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지 부정성 극복 위해 ‘싱싱한’ 단어로 바꿔야

CEO 대내 메시지, 추종자 아닌 협력자 관점 필요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보험업계의 2016년 화두도 은행, 증권과 별반 다르지 않게 ‘변화와 혁신’에 모아지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그리고 디플레이션에 대한 공포까지 만들어 내고 있는 유가 하락 등 해외 경제의 리스크 요인이 커져만 가고 있다.

또한 경제의 대외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석유, 조선, 전자 등 주력 산업이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국내 경제상황 마저 개선될 전망이 없는, 말 그대로 안팎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2016년이다.

이런 상황에서 보험 산업은 규제완화에 따른 상품 가격 자율화 및 온라인 슈퍼마켓, 복합점포 등 채널 다변화에 의한 극한 경쟁을 치러야 할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에 따라 보험권 전반이 지각변동에 대비하기 위한 ‘변화와 혁신’의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부정적 메시지의 반복은 ‘피로감’만
하지만 ‘변화와 혁신’은 가급적 짧은 시기에 집중해서 완수해야 할 가치다. 길어지면, 그리고 쉬지 않고 반복하면 쉽게 피로감에 빠지게 되는 것이 사람이며, 조직이다.

정치에서의 ‘개혁과 혁신’도 근본적인 틀을 흔드는 과제여서 길어지면 자연스럽게 반대의 목소리가 사방에서 터져 나오듯이 경영에서의 ‘변화와 혁신’도 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우리 경제계에서 ‘변화와 혁신’이라는 과제는 지난 십수 년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 ‘단골’ 단어이다. 보험업계는 물론 일반 기업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특히 20세기 말 이후 큰 틀에서 불어온 우리 경제의 제도 및 정책적 변화는 기업들을 극한 경쟁으로 치닫게 했다. 더욱이 과학기술의 발전은 금융산업의 기본 틀까지 바꿔놔 ‘변화와 혁신’은 생존을 위한 필수적 과제로 다가왔다.

하지만 좋은 말도 한 두 번이라고 말하듯이 아무리 좋은 ‘변화와 혁신’도 같은 내용이 계속 반복되면 정치에 대한 ‘개혁 피로감’과 동일한 ‘피로’를 느끼게 된다. 그래서 메시지를 책임지는 부서에선 매번 다른 단어로 CEO의 단어를 채우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세기 말부터 근 20년의 기간은 한국경제에게 위기처럼 다가온 시기였다. 따라서 상황의 절박성을 강조할 수밖에 없었고, 그 절박성은 부정적 단어의 언급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최근 금융권 CEO의 메시지에서 긍정성을 찾아볼 수 없었던 이유다.

CEO의 메시지는 불가피하게 동일한 상황을 반복하더라도 조직원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그 단어는 되도록 긍정적이며 고무적인 뉘앙스를 띄어야 한다. 그래야 ‘피로감’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말은 싱싱해야 한다
이처럼 같은 성격의 이야기를 반복해야 할 경우, 효과적인 메시지 구사법은 낡은 개념에 새로운 뜻을 불어넣는 것이다. 구태의연한 이야기도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면 긍정의 메시지로 변환되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쉽게 싫증을 내고, 충격적이거나 놀랍지 않은 이야기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시대에선 특히 새로운 관점에서 단어를 해석할 필요성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식으로도 생각할 수 있구나’하는 느낌을 전달하면 그 순간부터 단어는 새로운 형태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부정적 느낌이 드는 단어이지만, 하나금융 김승유 회장의 ‘빙하기’ 표현은 새로운 뉘앙스를 주지 않았음에도 ‘엄혹함’을 적절히 표출해준다. 부정의 부정 효과로 피로감을 느끼기보다는 새로운 각오를 갖도록 유도하는 효과가 단어에서 파생하는 것이다. 또한 빙하기는 ‘고객의 기쁨’으로 이어져 전체적인 문장의 느낌이 따뜻해져 긍정의 효과를 살린 경우다.

물론 김승유 회장의 이 메시지는 ‘빙하기’를 견뎌준 임직원의 노고에 대한 고마움과 적절한 보상정책이 뒤따라야 효과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김정남 동부화재 사장의 ‘대격변’이라는 단어도 ‘빙하기’에 못지않은 싱싱함을 보여준 단어다. 부정성은 ‘빙하기’보다 적으면서 전달력은 유사하다는 점에서 그렇다.

#CEO는 영감을 주는 사람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노리아 학장은 비즈니스 리더는 임직원에게 비전을 제시한 후 조직원들이 스스로 따라가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유능한 인재들의 도전의식을 자극시켜야 한다고 덧붙인다.

한 마디로 CEO는 조직원들이 기업의 목표를 향해 달려갈 수 있도록 영감을 주고 추동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CEO는 조직원을 추종자로 생각하지 동반자라고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이 같은 성향은 보험사를 포함한 금융권도 예외는 아니다.

‘변화와 혁신’이 절박한 2016년에 필요한 리더십은 농경사회의 카리스마적 리더십도 아니며, 자본과 힘을 앞세운 산업시대의 관료주의형 리더십도 아니다. 설득이 되어야 따를 수 있고 또한 이끌 수 있는 상호주의적 리더십의 협력 모델이 만들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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