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은행, 일본은 증권사가 주된 판매채널

비대면 영업으로 비용 줄이고 금리 혜택 높여

<대한금융신문=김민수 기자> 내년부터 우리나라도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도입한다.

국내 실정에 맞게 다듬은 ‘한국형 ISA’ 수정안이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우리보다 한발 앞서 ISA를 도입한 영국과 일본의 사례를 통해 향후 운영방향에 대해 짚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선진국의 ISA
ISA는 여러 가지 상품을 하나로 통합해 관리하는 계좌를 말한다. 이자 및 배당소득에 대한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가장 먼저 ISA를 도입한 나라는 영국.

영국은 국민들의 저축 및 투자 장려를 위해 1999년 ISA를 도입했다.

처음에는 2009년까지 한시적으로 도입할 목적이었으나 이후 일몰제한을 없애고 영구화하기로 했다.

영국에는 예금상품으로 구성된 ‘예금형 ISA’와 주식, 채권, 펀드, 보험 등으로 구성된 ‘증권형 ISA’가 있다. 예금형은 16세 이상, 증권형은 18세 이상 가입 가능하다.

영국의 ISA는 이자 및 양도차익의 경우 비과세, 배당소득의 경우 10% 원천과세가 적용된다.

이에 따라 연간 1만5240파운드까지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자녀 명의로 ISA를 개설해 돈을 납입하는 ‘주니어 ISA’는 연간 4000파운드까지 세제 혜택이 주어진다.

영국에서는 예금형과 증권형 모두 가입 가능한 만큼 은행, 증권사, 보험사, 자산운용사, IFA, 펀드슈퍼마켓에서 ISA를 개설할 수 있다.

영국을 벤치마킹해 지난해 ‘일본형 ISA(이하 NISA)’를 도입한 일본은 가계의 안정적 자산 형성과 자본시장 활성화가 목적이다.

일본은 오는 2023년까지 NISA를 운영하며 배당소득 및 양도차익에 대해 비과세를 5년간 유지해주기로 했다.

20세 이상 일본 거주자라면 연간 100만엔까지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일본은 세제 한도를 연간 120만엔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과 영국처럼 주니어 ISA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NISA가 영국의 ISA와 다른 점은 상장주식, 공모주식펀드, ETF, 리츠(REITs) 등 금융투자상품에만 투자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증권사에서는 모두 개설 가능하지만 은행과 우체국에서는 공모주식투자신탁만 개설할 수 있다.

안정적 수익 내는 예금·펀드 인기
앞서 ISA를 도입한 영국과 일본을 보면 투자자들은 대부분 예금 및 펀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 중에서도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을 선호한다. 특히 한 번 개설하면 오랫동안 보유하는 ISA의 특성상 전문가에게 맡기는 자산배분형 펀드,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펀드가 인기를 얻고 있다.

영국의 경우 대부분의 자금이 예금 50.9%, 펀드 39.5% 등으로 운용되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 금융투자상품에만 투자할 수 있어 펀드 투자비중이 66.4%를 차지한다.

영국의 ISA 자산은 예금형 ISA의 경우 예금을 통한 판매가 99.98%, 증권형 ISA의 경우 펀드를 통한 판매가 77.6%에 달한다.

반면 일본 NISA는 증권사들의 적극적인 영업으로 증권사를 통한 판매가 60.6%에 달한다.

금리 및 자문서비스로 고객 유치
영국과 일본 금융사들은 인터넷, 전화 등 비대면 채널을 적극 활용해 비용절감을 꾀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과세연도 말에는 콜센터 운영시간을 연장하고, ISA 고객대응 전담팀을 구성하거나 직원교육을 강화해 고객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두 나라는 신규고객 유치를 위해 금리 및 수수료 혜택도 제공한다.

예금형의 경우 일반 예금상품 대비 고금리를 제공하고 일정기간 동안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등 금리 혜택을 준다.

증권형의 경우 추천 상품 리스트 제공, 금융상품 이해도에 따른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 및 투자자 성향별 모델포트폴리오 제시 등 고객의 투자결정을 돕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영국의 펀드슈퍼마켓 하그리브스 랜스다운(Hargreaves Lansdown)은 온라인으로 투자기간, 투자목적, 위험선호도 등에 따른 5개 유형 중 자신에게 맞는 포트폴리오를 고객에게 선택하도록 하고 투자금액을 입력하면 투자상품 및 투자비율을 제시해준다.

글로벌 은행 산탄데르(Santander)도 5년간 최소 5만파운드 이상을 투자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2.5% 정도의 자문보수만 지급하면 ISA 내 포트폴리오 구성 관련 자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밖에도 영국과 일본의 금융사는 고용주가 고용인에게 복지혜택을 제공하는 ‘기업형 ISA’를 출시하기도 했다.

기업형 ISA는 타 연금상품 대비 기업의 부담이 낮고, 단체가입에 따른 개인의 가입 편의성이 높은 것이 장점이다. 영국에서는 2011년, 일본에서는 2015년 도입됐다.

향후 우리나라도 은행, 증권, 보험 등 모든 금융업권이 ISA 유치 경쟁에 뛰어들 예정인 가운데 선진국처럼 비대면 채널을 활용한 비용효율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관계자는 “한국형 ISA는 투자금액 제한으로 소규모 투자가 많은 가운데 세제혜택도 크지 않아 금융사의 수수료가 낮은 수준에서 책정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따라 금융사의 경우 투자자의 편의성 증대 및 운영비용 절감 등을 위해 비대면 채널을 통한 상품운용지시 등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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