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책 <논어> ‘새로운 깨달음’ 원천 NH투자증권 김원규 사장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강에 술 부대를 푼다고 강물이 술이 될 리 만무하다. 그런데 술을 붓는 사람들이 있다. 강물을 술로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강물에 자신의 마음을 담기 위해서다. 그렇게 담긴 마음을 자신과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전달해 마음을 사고 싶어서 하는 행동이다.

사람들은 자신과 동고동락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한솥밥을 먹으면서 함께 고생하는 사람, 군림하려하지 않고 눈높이를 맞춰서 행동하는 사람을 따르고 때론 존경한다.

그래서 공자는 “지도자가 자신이 올바르면 이런 저런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일이 처리되지만, 자신이 올바르지 않으면 아무리 명령을 내려도 사람들이 따라오지 않는다.”(기신정, 부령이행, 기신불정, 수령불종. 其身正, 不令而行, 其身不正, 雖令不從 《논어》)고 말한다. 리더의 올바름이 리더십의 근간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생각은 단지 공자만 한 것 같지는 않다. 손무는 자신의 책 《손자병법》에서 “장수는 병사를 갓난아이처럼 보아라. 그래야 그들과 함께 깊은 계곡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리고 병사를 사랑하는 자식처럼 보아라. 그래야 그들과 함께 할 수 있고 함께 죽을 수 있다.”(〈지형〉편)고 말한다.

60년 동안 76전 64승 12무라는 전설적 승전기록을 갖고 있는 중국 전국시대의 오기는 “상하가 동고동락하면 그 군대는 한 덩어리가 되어 흩어지는 일이 없으며 지칠 줄을 몰라 어디에나 투입해도 천하에 당할 자가 없다. 이를 일컬어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와 같은 군대라고 한다”(《오자병법》)고 쓰고 있다.

NH투자증권의 김원규 사장은 이럼 마음으로 ‘단료투천’을 좌우명을 삼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의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NH투자증권으로 이름을 바꿀 때도 그는 한결같이 ‘단료투천’을 말하고 있다.

‘막걸리 한 광주리를 흐르는 물에 쏟아 붓다’라는 뜻의 이 사자성어의 출처는 중국의 병법서인 《삼략(三略)》이라고 한다. 사정이 어려울수록 구성원과 고락을 함께 나누어 힘을 모은다는 속뜻을 김 사장은 NH투자증권에서 실현하고 싶은 것이다.

이 같은 ‘공유의 리더십’을 그는 공자의 《논어》에서 확인한 듯하다. 무인도에 한 권의 책을 가져간다면, 그는 《논어》를 선택한다고 말한다. “책을 펼칠 때마다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되고, 외딴 무인도에서 스승이자 사념의 벗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것이 그의 선정 이유다.

경제성장과정에서 ‘발전’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현대인들이 지친 일상을 살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인간의 가치와 삶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면서 우리 사회에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다고 진단하는 그에게 《논어》는 삶의 휴식터이자 안식처라고 볼 수 있다.

더욱이 경영의 본질을 사람에 두고 있는 그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선택인지도 모른다. “사람을 관리하고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찾아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경영”이라고 말하는 그는 사람과의 관계를 보다 밀접하게 맺기 위해 한 병의 술을 강물에 붓고 있는 것이다.

1년에 15권 정도의 책을 읽는다는 김 사장이 최근 손에 잡고 있는 책은 《2018 인구절벽이 온다》(헤리 덴트 저)이다.

지구상에 가장 많은 인구가 살면서 생산하고 소비하는 시점을 우리가 살고 있다. 한국은 일본을 따라 초고령사회로 급하게 이행하고 있다. 저자는 일본의 사례를 한국이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김 사장은 인구절벽을 맞이하는 상황에서 경영의 포인트를 찾기 위해 이 책을 보고 있다고 한다. 시장의 경계가 사라지는 상황에서 경영의 또 다른 혜안을 찾고자 그의 손은 분주히 해법을 찾아 나서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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