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주도 사회 주도권, 경영 아닌 기술에 있어

▲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은 올해의 키워드로 디지털을 선택했다. 사진은 한 회장이 2016년 신한경영포럼에서 경영전략을 발표하는 모습.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 2016년 키워드 ‘디지털’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1903년 불과 12초 동안 36미터를 날았던 인류는 66년 후(1969년) 지구로부터 38만km 떨어져 있는 달까지 날아간다.

높이 날고자 했던 이카루스는 뜨거운 태양열에 밀랍이 녹아 바다로 떨어져 죽었지만, 현대 인류는 뛰어난 철기문명을 이용해 신화의 대상이었던 ‘달나라’를 과학의 대상인 ‘달’로 변화시켰다.

그리고 1977년 지구를 떠난 ‘보이저 1호’는 36년(2013년)을 비행해 태양계를 벗어났으며 지금은 지구로부터 201억km 떨어진 곳을 날고 있다고 한다. 빛의 속도로 날아갈 경우 18시간이 걸리는 거리라고 하니 까마득히 먼 곳이라는 것 말고는 체감되지 않는 거리를 인류가 개발한 기술과 기계가 날고 있는 것이다.

1895년 뤼미에르 형제는 3분짜리 상업영화 ‘기차의 도착’을 만든다. 그런데 100년이 조금 넘은 지금 우리는 2시간짜리 영화를 무선인터넷을 통해 지하철 또는 버스 안에서 휴대폰으로 보는 시대를 살고 있다.
1GB용량의 영화를 휴대폰에 다운받는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21초에 불과한 세상이다.

한 마디로 경이로운 기술의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가파르게 발전하던 기술은 20세기를 분기점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특히 20세기를 넘긴 인류는 ‘제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혁명을 경험하고 있다.

# 디지털이 주도하는 사회
그래서일까? 놀라운 발전을 거듭하는 기술 앞에서 경영은 속수무책으로 주도권을 내주고 생존을 위한 변화와 혁신의 목소리만 내고 있다. 은행을 포함한 금융권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 사회는 디지털이 변화를 주도하는 새로운 사회로 접어들었다.”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2016년 신년사에서 한 말이다. 디지털 기술이 사회를 주도적으로 변화시킨다는 함의는 기술이 금융업의 정체성까지 변화시키고 있다는 뜻을 함께 가지고 있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의 출현을 목전에 두고 있고, 실물경제의 플랫폼 자체가 인터넷 및 모바일 환경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점에서 더 이상 ‘디지털’을 등한시 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그의 목소리에서 느껴진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키워드는 ‘디지털’이다. 오래전부터 금융권에서 디지털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2016년 불고 있는 바람은 과거의 그것과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창조적 혁신 등의 수사보다 더 절실함이 묻어나는 대목은 ‘2016년 신한경영포럼’에서 한 회장이 말한 잉카제국의 몰락 사례였다.

외부환경에 무지했던 잉카제국의 아타우알파 황제는 8만의 대군이 있었음에도 스페인의 하급귀족 프란시스코 파사로가 이끄는 168명의 군사들에게 무참하게 패했다고 말하는 한 회장은 ‘디지털’에서 ‘파사로’를 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한 회장은 “환경과의 끊임없는 교류를 통해 외부 환경의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기술이 주도하는 사회에서 도태당하지 않는다”며 “기업도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내린 한동우 회장의 결론과 같은 말은 다음과 같다. “진화는 한 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누적되는 변화의 결과다.”

한 번의 강도 높은 개혁으로 모든 것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많은 사례를 통해 확인하고 있다. 한 회장은 그런 점에서 누적된 변화, 즉 지속적인 변화의 움직임을 통해 창조적 혁신을 일궈달라고 신한인들에게 간절하게 요청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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