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금융신문=문혜정 기자> 통계청에 따르면 50대 가구 비중이 내년을 고점으로 하락세로 전환되고 60세 이상 가구 비중이 2033년 50%를 넘어설 전망이다.

한국의 60세 이상 가구는 젊은 연령층에 비해 평균적으로 가계소득과 평균소비성향이 낮고 소비품목도 30~50대 가구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구 고령화에 따라 60세 이상인 가구주가 증가하고 39세 이하 가구주가 감소하는 현상이 지속되면 이 같은 가구 구성 변화가 장기간 한국경제의 소비여력을 축소시키고 소비품목 변화에 따라 산업구조까지 변화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가구주 평균 연령 50대로 상승해
한국 가구주의 평균 나이가 50대로 상승했다.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인구 고령화의 영향으로 과거 12년 동안 가구주 평균 연령이 5.1세 상승해 2003년 45.2세에서 2015년 50.3세로 높아졌다.

가구주 연령이 60세 이상인 가구 비중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내 총 가구수는 2003년 1547만 가구에서 2015년 1871만 가구로 12년 동안 연평균 1.6% 정도 증가했지만, 60세 이상의 가구주 비중은 같은 기간 13%에서 23%로 증가했다.

반면 39세 이하의 가구주 비중은 2003년 34%에서 2015년 22%로 크게 감소했다.

연령별 가구주 비중의 변화는 나라의 경제성장과 산업구조 전반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현재 국내 60세 이상 가계소득(명목)은 평균소득 대비 30% 이상 감소하고 소득 절벽에 직면한 상태다.

50대까지의 가계소득은 평균소득 대비 10~11% 높지만 60세 이상이 되면 평균소득과 비교해 33.8% 급격히 낮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지난 12년 동안 60세 이상 가계소득 증가율은 연평균 4.2%로 40~50대의 4.7~4.8%보다 낮아 60세 이상 가구의 소득감소 문제는 심화되고 있다.

금액 기준으로 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60세 이상 가계소득과 평균소득의 격차는 2003년 -84만원에서 2015년 -146.8만원으로 62.8만원이나 격차가 벌어졌다.

이렇게 은퇴 이후 가구소득이 급감함과 동시에 부모를 부양할 수 있는 자녀는 줄어들어 일부 고령층의 경제적 어려움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통계청이 전국의 표본가구 2만 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201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만 보더라도 정년 퇴직과 회사 청산 등으로 가구주가 은퇴한 가계 60%가 생활고에 허덕이고 있다.

가구주가 은퇴한 가계의 20.4%는 생활비가 ‘매우 부족하다’고 답했으며 생활비가 ‘부족하다’는 답변도 41.7%에 달했다.

가구주와 배우자의 생활비 충당이 ‘충분히 여유 있다’고 답변한 사람은 1.7%에 불과했으며 ‘여유 있다’는 답변도 6.2%에 그쳤다.

가구주의 은퇴로 근로 소득이 사라진 가계의 62.1%가 부족한 생활비로 살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가구주가 은퇴한 가계의 생활비 마련방법은 기초생활보장 급여와 같은 ‘공적 수혜금’이 28.3%로 가장 많았으며 △가족 수입, 가족·친지 등의 용돈 28.1% △공적연금 25.4% △임대수입 등 기타 9.2% △개인 저축액 또는 사적연금 9.1%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소비력↓…가계성장률 하락의 한 축
한국인들의 연령별 평균소비성향은 자녀 양육 등 경제활동이 왕성한 40대가 가장 높고 50대와 60대로 갈수록 낮아진다.

한국의 연령별 소비성향은 W자 형태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 60세 이상 평균소비성향이 급격히 낮아지면서 50대를 중심으로 계단형으로 하락하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

2010년 이후 연금 등 비소비지출 증가와 가계부채 원리금상환 증가, 노후에 대한 불안감 확대, 주거비용 상승 등으로 전 연령에서 평균소비성향이 하락했다.
특히 60세 이상 가구의 평균소비성향은 2003~2007년 80% 대에서 2015년 69%로 낮아져 하락폭이 가장 컸다.

고령 가구가 증가하고 젊은 가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연령별 소비패턴 차이는 국내 산업구조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60세 이상 가구는 식료품, 보건, 주거 관련 소비지출 비중이 높은 반면 30~40대 가구는 교육, 오락·문화, 음식·숙박, 교통 등의 소비지출 비중이 높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는 60세 이상 고령가구의 비중 상승과 평균소비성향 하락 등에 따른 가계의 소비능력 저하가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 하락 배경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은 2000년대 3% 중후반 수준이었지만 최근 3% 초반으로 낮아졌으며 일부에서는 2% 후반이라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공적·사적연금제도 확대 시행에도 불구하고 노후소득 부족 문제는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60세 이상 가구의 경우 노후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상태에서 노후에 대한 불확실성까지 지속돼 고령층의 소비지출은 더욱 억제될 전망이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이승훈 연구원은 “고령화 시대에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고령층의 소비성향 증가와 사교육비 절감, 출산율 확대 정책 등의 구조적인 변화가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원은 “고령층 취향에 맞춘 수요 발굴을 통해 소비성향을 높이고 노인일자리와 연금수익률 개선, 사회보장 강화 등을 통해 미래소득에 대한 불확실성을 낮춰 고령 가구의 소비성향을 확대시킬 필요가 있다”며 “40대부터 노후준비를 할 수 있도록 40대 가구의 사교육비 부담을 축소시키는 정책적 노력과 함께 젊은 가구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출산을 장려하는 제도적 변화, 신뢰할 수 있는 보육시스템 구축 등 육아 정책이 동반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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