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금융신문=문혜정 기자> 우리나라 경증치매자는 정부(노인장기요양보험)와 민간(금융회사) 모두에게 보호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일본에서는 경증치매자를 위한 신탁상품 개발을 통해 증가하는 치매환자 수요에 대응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관련 상품 도입이 미흡한 상황이다.

경증치매 걸리면 평균 5000만원 소요
경증치매란 걷기, 앉기, 화장실 가기 등 일상생활활동(ADL)에는 제한이 없지만 교통수단 이용하기, 외출하기, 금전활동하기 등의 수단적 일상생활활동(IADL)에는 제한이 따르는 상태를 말한다.

공통적으로 ‘방금 전에 들었던 이야기나 일을 잊어버림’, ‘주어진 상황에 대한 판단력이 떨어짐’, ‘계산을 하지 못함’, ‘오늘이 며칠인지 모름’ 등의 인지장애를 가지고 있다.

신체 기능은 양호하지만 인지상태가 불안정해 누군가가 항상 곁에서 지켜봐야 하는 경증치매 환자는 전체 치매환자 중 58.8%에 달하는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하지만 국내 경증치매자들은 정부의 혜택에서 멀어져 있으며 금융회사 또한 관심 밖에 있다.

정부의 현행 장기요양보험제도는 신체기능 중심의 평가 구조로 경증치매자들은 대부분 등급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장기요양보험에서 당연히 제외되며 지역보건복지서비스 연계사업에서도 최소한의 돌봄서비스만 지원받고 있다.

금융회사의 민영보험에서도 경증치매자는 보장하지 않고 있으며 경증치매자 부양가족은 요양비 부담 때문에 환자를 자택에서 수발하거나 방치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우리나라 60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3%가 치매발병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으며 가족이 지게 될 부담에 대해 불안감이 커 스스로 준비하고자 하는 니즈가 아주 높았다.

하지만 경증치매자가 재가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소요되는 월간 최소비용은 154만원, 최대 비용은 165만원으로 추산되며 경증치매기의 소요비용을 합하면 최소 4763만원에서 최대 5158만원이 필요하다(보험연구원).

경증치매기와 중증치매기를 합한 치매 전 기간의 소요자금은 1억1200만~1억16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경증치매자를 돌보기 위한 비용을 개인 스스로 마련하기엔 어려움이 따를 수 밖에 없다.

일본, 후견인제도 활용한 치매신탁 판매
65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 인구의 26%로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금융권에서 경증치매자를 위한 치매신탁상품으로 후견인제도를 활용한 ‘후견제도지원신탁’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경증치매가 발병되면 병원진료, 금융거래, 부동산거래, 일상생활상 구매 등 많은 행위에 제한이 발생해 후견대리인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1999년 법정후견제도인 성년후견제도를 처음 도입한 일본은 후견인제도를 은행 예적금 관리, 해약 처리, 개호보험계약 처리에 주로 활용해왔다.

하지만 친족 후견인이 피성년후견인의 재산을 횡령하거나 유용하는 문제가 끊이질 않자 2012년 2월 후견인이 피성년후견인인 치매자의 재산을 마음대로 관리 및 처분하지 못하도록 ‘후견제도지원신탁’ 제도를 도입했다.

일본에서는 현재 미쯔비씨UFJ, 미즈호, 미쯔이스미토모, 리소나은행 등 4개 신탁은행에서 후견제도지원신탁을 판매하고 있다.

후견제도지원신탁은 후견제도에 의해 지원을 받을 사람(피성년후견인)의 재산 중 일상적 지출에 필요한 자금은 예·적금 등으로 남겨 후견인이 관리하고, 통상 사용하지 않을 자금은 신탁은행에서 위탁·관리하는 방식이다.

신탁목적, 교부금 청구·인출 방법, 중도해약, 원본보전, 예금자보호대상, 가정재판소의 관여 등 큰 골격에 대해서는 취급하는 모든 신탁은행이 동일하지만 신탁금액, 기간, 보수, 운용방법 등은 자율적 사항으로 신탁은행 간 차이가 있다.

후견제도지원신탁의 목적은 수익자를 위해 신탁재산을 보호하면서 신탁재산을 부정기적으로 정액 분할 및 교부함으로써 수익자의 생활 안정에 기여하고자 하는 것이다.

후견인이 치매자인 피후견인을 위해 신탁은행에 거래하는 일체의 중대한 내용에 대해서는 사전에 가정재판소의 지시서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또한 가정재판소는 치매자의 요양간호, 재산관리 및 기타 후견사무에 관해 후견인이 필요한 경우 보고나 지시 명령을 내릴 수 있고 사안에 따라서는 수시로 필요한 감독을 하거나 관리 상황을 보고 받을 수 있다.

치매관리비 부담…금융권의 능동적 역할 당부
빠른 고령화 사회가 진행되면서 우리나라도 치매관리 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치매신탁 시장은 경증치매기만 준비할 경우 최소 30조9000억원에서 최대 33조4000억원 시장 규모이며, 중증치매기까지 포함한 치매 전 기간을 대비해 신탁을 설정할 경우는 최소 72조9000억원에서 최대 75조500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황원경 연구원은 “치매시장은 불안감 증가와 가족에 의한 경증치매자 관리한계, 비용부담 증가 등으로 개인 스스로 대비하고자 하는 니즈가 계속 커질 것”이라며 “금융권에서는 경증치매자에 대한 치매신탁과 중증치매자에 대한 치매보험을 패키지로 개발하고 판매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보험권의 경우 치매신탁의 타겟고객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 경쟁력을 가지고 관련 시장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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