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89조원 증발 … 올해 자금이탈 지속

터키, 브라질, 남아공 등 리스크 발생 우려돼

<대한금융신문=김민수 기자> 중국의 경기둔화로 지난해 신흥국에서 889조원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올해도 추가적인 자본유출이 예상됨에 따라 신흥국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로이터 등 주요 외신은 2000년대 중국의 고성장으로 약 10년간 3조달러에 달하는 자금이 유입되며 수혜를 입었던 신흥국이 몇 년새 중국경기 둔화로 심각한 자본유출 현상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국제금융협회(IIF)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금리인상, 달러화 강세, 중국경제 둔화 여파로 1988년 이후 처음으로 신흥국에서 순자본유출이 발생했다.

지난해 신흥국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총 7350억달러. 한화로는 약 889조원에 달한다.

펀드정보제공업체인 이머징포트폴리오펀트리서치(EPFR)는 신흥국의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의 경우 지난해 600억달러 가량이 매도되면서 과거 최고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IIF 헝트란 집행 전무이사는 “신흥국의 문제는 외부적 요인도 있지만 ‘생산성 저조’라는 내부적 요인도 있다”며 “그동안 해외자본과 투자를 유인했던 신흥국의 상대적인 생산성 우위가 약화되면서 자본유출도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에서 유출된 자본 규모가 6760억달러(약 818조원)로 전체 신흥국의 90%를 차지한다.

이에 대해 미국 대형은행 JP모건은 2014년 중반부터 중국에서 1조달러에 가까운 자본유출이 발생했다고 추정했으며, 인민은행의 외환보유액도 지난해 5000억달러 정도 감소한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중국의 순자본유출은 중국 기업의 생산성을 높였다는 분석도 있다. 위안화 약세를 예상한 중국 기업들이 지난해 달러 부채를 상환하며, 자금이 역외로 유출되는 과정에서 재무건전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올해도 신흥국의 자본유출은 계속될 전망이다.

IIF는 세계경제 둔화, 기업 부채 등으로 올해 신흥국의 자본유출 규모가 448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터키, 브라질, 남아공 등이 거시경제 취약성, 높은 기업부채, 심각한 재정수지 적자 등으로 자본유출에 가장 취약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흥국 경제의 회복 가능성 또한 낮아 불확실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ICBC스탠다드뱅크 데이비드스피겔 신흥시장 부문 대표는 “과거 아시아, 러시아, 브라질이 경제위기를 극복한 것과 달리 지금의 신흥국은 회복 요인이 없다”고 말했으며, UBS 마닉나라인 신흥시장 전략가는 “신흥국 시장이 2002~2007년의 고성장 시기로 돌아갈 가능성은 없다. 무역부문의 경우 오히려 1980년대와 같은 저조한 상황으로 돌아갈 위험이 높다”고 진단했다.

신흥국이 자본유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강도 높은 구조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멕시코 중앙은행 카르텐스 총재는 “신흥국이 대규모 자본유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2008년 금융위기 직후 주요 선진국들이 실시한 증권시장 개입 등의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성장여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강도 높은 구조개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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