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전략, 목표세우고 난 뒤 수단방법 강구

인력 및 정보 취합 뒤 실리콘밸리 사무소 개소

#고수는 무얼 이루고 싶은가를 먼저 정하고 그것을 위한 구성요소들을 모은다. 어설픈 사람은 멋진 요소들을 모아서 뭔가를 보여주려 한다.(2014년 6월)

#데이터로 성공하는 회사들은 순서가 거꾸로 이다. 사업을 정하고 거기에 어떤 데이터가 필요한지 정하고 그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구하는 방법을 연구한다. 그래서 다루는 데이터도 생각보다 많지 않다. 진정한 빅데이터이다.(2015년 7월)

#사람들이 디지털과 핀테크를 거대담론으로 유행처럼 말할 때 우리는 조금 차분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대신 인재들을 모으고 시간 나는 대로 미국과 영국의 향방을 살피고 현지에서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국내 금융사로는 유일하게 실리콘밸리에 사무실을 내기로 하고 장소를 물색하고 벽 색깔, 책상도 직접 골라 주었습니다.(2015년 10월)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위의 인용문은 모두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들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고수(高手), 빅데이터, 그리고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핀테크 등 정 부회장이 고민하는 것에 대한 토막글들이다.

그런데 이 세 글은 정 부회장 나름의 일처리 프로세스를 담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고수이든, 빅데이터이든, 핀테크이든 정 부회장은 먼저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 달성에 필요한 방법과 수단을 모아서 일을 추진한다고 말하고 있다. 연역적인 방식으로 먼저 모델을 설정하고 이를 증명하기 위한 다양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는 일처리인 것이다.

국내 금융권 최초 실리콘밸리 사무소 개설
그래서 그는 국내 금융회사 중 유일하게 실리콘밸리에 사무소를 개설하면서도 그 절차를 따르고 있다. 그의 고수론에서 말하고 있듯이 프로세스를 밟아 먼저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추진할 인재와 정보를 취합하고 지난 9월 사무소를 연 것이다.

여기서 정 부회장의 차별화된 IT 전략을 확인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잘 모른다는 전제하에 현업부서의 의견을 되뇌는 정도의 CEO가 아니라, 실리콘밸리 등에서 부상하고 있는 스타트업 기업의 CEO처럼 관련 전략을 직접 현업 종사자들과 교감하면서 수립하고 조정한다는 점이다.

특히 빅데이터와 핀테크는 현업의 판단만으로 전략과 실행계획을 수립할 수는 없는 금융권의 핵심 영역으로 자리하고 있다. 금융업의 사활이 걸려 있는 핵심 도구가 된 것이다. 따라서 정 부회장은 관련 인력을 모으고 해외 동향을 면밀하고 탐구한 뒤 현대카드만의 목표를 분명하게 세우고 난 뒤 사무소를 만들었다고 밝히고 있다.

목표가 뚜렷하지 않으면 선택한 방법과 수단, 그리고 실천계획은 변질될 수밖에 없다. 간혹 목표를 상실한 행동이 처음 계획과 무관하게 다른 방향을 향하는 것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이럴 때 방향감각을 유지시켜야할 사람은 목표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는 사람이다. CEO가 그런 사람일 때 조직이 길을 잃고 헤매는 경우는 크게 줄어들 것이다.

현대카드의 핀테크 전략
현대카드가 실리콘밸리 연구개발센터를 겸한 사무소를 개설한 이유는 핀테크에 대한 올바른 대응을 위해 첨단 기술과 인력이 유통되는 현지에서 설득력 있는 솔루션을 찾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리고 최근 서비스하고 있는 ‘Lock & Limit’에 대한 그의 페이스북 설명을 보면 정 부회장이 생각하고 있는 핀테크 접근전략의 밑그림이 보인다.

“모바일 단독카드는 직감적으로 어색했습니다. 디지털 기술로 해결할 일을 카드 발급으로 풀 필요는 없어보였습니다. 펀더맨틀이 되는 기술부터 생활에 도움이 되는 작은 응용까지 ‘디지털 현대카드’라는 이름 아래 현대카드만의 페이스로 발전시키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날부터 모바일 앱을 통해 자신의 카드 설정을 바꿀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주요 기능은 해외사용의 제한 및 분실신고 시 카드의 사용중지, 카드 사용한도 조정 등을 본인이 직접 모바일 앱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것이 현대카드만의 차별적인 출발점인 것이다.

“한국의 핀테크는 간편결제라는 좁은 테마에 약간 잘못 조준돼 있는데, 미래의 디지털금융은 실리콘벨리에 존재하는 다양한 주변기술을 종으로 횡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대카드가 디자인에 과도한 신경을 쓴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통한 반전을 보여주겠다.”

정 부회장이 핀테크와 관련 최근 한 언론에서 밝힌 포부다. 관심을 가져야할 충분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어느 제품군이나 초기에는 스펙 경쟁을 하지만 안정화되면 브랜드 경쟁의 영역이 더 커진다. 스펙을 위한 브랜드에서 브랜드를 위한 스펙으로 전환되는 시기에 회사의 조직과 시스템, 인적 구성이 전환되지 않으면 위기가 온다.”

정 부회장이 지난 6월 한 스마트폰 회사의 매각 소식을 접하고 소회를 밝힌 페이스북 글이다. 그의 시각에서 현대카드의 디지털 전략도 전환의 시점을 맞이한 것이다. 현재까지 형성된 현대카드의 브랜드에 걸맞은 디지털 스펙을 갖추려는 노력이 어떤 결과를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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