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금융신문=문혜정 기자> 최근 대기업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임금피크제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들이 임금피크제를 선택하는 이유는 ‘정년 연장’과 관계가 깊다.

직장인의 정년을 60세로 하는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내년부터 공기업과 공공기관, 30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의 정년이 60세로 의무화됐다. 기존 연공서열 방식의 임금체계 그대로 정년만 연장하면 기업주의 인건비 부담이 커져 임금을 삭감하는 방식의 임금피크제가 그 대안으로 고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일하는 회사에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다면 근로자들이 이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본지는 임금피크제로 인해 파생될 변화와 대처방안에 대해 심도 있게 분석해보는 시간을 가진다.

연간 1080만원 한도로 5년간 수령 가능
임금피크제로 월급이 줄어든다고 해서 소비 규모도 함께 줄어들진 않는다. 이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임금피크 지원금’ 제도다.

임금피크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근로자가 임금피크제 시행 사업장에서 18개월 이상 근무해야 하며 감액한 다음 연간 임금이 6870만원보다 적어야 한다.

연봉이 기준 감액률보다 크게 감액된 경우만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데 감액시점과 기준 감액률 등 세부 내용은 임금피크제 유형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난다.

연간 급여 6000만원을 받는 A(54) 씨가 임금피크제를 시행한 첫해에 임금피크 지원금을 받으려면 임금 상승률이 5%라는 가정 하에 1년 차 임금이 피크 임금 대비 10% 이상 삭감된 경우만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즉 전년도 임금(6000만원)에서 임금상승률 5%를 반영한 6300만원의 10%인 630만원 이상 임금이 삭감된 경우만 해당된다.

임금피크 지원금 규모 역시 임금피크제 도입 방식에 따라 차이가 난다.

정년 연장형의 경우 정년에 따라 지원금 규모가 달라지는데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연장하면 연간 1080만원 한도로 최대 5년간 지원금을 수령할 수 있다.

재고용형은 연간 600만원, 근로시간 단축형은 연간 500만원 한도로 최대 5년간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앞서 A씨가 근무하는 회사에서 정년을 55세에서 60세로 5년간 연장하는 대신 연장된 근로기간에 임금을 30% 삭감하기로 했다면 A씨는 임금피크제 적용 후 1년 차 연봉이 전년보다 1800만원 줄어든 4200만원이 된다.

이때 1년 차에 삭감된 연봉 1800만원 중 기준감액률(10%, 600만원) 이상 삭감된 1200만원이 지원 대상이다(단 지원 한도가 1080만원이므로 해당 금액까지만 지원받을 수 있다).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2년 차에는 900만원, 3년 차 이후부터는 600만원을 지원금으로 수령해 A씨가 5년 동안 받게 되는 임금피크 지원금은 총 3780만원이 된다.

임금을 매년 일정 비율로 삭감하는 경우는 계산이 또 달라진다.

연봉 6000만원을 받는 B(54) 씨가 다니는 회사에서 정년을 5년 연장하면서 매년 임금을 10%씩 삭감하기로 했다면 1, 2, 3년 차에는 삭감 후 연봉이 기준금액(6870만원)보다 많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4년 차부터는 삭감 후 연봉이 기준금액 이하이고 감액률도 20%가 넘기 때문에 임금피크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B씨의 경우 4년 차에는 870만원, 5년 차에는 1080만원의 지원금을 수령하게 되는데 단 삭감된 임금과 지원금이 총 6870만원을 초과할 수는 없다.

이처럼 고액 연봉자의 경우 임금피크 기간 후반부에는 조건만 맞으면 지원금을 받을 수 있어 해마다 지원금을 수령할 수 있는지 여부를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고소득자, 월급 줄어도 국민연금료 동일
임금피크 적용을 받아 월급이 적어지면 당연히 줄어들 것으로 생각했던 국민연금 보험료가 동일하게 빠져나간다면 대부분의 근로자들은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반드시 월급에 비례해 보험료가 줄어드는 건 아니다

통상 근로자는 임금의 4.5%를 국민연금 보험료로 납부하고 회사가 동일한 금액을 보조해준다. 하지만 임금이 많다고 해서 보험료가 무한정 늘지는 않는다. 국민연금 보험료를 산정할 때 월 소득에 상한선을 두기 때문이다.

현재 월 소득 상한선은 421만원으로 이보다 소득이 많은 사람은 소득액과 상관 없이 매달 18만9450원(421만 원×4.5%)을 동일하게 국민연금 보험료로 납부한다. 이 때문에 고소득자의 경우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아도 월 급여가 421만원 미만으로 떨어지지 않는 한 국민연금 보험료를 그대로 납부하게 되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보험료 감소보다 납입기간 증가가 미치는 영향이 크다.

대한민국 국민은 국민연금 보험료를 60세까지 의무적으로 납부해야 하지만 근로자가 실직이나 퇴직을 하면 법적으로 허용된 ‘납부 예외’를 통해 국민연금 보험료를 면제받는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근로자들은 60세 이전에 퇴직해 근로소득이 사라지면 국민연금 보험료 납부를 중단했다. 하지만 납부 예외기간은 국민연금 가입기간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60세까지 보험료를 납부하는 사람과 비교하면 노령연금 액수에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대다수 기업들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정년을 연장하기 때문에 퇴직 후 노령연금액은 그만큼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60세까지 정년이 연장되면 국민연금 보험료도 납입공백이 없어지는 만큼 근로자의 노후도 든든해지는 셈이다. 임금 감소로 납입보험료가 다소 줄어들 수 있지만 그 영향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대신 가입기간이 늘어나면서 총 납입보험료가 증가하는데 따른 실익을 살펴봐야 할 것이다.

인생 2모작 … 임금피크 기간 활용에 달려
임금 피크 이후부터 정년까지 주어진 시간은 매우 소중하다. 임금피크제는 단순히 임금만 줄이는 것이 아니라 직책과 직무 조정도 함께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임금피크제로 정신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되면서 이 기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정년 후의 삶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퇴직 후에도 여전히 일을 하길 원한다면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중장년 일자리 희망센터(www.4060job.or.kr)’를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곳에서는 40세 이상의 퇴직 예정자와 퇴직자를 대상으로 구인구직 알선 서비스, 맞춤 재취업 컨설팅, 재취업·창업교육 등을 무료로 제공한다.

노사발전재단이 제공하는 ‘장년 나침반 생애설계 프로그램(www.lifeplan.or.kr)’도 이용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만 50세 이상 재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길어진 기대여명을 고려해 스스로 생애경력을 설계하고 인생 후반부를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생애경력 설계부터 직업 능력 향상, 전직 지원 서비스까지 체계적으로 지원한다.

정년 퇴직 후 창업 관련 지원을 받고 싶은 경우는 ‘창조경제혁신센터(ccei.creativekorea.or.kr)’를 방문해보자.

혁신센터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주관하는 기관으로 아이디어 발굴, 사업화 준비, 가능성 검증, 자금 유치까지 창업 관련 일체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판로 확보와 해외시장 진출까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 김동엽 이사는 “50대에 접어든 직장인들은 대부분 비행 속도를 서서히 줄이고 고도를 낮추며 정년이라는 육지를 향해 안전한 착륙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생 100세 시대에 마지막 비행을 마치고 비행기를 격납고에 넣어두기엔 50대라는 나이는 너무 젊다. 50대는 정년 이후의 인생을 향해 이륙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다”라고 조언했다.

*자료제공: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