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나침반 “기회는 스스로 찾는 것” 내 인생의 책

▲ 수협은행 강신숙 부행장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삶은 타자와의 경쟁 아닌 자신과의 레이스”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세르반테스는 ‘도전하는 삶만이 가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소설 《돈키호테》를 썼다. 이 책에서 세르반테스는 기회의 소중함을 아는 편력기사가 돈키호테에 말하는 소네트의 형식으로 전달한다.

“운명의 여신을 발아래 꿇렸고 나의 분별력은 기회의 여신의 앞머리를 움켜잡고 쉬지 않고 다녔노라.”

기회가 올 때마다 쉬지 않고 여기저기 돌아다녀야만 삶의 가치를 찾을 수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사마천은 《사기》에서 “공은 이루기 어렵고 잃기는 쉬우며, 때는 얻기 어려운 반면 놓치기 쉬운 법”이라고 말하고 있다. 기회가 그렇게 쉽게 오지 않고 기회를 알아보고 잡아채기도 어렵다는 것을 강조하는 말이다.

국내 은행권에서 여성이 처한 입장이 바로 그렇다.

최근에는 여성 은행장은 물론 임원들이 다소 등장했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유리천장을 통과한 여성 임원은 눈을 씻고 찾아도 찾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지금 그 유리천장이 해체되었다는 말은 아니다. 여전히 은행 등 금융권은 특유의 보수적 문화로 인해 여성들의 ‘별 달기’(임원 승진)가 쉽지 않다.

수협은행의 강신숙 부행장은 그런 유리천장을 돌파한 몇 안 되는 여성 임원이다. 그녀가 처음 입행했을 때만해도 여직원은 결혼하면 자연스럽게 은행을 그만 두는 것이 관행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대출업무는 언감생심, 여직원에게 맡기지 않는 남성들의 고유한 영역처럼 여겼다고 한다.

강 부행장은 여자에게 대출과 같은 업무를 맡기지 않는 금융권의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각종 대출서류를 보면서 조건과 상황에 따른 처리방법을 어깨너머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게 업무에 자신감이 붙은 강 부행장은 지점장을 찾아가 대출업무를 맡겨달라고 부탁했고 결국에는 스스로 자신의 업무 폭을 넓혀가며 금녀의 벽을 하나씩 헐어냈다고 한다.

그런 삶을 살아온 강 부행장에게 “기회는 스스로 찾는 것”이라는 좌우명은 너무 자연스럽다. 사마천이 잡기 어렵다고 한 기회를 돈키호테의 마음으로 찾아내 본인의 힘으로 기회의 여신의 몇 가닥 안 되는 머리카락을 잡은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작가 소포클레스는 “스스로 돕지 않는 자는 기회도 힘을 빌려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강 부행장처럼 준비하고 기다리지 않으면 기회가 오더라도 놓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강 부행장의 노력은 영국의 19세기 언론인인 S. 스마일스가 말한 “만약 좋은 기회가 찾아오지 않으면, 스스로 좋은 기회를 만들어내라(《자조론》)”는 말에 가깝다. 그리고 “적임자란 기회를 잡아채는 자다”라는 괴테의 말을 충실히 실천한 결과이기도 한 것이다.

#“삶은 나 자신과 벌이는 레이스”
강 부행장은 무인도에 가져갈 한 권의 책으로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골랐다. 소중한 것들의 가치를 깨닫게 해주는 책이라는 것이 선정이유였다.

조급한 마음에 안정을 찾게 해주고 삶에 용기와 여유를 준다는 점에서 인생의 책으로 선정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강 부행장은 이 책에서 “삶은 다른 사람들과 경쟁이 아닌, 나 자신과 벌이는 자기 레이스입니다”라는 구절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한다. 자신이 살아온 삶의 궤적을 고스란히 녹여낸 말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녀는 장기적인 인생의 비전을 세운 후,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누군가에게 의지 않고 스스로 노력하여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녀의 그런 일상 속의 고된 하루는 내일의 꿈을 위한 발판으로 삼았다고 한다. 한마디로 끊임없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지 않고 살아온 결과라는 것이다.

플라톤은 “인간 최대의 승리는 내가 나를 이기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성경에도 “자기의 마음을 다스리는 자는 성을 빼앗는 자보다 나으리라”라고 말하고 있다. 혜민 스님의 말 한마디는 동서를 뛰어넘는 삶의 진실인 것이다.

1년에 30여권의 책을 읽는 강 부행장의 손에는 올해의 베스트셀러 중 하나인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 잡혀 있다. 그녀는 인문학은 ‘왜’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함으로써 다양하고 넓은 시각을 갖게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경영자는 기업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무언가를 얻는다고 설명한다. 아마도 그런 마음으로 이 책을 보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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