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A 투자일임형까지 확대되며 은행권 볼멘 소리

은행-증권, 자산관리시장 놓고 대립 극에 달해

황영기 회장이 금융투자업계의 구원 투수가 되면서 은행권의 질투 어린 시선을 받고 있다.

지난해 2월 금융투자협회 회장으로 취임한 황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일임자산 운용인력 업무제한과 증권사의 CMS(자동이체서비스) 이체한도 규제를 폐지하는 등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 갔다.

최근에는 금융권 최대 이슈인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투자일임형까지 허용되면서 그의 행보에 방점을 찍었다.

투자일임업은 고객 자산을 금융회사가 위탁받아 투자하는 행위로 은행에는 허가되지 않은 업무다. 지난 연말 금융당국이 ISA의 허용범위를 신탁업에서 투자일임형까지 완화하면서 자본금 130억원 이하의 중소증권사도 ISA계좌를 만들 수 있게 됐다.

ISA 도입 과정에서 금융당국에 적극적으로 업계의 의견을 전달해온 황 회장의 모습에 영업수익 악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은행권이 “당국의 의지에 황 회장의 목소리가 크게 반영되고 있는 것 같다”며 볼멘소리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현재 은행과 증권업계는 ISA를 넘어 자산관리(WM) 시장의 미래를 좌우할 투자일임업 허용 여부를 놓고 대립이 극에 달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에 투자일임업을 허용해주는 대신 증권사의 지급결제기능을 법인까지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은 두손들고 환영하지만 증권업계는 이 같은 발상 자체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우리나라는 은행에 투자자문업만 허용하고 투자일임업은 허가하지 않고 있다. 증권사 및 운용사, 보험사는 투자자문과 일임업무를 모두 할 수 있다.

은행은 안정자산을 중요하게 여기는 고객들에게 은행의 전문적인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하고, 다양한 금융회사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국내 자산관리시장의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증권업계는 은행의 투자업무는 투자일임업이 아닌 복합점포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금융개혁의 일환으로 2014년 10월 금융회사 점포 일부에 별도로 다른 금융회사가 영업소나 부스 형태로 들어와 운영하는 금융복합점포를 허용했다. 은행과 증권, 보험이라는 업권의 경계를 허문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은행은 정부에서 내놓은 복합점포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생각보다는 투자일임업을 가져와 직접 고객의 자산을 운영할 수 있게 되길 바라고 있다”며 “증권사의 지급결제 범위를 개인에서 기업으로 확대하는 것은 단순히 인프라를 넓히는 차원이지만 은행에 투자일임업을 허용하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영업환경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오는 3월 ISA 시행과 함께 칸막이 없는 금융권의 무한경쟁이 예고된 지금, 황 회장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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