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2024년 사이 주택 넘쳐날 것

<대한금융신문=문혜정 기자> 우리나라의 극심한 인구 고령화가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인구 고령화와 함께 베이비부머 세대 등이 은퇴 이후 금융부채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에 적극 나설 경우 부동산 시장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 이후 대거 부채 청산에 나설 경우 부동산 등 실물자산 공급이 급격히 증가하며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시장에서 수급 불균형이 발생하면 부동산 가격 하락 압력이 커질 수 있다.

한국은행이 우리나라 가계의 금융부채·자산·소득 변화를 연령에 따라 분석한 결과 국내 가계는 금융부채를 57세까지 확대하다 1차 은퇴 직후인 58세 이후 부채를 축소해 나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차 은퇴 직후인 58~64세보다 2차 은퇴 시기인 65세 이후 실물자산을 처분하는 방식으로 부채를 크게 축소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55∼74세 가구의 실물자산 비중은 약 80%로 미국에 비해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이 2~3배 높은 수준이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가구당 평균 금융부채 보유규모는 50대까지 증가했다가 60대 이후 감소하고 있다.

금융부채 보유가구 비중도 50대 65.1%에서 60대 48.2%, 70대 이상 20.8%로 급격히 하락해 연령이 높아질수록 빚을 갚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이 85∼115% 수준으로 현재 우리나라 고령층 인구가 빚을 크게 줄이기 위해서는 실물자산을 처분하는 방법 외에는 다른 방법을 찾기 힘들다.

부동산 가격 하락은 부동산의 핵심 수요층인 자산축적연령인구의 감소도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국은행의 보고서에 따르면 자산축적연령인구인 35∼59세의 비중은 내년 40.4%로 고점을 찍은 후 2018년 이후 감소세로 전환돼 10년 동안 3.8%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자산축적연령인구의 감소 규모와 60세 이상 고령인구의 증가 규모가 가장 큰 2020∼2024년에 집을 팔아 빚을 갚는 현상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부채의 축소가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면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고령가구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작년 3월 말 기준으로 부동산 가격이나 소득 감소에 취약한 ‘한계가구’의 42.1%가 50∼60대로 나타났다. 한계가구는 가처분소득 대비 채무상환비율(DSR)이 40%를 넘고 금융순자산이 마이너스(-)인 가구를 말한다.

한국은행은 “인구 고령화의 가계부채 영향은 3~4년 후부터 점차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고령화 이슈는 단기 대응이 어려운 만큼 가계부채 관리 지속, 부동산 금융 활성화, 고령층 맞춤형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부동산 시장 안정과 가계 부채의 관리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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