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금융신문=문혜정 기자> 정부가 내년부터 국민의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위해 개인연금, 퇴직연금, 국민연금 세가지 대표 연금제도에 대한 개편 및 개선작업을 단행한다.

내년 1분기 중 개인연금과 퇴직연금 간 이체 시 과세 이연(移延)이 허용되고 2분기 중 ‘개인연금 모범규준(가칭)’ 안이 마련될 예정이다. ‘개인연금활성화법(가칭)’도 2016년 안에 마련해 개인연금에 대한 가입·운용·지급 등의 전 과정을 종합적으로 규율할 방침이다.

개인연금 3대 목표 ‘수익률·가입률·연금화’
우리나라는 개인연금을 세제혜택에 따라 세제적격(세액공제 연금저축)과 세제비적격(비과세 연금보험)으로 구분하고 있다.

현재 총 적립금은 약 289조원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수익률은 지난해 기준 연금신탁 3%, 연금보험 4%, 연금펀드 4.3% 수준으로 주요 연기금에 비해 낮은 기록을 보이고 있다.

국내 개인연금제도의 수익율이 저조한 이유는 복잡한 규율 체계 아래에서 최적화된 포트폴리오 구성이 어렵고 90%가 원리금 보장 상품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개인 운용자 입장에서 적극적인 자산운용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민의 노후 안전판 강화를 위해 개인연금시장 활성화를 내걸고 연금 수익률 제고, 연금가입 확대, 연금화 유인 제고를 내년도 3대 목표로 세웠다.

우선 ‘연금 수익률 제고’를 위해 개인연금과 퇴직연금 간 유기적 연계를 통한 통합적인 자산운용방식을 도모할 계획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개인형퇴직연금(IRP)에서 개인연금으로 연금화 하기 위해 자금을 인출하면 일시금 인출로 간주해 소득세를 과세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근로자가 55세 이상 등 연금 수급요건을 충족해 퇴직한 후에는 개인의 자발적 선택으로 개인연금 및 퇴직연금을 통합 운영할 수 있도록 양자 간 과세 이연을 인정할 방침이다.

또 수익율을 높이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는 원리금보장상품 위주의 판매관행 개선을 위해 원리금 보장 신탁에 대한 신규가입을 제한하고 연금자산에 수익형 상품 편입을 확대하는 등 운용방식을 다변화시킬 계획이다.

이와 함께 개인의 합리적인 자산운용을 지원하기 위해 개인의 경제상황, 투자성향, 연령 등을 감안한 포트폴리오 및 운용전략이 담긴 대표 포트폴리오 방식을 도입하고, 가입자가 운용방법을 지정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지정된 상품으로 자동운영하는 자동투자옵션 도입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중요사항 공시 및 정보제공 제도 등을 정비해 연금사업자간 자율적인 시장경쟁도 유도할 방침이다.

장기상품의 특성을 감안해 가입자의 실질 수익률, 수수료 등에 대한 비교공시 내용 및 주기 등을 정비하고, 가입자가 수익률, 공시이율, 자산운용 현황 등의 주요내용을 정기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금융기관에 정보제공 의무를 부여할 예정이다.

‘연금가입 확대’라는 두번째 목표를 위해서는 대표적으로 독립투자자문업(IFA) 제도를 도입한다.

IFA는 전속 자문업자와 달리 상품공급업자 또는 상품 종류에 구애받지 않고 독립적인 자문, 상품추천이 가능한 투자자문업자를 말한다.

영국과 미국은 불완전판매 문제 해소와 자산관리서비스 수요 대응을 위해 독립투자자문업을 도입했다.

국내에서도 독립투자자문업이 전문성, 신뢰성,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활용 방안을 적극 모색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연금화 유인 제고’를 위해 장기 가입자의 인센티브 제공을 확대할 방침이다.

우리나라는 법적으로 각 금융업권별 상이한 연금 기준을 갖고 있고 수수료는 일반 금융상품과 동일한 체계가 적용돼 장기운용 및 수급 등 연금 고유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 있어 왔다.

정부는 내년부터 연금상품의 수수료, 보수에 대한 표준화된 기준을 마련하고 연금상품을 장기간 유지할 경우 수수료, 보수 할인 등 가입자의 인센티브 제공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개인연금활성화법으로 통일된 규율체계 마련
현재 각 업권에 따라 개별적으로 규율되고 있는 개인연금제도는 앞으로 ‘개인연금활성화법’이라는 하나의 종합적인 규율체계로 통일될 전망이다.

국내 개인연금제도는 세법 및 각 업권법에서 제도를 규율하고 있어 가입, 운용, 지급, 인센티브 제공 등을 모두 포괄하는 제도적인 틀이 지속적으로 요구돼 왔다.

개인연금활성화법이 제정되면 각기 다른 수수료 및 공시체계가 일괄 개선돼 소비자가 연금상품을 보다 편리하게 비교 선택할 수 있다.

또 향후 연금제도 개선 시 여러 법령을 동시에 개정할 필요가 없어 신속하고 유연한 대처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개인연금활성화법에서는 연금상품 특성을 반영해 가입, 축적, 운용, 수령 전 단계를 포괄하는 별도의 연금 가입자 보호체계도 마련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은행, 보험사, 증권사 등 연금사업자를 중심으로 등록요건, 사업자 책임, 가입자 보호사항 등을 마련하고 장기간 납입·지급하는 상품특성에 맞게 수익률 및 수수료 등에 대한 표준화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연금자산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개인연금계좌’도 도입한다.

개인연금계좌는 은행, 보험, 증권 등 개인이 가입한 연금사업자의 개별 금융상품을 종합적으로 가입 운용할 수 있으며, 한 계좌에서 연금자산의 포트폴리오, 수익률 및 비용, 예상 연금수령액 등을 통합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개인이 연금자산 관리를 하는데 있어 유용한 제도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퇴직·국민연금…중소기업 및 금융산업과 ‘윈윈’
우리나라 퇴직연금제도는 전체 사업체의 16.7%(29만3000개소), 상용근로자의 51.6%(568만명)가 가입해 도입 10년 만에 적립금이 111조2000억원으로 확대됐다.

국내 퇴직연금 또한 개인연금과 같이 원리금 보장상품에만 편중돼 있으며 퇴직자 대부분 퇴직급여를 일시금으로 수령해 노후자산으로서 활용도가 미흡한 상황이다.

정부는 근로자의 수급권 강화를 전제로 퇴직연금제도의 다양한 운용방식을 검토 중이다.

현재 △가입자 상황에 맞는 운용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대표 포트폴리오 △랩어카운트 등 투자일임형 △가입자 운용지시가 없는 경우 안정성과 수익성이 조화된 상품으로 자동운용하는 적격자동투자옵션(Default option) △계좌이동 간소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퇴직금 체불방지 및 근로자 노후소득 보장강화를 위해 퇴직금 제도에서 퇴직연금 제도로의 단계적 의무화도 추진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부담금과 수수료를 일부 지원하는 등 가입부담을 완화시킨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제도’를 도입하고 비정규직 근로자의 퇴직급여 적용 확대 등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현재 퇴직연금제도 의무화 및 중소기금제도 도입, 퇴직급여 적용확대는 관계부처 합동대책으로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국민연금과 금융산업의 연계도 강화한다.

국민연금의 적립금은 올해 6월 기준 약 496조2000억원으로 일본, 노르웨이와 함께 세계 3대 연기금으로 성장하고 있다.

적립금 규모가 2020년 847조원, 2043년에는 최대 2561조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금융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커져 동반 성장을 위한 전략을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정부는 국민연금 기금 운용 시 국내 금융시장과 연계를 확대하기 위해 위탁운용 성과가 우수한 금융회사는 위탁운용사에 대한 보수한도를 상향해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운용기관을 내실 있게 활용할 예정이다.

또 운용능력이 우수한 국내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해외투자 시 국내 위탁운용사를 활용해 해외투자 참여기회를 확대하고, 국내 은행 및 보험사 등과 공동프로젝트를 발굴해 국민연금과 국내 금융산업의 동반성장을 도모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별도의 입법조치가 필요 없는 사항부터 추진해 종합적인 규율체계를 신속히 마련하고 과제별 후속조치 사항은 관계부처 협의 등을 거쳐 내년 초부터 속도감 있게 순차 추진할 방침이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