 덕목이다.

“어진 자는 어려운 것은 남보다 먼저하고 이로움은 나중에 취한다.(인자, 선난이후획 仁者, 先難而後獲)” (《논어》 〈옹야〉편)

“자로가 정치에 대해 묻자 공자가 말하길 백성보다 먼저 한 후에 백성을 수고롭게 한다.(자로문정자왈 선지노지(子路問政 子曰 先之勞之)

위의 두 인용구처럼 공자는 솔선수범을 지도자의 우선된 덕목으로 이야기하고 있고, 《중용》에서도 ‘경대신(敬大臣)’, ‘체군신(體群臣)’ 등을 통해 섬김의 리더십을 강조하고 있다.

# KEB하나은행의 3개월
함 행장은 화학적 통합을 위한 황금시간이 3개월이라고 한다. 그리고 3개월간은 (구)하나와 (구)외환의 통합을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즉 올 연말까지는 화학적 통합을 위해 ‘섬김의 리더십’에 올인 한다는 것이다.

함 행장은 시기를 감안한 3개월을 황금시간으로 정의했고, 그 기간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연말 정리를 위한 시기가 된다. 그리고 새로운 영업연도가 펼쳐진다.
함 행장이 지휘하는 KEB하나은행의 진검 승부를 펼치겠다는 복안이 읽혀지는 대목이다.

진검승부를 위한 복안은 연말 즈음이 될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장에서 펼쳐질 것이며, 2016년 신년사를 통해 반복될 것이다.

“뛰어난 리더는 가장 인상적이고 두드러진 이야기를 만들 줄 아는 사람이다”라는 문장이 머리에 다시 떠오른다. 변수가 많은 시장이지만,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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