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로운 눈, 부드러운 입, 마음은 온 정성”

▲ 신한카드 위성호 사장

내 마음 속 한 권의 책 헤세의 《싯다르타》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안요예 구요원 심요정(眼要銳 口要圓 心要精)”

낯선 한자 성어다. 뜻은 “눈은 날카롭게 보고, 입은 부드럽게 말하고, 마음은 정성을 다해라”라고 한다. 신한카드 위성호 사장의 직무실에 걸려 있는 그의 ‘좌우명’이다.

예전에 아는 지인이 서예 액자로 만들어 선물해 준 글인데, 중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3가지 법칙’으로 구전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위 사장은 중국인들처럼 성공을 위해 이 글을 삶의 나침반으로 쓰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이 글을 자신의 ‘거울’로 삼고 있다고 한다.

리더라면 당연히 갖춰야할 자질로 생각하며 자신의 모습을 비춰본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최근에 읽은 서애 류성룡의 《징비록》에 대해 위 사장은 “리더(나라의 왕)가 무능하면, 조직 전체(나라)가 얼마나 위험해지는지를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비전 제시능력도 없고 유능한 부하를 질시하며, 위기 상황에서 자신이 먼저 뒤로 빠지는 리더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처절’하게 느꼈다는 것이다.

좌우명에 담긴 그의 삶의 자세는 무인도에 가져갈 한 권의 책을 묻는 질문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그가 꼽은 책은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 브라만 계급의 싯다르타의 구도기를 소설화한 이 작품에서 위 사장은 ‘나는 누구인가’에 천착한다. “세상의 어떤 지식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누구인지 알아가는 것 아닐까요?” 자신을 성찰하고자 하는 위 사장의 되물음이다.

이 같은 물음은 “사색할 줄 알고 기다릴 줄 알며 단식할 줄 안다면 누구든 그런 식으로 자기 목적에 도달할 수 있소”라고 말하는 싯다르타의 말과 연결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사색을 배우고 기다림을 배우고 참아내는 것을 배울 것이다.

그리고 궁극에 확인하게 되는 것은 《싯다르타》에 나오는 아래의 대목일 것이다.

“이 세계는 매순간 순간 완성된 상태에 있으며 온갖 죄업은 이미 그 자체 내에 자비를 지니고 있으며, 작은 어린 애들은 모두 자기 내면에 백발의 노인을 지니고 있으며, 젖먹이도 모두 자기 내면에 죽음을 지니고 있으며, 죽어가는 사람도 모두 자기 내면에 영원한 생명을 지니고 있지.”

이런 결론은 자연스럽게 우리 사회에 불고 있는 인문학 열풍 현상을 이해하는 위 사장의 생각에도 연결되어 있다. 그는 “현대 사회에서 수많은 학문이 나름대로 발전해왔으나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선행되지 않은 학문의 경우 한계가 생겼다고 본다”며 “그런 맥락에서 인간을 연구하는 인문학에 대한 열풍이 부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금융회사가 기본적으로 ‘숫자’를 다루는 회사이지만, 궁극적으로는 고객(인간)을 최우선으로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이고, 회사의 내부 구성원들도 결국 하나하나의 개인이기에 인간에 대해 고민하고 탐구하는 인문학은 경영과도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

한편 위성호 사장의 일년 독서량은 대략 30권이라고 한다. 특정 분야를 선호하지 않고 되도록 다양한 분야를 읽으려 노력한다는 그는 10권 정도는 인문학 분야에 할애한다고 한다.

가을비가 재촉하듯, 반추의 계절이 눈앞이다. 스스로 돌아보고 반성하는 ‘거울’을 갖는 것은 경영자의 핵심덕목일 게다. 위 사장은 업계의 리더로서 신한카드가 제대로 걷고 있는지 수시로 생각한다고 한다. 그럴 때 떠올리는 시 한편이 있다. 조선 후기의 학자이자 정치인이었던 이양연의 ‘야설(野雪)’. 김구 선생의 애송시이기도 한 이 시를 위 사장도 좋아한단다. 2016년을 계획하며 일독을 권한다.

“천설야중거(穿雪野中去)/불수호란행(不須胡亂行)/금조아행적(今朝我行跡)/수작후인정(遂作後人程) 눈을 뚫고 들판 길을 걸어가노니/어지럽게 함부로 걷지를 말자/오늘 내가 밟고 간 이 발자국이/뒷사람이 밟고 갈 길이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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