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카드사 영업환경도 ‘백척간두’

진화론적으로 비관론이 더 설득력 있게 느껴져
“함께 헤쳐 나가자”는 요구 담아 낙관론 마무리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카드사 CEO들은 2016년 경영환경을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고 진단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한국은행 기준 금리인하 등으로 수익성이 떨어졌고, 핀테크 업체와의 지불결제 시장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가맹점수수료 인하만으로도 연간 6700억원의 수익 감소가 예상되고, 간편결제시장에 삼성페이 및 네이버페이 등 새로운 경쟁자들이 고객친화적 기술을 무기로 진입하고 있는 데다 SNS(소셜관계망)와 휴대전화망의 우월적 지위를 보유한 인터넷 전문은행까지 등장할 예정이어서 카드사 영업 이래 최대의 시장 변화가 예고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시장 상황을 반영하듯 카드사 CEO들의 목소리는 어둡고 비장하기까지 하다. 한마디로 ‘위기’의 시대라는 것이다.

그런 분위기를 하나카드 정해붕 사장은 ‘백척간두’의 위기로 규정하고 있다. 신한카드 위성호 사장은 경쟁자에게 대응할 틈을 주지 않도록 신속한 행동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도 카드사라는 이름표를 떼고 무슨 사업을 하고 있는지를 생각하고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BC카드의 서준희 사장과 롯데카드의 채정병 사장은 ‘익숙함’을 떨쳐버릴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익숙함이 변화의 발목을 잡는 장애물이기 때문이다.

# 왜 비관론적 메시지인가
이 같은 비관적 전망의 원인은 올해 경기전망 자체가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카드사를 포함한 금융업만이 그런 것이 아니라 전 산업부문이 동일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경기전망 때문에 CEO들의 메시지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비관론’은 그 논의의 ‘맞고 틀림’을 떠나 나름의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CEO 메시지의 설득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프레임으로 볼 수 있다.

일리노이대학교의 경제사 교수인 디어드리 맥클로스키는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에 대한 서평에서 “사람들이 세상이 망해가고 있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 하는 이유를 도무지 이해 못 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만큼 비관론이 대중들에게 설득력을 발휘한다는 역설이다.

150년 전 존 스튜어트 밀은 〈완전성에 대한 강연〉에서 “내가 본 바에 따르면 많은 이에게 현자로 칭송받는 것은 남들이 절망할 때 희망을 품는 사람이 아니라 남들이 희망을 품을 때 절망하는 사람이다”라고 적고 있다.

대중과학 저술가인 매트 리들리는 자신의 책 《이상적 낙관주의자》에서 20세기 내내 인류는 유행에 따라 비관해야 할 이유를 바꿔가며 비관주의를 지속적으로 유지했다고 말한다.

우리에게도 보릿고개조차 넘기기 힘들었던 1960년대, 세계는 인구폭발과 기근의 비관론에 휩싸였다. 우리나라도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표어를 내세우고 국가가 가족계획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던 시절이었다.

1970년대에 들어서는 두 차례의 석유위기를 겪으면서 인류는 자원고갈이라는 이슈에 빠져들었다. 자원이 부족했던 우리나라도 국가가 나서서 에너지절약 운동을 벌였을 정도였다.

그리고 1980년대에는 산성비, 1990년대에는 세계적인 유행병, 그리고 2000년대에 들어서는 지구온난화가 비관론의 주인자리를 틀어쥐고 있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낙관론보다 비관론에 더 잘 설득되는 것일까?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심리학자이자 경제학자인 대니얼 카너먼은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진화론에 입각해 설명하고 있다.

인류는 오랜 진화의 역사 속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사건에 대해 효율적으로 ‘주의’를 할당하는 능력을 매우 섬세하게 개발해 왔다고 한다. 그래서 심각한 위험이나 가장 유망한 기회에 관심을 갖고 재빠르게 반응하면서 자신의 생존 가능성을 확대했다는 것이다.

특히 기회보다 위협을 더 긴급하게 여기는 생명체들이 생존과 번식 가능성이 높았다고 한다. 따라서 인간의 진화도 기회보다 위협을 더 빠르게 인식하고 대처하도록 유전되어 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낙관론보다 비관론이 더 설득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 CEO의 메시지는
그렇다고 2016년 국내 카드사의 CEO들이 비관론의 전도사라는 말은 아니다.

CEO의 메시지는 조직이 향해 걸어가야 할 지향점이다. 모두가 하나의 마음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때로는 치어리더가 되어야 하고, 때로는 거친 파도와 맞서는 터프한 선장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때로는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는 냉철한 이성의 소유자로 보이기도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CEO들의 언어는 비관적 요소를 내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마무리는 “같이 헤쳐 나가자”라는 독려의 문구로 정리하게 된다. 위기의 극복은 비관론만으로 안 된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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