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09 20:30 (일)
[금융수장 워딩분석] 금투업계, 사자성어·전문용어로 메시지 전달
[금융수장 워딩분석] 금투업계, 사자성어·전문용어로 메시지 전달
  • 김승호 편집위원
  • 승인 2016.01.17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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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 상투적 문장이 제일” 처칠의 격언 새겨야

▲ 윈스턴 처칠

사내소통 아닌 기업홍보 관점서 신년사 작성해야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일반적으로 짧은 문장이 가장 좋고 그 중에서도 상투적인 표현의 문장이 제일이다.”

영국의 수상을 지냈으면서도 노벨평화상이 아닌 노벨문학상을 받은 윈스턴 처칠이 생각하는 좋은 글에 대한 정의다.

영국의 정치인으로서 그는 세 번의 수상을 역임할 정도로 뛰어난 정치력을 발휘했지만, 그런 그의 능력은 역사책을 즐겨 읽는 독서력에서 나왔다고 한다. 그런 만큼 그의 글쓰기에 대한 정의는 현재도 통용될 만큼 충분히 의미가 있다.

그런데 우리는 상투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싫어한다. 너무 식상하다는 생각 때문에 꺼리는 것이다. 그리고 ‘상투적’이라는 단어가 갖는 뉘앙스가 부정적이다 보니 스스로 거부반응을 보일 때가 많다.

그러나 한 번 듣고 머리에 남는 말은 상투적이며 촌스러운 말들이다. 이미 충분히 들었던 말이므로 익숙해서다. 물론 그렇다고 평범한 상투적 표현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의외의 상투성이 역설적으로 기억에 영향을 주는 것이지 평범함은 스쳐 지나가게 만든다.

그래서 우리는 남들과 이야기할 때 새로운 말, 참신한 말, 그리고 어려운 말을 사용하려고 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뭔가’ 새롭다고 순간 느끼면서도 시간이 지나면 휘발되어 버리고 만다.

또한 어려운 말은 화자(話者)가 뛰어난 전달력을 가지고 있더라도 청자(聽者)가 자기식대로 해석하거나 더 심한 경우는 전혀 다른 뜻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처칠은 그런 점에서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 ‘상투적’이라는 말을 쓴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의 신년사
은행에 비해 보수적 성격이 덜한 금융투자업계이지만 이곳의 신년사도 ‘금융권=보수’라는 등식을 깨지는 못했다. 가장 동적인 시장 분위기 그리고 상대적으로 젊은 고객층을 대상으로 하지만 사용하는 언어는 은행과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

금융투자업계도 어려운 한자 내지는 사자성어를 사용하여 메시지를 함축으로 전달하는 회사들이 상당히 존재한다.

핀테크와 빅데이터 등 기술 주도의 시장 변화, 그리고 미래에셋증권의 KDB대우증권 인수 등으로 업계의 판도가 새롭게 짜이고 있는 2016년. 금융투자업계의 핵심 화두도 ‘혁신’이다. 모든 증권사들이 ‘변화와 혁신’을 임직원에게 요구하고 있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이 주도하는 시장 재편은 리딩 경쟁을 하던 증권사들에겐 극복해야할 가장 큰 숙제로 다가온 상황이다.

이 같은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선택한 함축적 단어가 한자어와 외래어다.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맞바람을 향해 돛을 펴는 배처럼 어려움을 뚫고 나가자는 ‘역풍장범(逆風張帆)’을 주문했고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은 붓을 탓하지 않는다는 ‘능서불택필(能書不擇筆)’의 자세를 강조했다.

미래에셋의 KDB대우증권 인수로 업계 1위를 넘겨주게 된 NH투자증권의 김원규 사장은 ‘갑옷의 견고함이 병사를 이롭게 하나, 강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전쟁은 무기가 아니라 투혼으로 치른다’는 손자병법의 ‘갑견이병 부득이위강(甲堅利兵, 不得以爲强)’ 구절로 높은 파고를 헤쳐나가 줄 것을 요청했다.

삼성증권 윤용암 사장도 취임 초부터 강조해온 ‘무신불립(無信不立)에 이어 《사기》에 한 대목인 ‘선즉제인(先卽制人)’, 즉 남보다 앞서 일을 도모하면 능히 남을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KB투자증권 전병조 사장은 공자가 즐겨 썼다는 ‘견기이작(見機而作)’을 통해 기다리지 않고 기회를 보며 실행에 옮기는 실천을 강조했다.

모두 현재의 상황을 제대로 담아낸 한자 내지 사자성어다.

#신년사도 메시지 메이커
신년사는 임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CEO의 메시지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기자들의 손을 거쳐 언론에 노출이 된다면 차원은 달라진다. 이때부터는 사내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당연히 기업 홍보라는 관점에서 경제성과 효과를 따져가며 메시지가 생산되어야 한다.

신년사는 올 한 해의 주요한 경영전략과 기업의 목표를 담게 되어있다. 기사의 형태로 보도될 때 언론을 접하는 고객들이 어떻게 읽을지를 먼저 고려한 글쓰기가 우선되어야 한다. 고객의 입장에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고객의 언어를 사용해야지 경영상의 필요에 의한 전문용어는 가급적 삼가야 할 단어들이다.

또한 고객은 자신들이 듣고자 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이해하고 정리한다. 일부 금융투자기업의 광고는 이 원칙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고객의 관심사를 쉽고, 이해하기 편하게 정리하여 전달한다.

미디어의 원칙에 언론 기사와 광고가 다른 트랙으로 진행되어야 더 효과적이라는 말은 없다. 같은 차원의 이야기를 실리는 미디어에 따라 차이를 둘 수는 있으나 콘텐츠 자체가 다른 차원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기업 홍보의 일관성을 저해하기만 할 뿐이다.

처칠은 그래서 상투적인 표현을 사용하라고 한다. 어려운 한자성어보다 고객의 눈높이에 맞춘 쉬운 단어로 기업의 목표와 고객의 가치를 설명한다면 조금이라도 더 고객에게 다가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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