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급락·금리인상으로 투자금 대거 회수

유동성 위기 시 신흥국 회사채 매각 불가피

 
<대한금융신문=김미리내 기자> 최근 미국의 정크본드 투매현상으로 일부펀드의 경우 환매중단, 청산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어 신흥국채권시장으로 위험이 전이될 것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정크본드 펀드 중 상당수가 신흥국 회사채에 투자하고 있어 향후 유동성 문제 발생 시, 신흥국 회사채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져 대규모 매각이 불가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한주 동안 미국의 정크본드 펀드에서 총 38억1000만달러의 자금이 순유출되면서 2014년 8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유가급락,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정크본드 투자자들이 투자자금 회수에 나선 까닭이다.

정크본드(고수익채권)는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로 원리금 상황에 대한 불이행 위험이 큰만큼 이자가 높다.

국제원유 가격 상승기 때 셰일에너지 회사 발행 채권이 정크본드 펀드에 대거 포함됐으며, 최근 원유개발업체 부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정크본드 시장에 대한 우려가 급증하고 있는 것.

미국 금융시장에서는 정크본드와 신흥국 회사채를 고위험·고수익 성격의 비슷한 자산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펀드자금 유출이 지속되면 미국의 정크본드 유동성확보 수요가 증가해 신흥국 회사채 투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심윤보 연구원은 “일부 펀드들의 신흥국 채권 편입비율은 2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투자자산의 투자등급이 하락해도 신흥국 회사채 매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정크본드 투매가 신흥국 회사채 투매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은 편”이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투자자들이 위험을 선반영해 이미 환매했기 때문에 펀드 레버리지가 낮고 포트폴리오 다양화로 여파가 제한적일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15대 신흥국 채권펀드 순자금유출이 올해 11월까지 49억달러 수준으로 연초부터 자금유출이 진행되는 등 이미 투자자들이 환매에 나서며 지난 2013년 순유출을 기록했던 것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기 때문이다.

또한 정크본드 시장에서 과거 위기 때 보였던 높은 레버리지와 집중적인 베팅 등의 특성을 보이지 않고 있는 점도 신흥국 회사채 시장으로의 위험전이 가능성이 낮다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최근 써드 애비뉴(Third Avenue), 스톤 라이온 캐피탈(Stone Lion Capital) 등이 자금유출 압박으로 정크본드 환매를 중단했지만, 써드 애비뉴의 경우 투자포트폴리오 투명성이 떨어지고 거래가 제한적인 채권에 집중된 모습을 보인 반면 레버리지는 없었기 때문이다.

국내의 경우 투자금 대부분이 펀드에 집중돼 있는 글로벌 하이일드펀드에서 자금유출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그 규모가 크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연초 매월 1000억원대의 자금유출이 이어졌으나 9월 이후부터는 300억~400억원 대로 감소하는 추세다.

그러나 정크본드, 미 국채 간 수익률 스프레드가 7% 수준으로 확대된 만큼 차후 위험전이 가능성에 대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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