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신협 이근명 조합원

▲ 오정신협 이근명 조합원

가난과 사별의 아픔 딛고 꾸준한 저축으로 재기
30년 전 겨울에 만난 할머니가 나눔 인생의 계기

<대한금융신문=김민수 기자> “제가 가진 것을 나눈다는 것은 사람을 참 겸손하게 만들어줘요. 굳었던 마음을 펴지게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따뜻하게 대할 수 있는 여유를 주죠. 그리고 그 온기는 돌고 돌아 결국 다시 저에게 돌아오더라고요.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행복해지는 것처럼 따뜻한 행동은 저와 이웃의 마음마저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올해로 52번째를 맞은 ‘저축의 날’, 꾸준한 저축으로 국민포장을 수상한 오정신협 이근명 조합원은 연신 쑥스러워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근명 씨는 부엌가구 원부자재를 제조·판매하는 주식회사 목림상사의 대표다. 이 씨는 피나는 노력으로 이 회사를 종업원 50명, 연매출 100억원의 어엿한 중견기업으로 키워냈다.

지금은 누가 봐도 성공한 사업가이지만 그 역시 은행의 대출연체와 끝도 없는 빚 독촉으로 하루하루를 지옥처럼 지내던 시절이 있었다.

1986년 10월 남편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고 가까운 지인들도, 거래처 사장들도 모두 등을 돌렸을 때 그는 품 안의 세 아이를 떠올리며 먼저 간 남편한테 부끄러운 삶을 살지 말자고 다짐했다.

그리하여 이 씨는 어깨너머로 배웠던 남편의 싱크대 제작법을 기억해내 직접 싱크대를 만들기 시작했고, 피나는 노력을 통해 남편이 생전 만들던 싱크대 만큼의 품질을 갖춰 기존 거래처에 물품을 납품할 수 있게 됐다.

이 씨는 “사업 초기, 몹시 어려울 때 도움을 받은 곳이 바로 신협이었어요. 신협 직원이 매일 직접 찾아와 꾸준히 저축할 수 있게 도와줬죠. 그렇게 하루하루 적은 금액을 저축하니 몇 년 후엔 목돈이 됐고, 그 돈으로 땅을 샀어요. 지금 사업장이 있는 자리가 바로 그 땅이죠”라며 “뿐만 아니라 어려울 때는 신협에서 사업의 길잡이를 잡을 수 있도록 도움을 받았어요. 신협은 제가 정말 어려울 때 잡은 금 동아줄과 같은 곳이에요”라고 말했다.

이 씨는 배고픈 시절을 견디게 해준 저축의 중요성을 잘 알기에 50여명의 종업원에게 늘 저축을 강조한다.

그는 이제 자신이 얻은 희망의 꽃씨를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1998년부터 개인적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하다, 지역 주민자치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위촉되며 지역발전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2006년부터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주변 이웃들의 자활을 돕는 봉사단체인 ‘복지만두레’ 회장직도 맡고 있다.

이 씨는 “유난히도 칼바람이 매서웠던 80년대 어느 추운 겨울날, 길을 걷다 한 할머니가 그렁그렁한 슬픈 눈으로 길가에 웅크리고 앉아계신 모습을 봤어요. 죽지 못해 산다며 따뜻한 흰 쌀밥 한번 먹어보고 싶다고 눈물을 훔치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니 가슴이 너무 아팠어요”라며 “저 역시 남편을 여읜 지 얼마 되지 않아 형편이 좋지 않았지만 만기 두 달여를 남겨 놓은 적금을 중도해지하고 할머니 댁에 쌀 두 가마와 연탄 300장을 사서 가져다 드렸어요”라고 회상했다.

흰 쌀밥을 손수 지어 할머니와 밥상 앞에 마주 앉은 순간, 성치 않은 몸으로 덩실덩실 춤을 추시던 할머니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는 이근명 씨.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순간의 감동은 그녀의 나눔 인생에서 중요한 계기로 자리 잡고 있다.

“남을 도와준다고 생각하며 봉사한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당연히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만 생각했어요.
누군가는 행복해질 것을 알기 때문”이라며 미소 짓는 이근명 조합원의 아름다운 선행이 누군가에게도 희망의 꽃씨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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