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변신 위해선 CEO의 변신부터 시작돼야

▲ 롯데카드 채정병 사장
그룹 및 카드사 임원의 진정성 있는 노력도 중요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자연은 변화 속에서 생존을 모색한다. 변화하지 않는 것은 모두 죽기 때문이다.

봄에 새로운 생명은 태양빛과 적절한 빗속에서 생육을 거듭한다. 그런데 만약 꽃을 피우지 않는다면, 다음 생명을 만들 씨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이파리를 키워 전체 광합성량을 높이지 못한다면 그 식물 전체에 공급할 산소와 엽록소를 충분히 생산하지 못하게 돼 결국에는 자연 속에서 도태되고 만다.

가을이 들어 나뭇잎이 울긋불긋 채색을 하는 이유도 차가워지는 자연환경에서 나무의 생존을 위한 변신일 뿐이다. 사람들의 눈에 단풍은 낭만일지 모르지만, 자연에서의 단풍은 생존을 위한 자구책인 것이다. 칼바람 부는 겨울이 되었을 때 여름내 광합성을 하던 이파리가 그대로 달려 있다면 나무는 영하의 날씨에서 체온을 유지할 수 없으며 겨울 건기 동안 수분까지 빼앗기게 된다.

따라서 나무의 생육과정은 오랜 진화과정에서 체화된 DNA에 따른 생존을 위한 변신이며, 이를 우리는 자연의 섭리라고 부른다.

이 같은 자연의 이치를 깨달은 고대인들은 ‘변신’을 입 모아 찬양한다. 그리고 오늘 날의 우리는 그 찬양의 결과를 이야기(신화와 전설)와 제의(통과의례)를 통해 확인한다.

고대인들이 만든 이야기의 모티브에는 꼭 ‘변신’이 포함되어 있으며, 그 이야기의 주인공은 거의가 영웅이었다. 그리고 고대인들은 영웅이 되고자 성년식을 포함한 각종 제의를 겪어내고, 부족 차원에서 그들의 ‘변신’을 축하하곤 했다. 이것이 자연과 그 일부인 인류의 역사 속에 형성된 ‘변신’의 의미다.

# 절체절명의 롯데카드
ICT기술로 무장한 핀테크 기업과 통신사들이 새로운 거래 수단으로 시장에 내놓고 있는 각종 ‘페이’는 물론 인터넷 전문은행의 등장 등 카드사의 영업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데, 시장점유율은 물론 최근 2년 연속 실적이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롯데카드.

게다가 전형적인 ‘그룹사 CEO 리스크’라고 할 수 있는 그룹 경영권 분쟁까지 겪고 있어 안팎에서 최악의 상황을 맡게 되었다. 그래서일까? 지난 연말 한 때 롯데카드의 매각설까지 나오는 등 기업의 분위기는 뒤숭숭할 뿐이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채정병 사장은 2016년, 특단의 조치를 발표한다. 키워드는 ‘혁신’이고, 그 실체는 ‘DNA’의 변경이다.

DNA는 생물의 진화과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화석과도 같은 존재이지만, 생존을 위해 새롭게 선택한 행위가 누적되었을 때 그 내용을 담는 변화의 용광로가 되기도 한다.

기업도 제때 변화하지 못하고 전략을 제대로 수립하지 못할 때 큰 틀에서의 구조조정과 전략 수정을 감행하는 것도 바로 이 DNA를 변경하기 위한 시도인 것이다.

채정병 사장의 최근 발표한 2016년 슬로건 ‘DNA Reverse for Tomorrow(내일을 위한 DNA의 변환)’는 롯데카드의 위기의식을 빠짐없이 담아내고 있다.

신년사에서도 채 사장은 “매사에 신중을 기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행동해야 할 때 누구보다 먼저 뛰어들 수 있는 실천궁행(實踐躬行)의 자세가 필요하다”며 “더 이상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업계를 선도하는 카드사로 거듭나는 길에 임직원 모두가 함께 나아가야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롯데카드의 DNA 형질 변화의 핵심은 유연한 사고, 빠른 환경대응, 수익구조 다변화, 효율 경영이다.

거대기업 제너럴일렉트릭은 ‘패스트웍스’와 ‘퍼스트빌드’라는 프로젝트로, 삼성과 소니는 ‘C랩’과 ‘퍼스트 플라이트’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로 각각 유연한 의사결정과 빠른 환경 대응에 나서는 것처럼 롯데카드도 스타트업 기업의 장점을 취하겠다는 것이다.

# 변신은 의도적이며 적극적인 활동
모든 사람이 변신에 성공하는 것이 아니듯 모든 기업이 혁신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이야기를 통해 영웅담을 전승시키고, 성년식을 거치면서 영웅다움을 학습시키더라도 고대 사회에서 탈락되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많은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변신을 시도했지만, 변신의 방향이 틀리거나, CEO의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실패하지 않는 조직의 변신을 위해선, 지극히 의도적인 변신 활동이 조직원들에게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지도록 상황관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고대인들의 리더였던 ‘빅맨’처럼 말이다.

대부분의 성공한 ‘빅맨’은 공정성에 심혈을 기울인다. 부족의 안녕과 질서를 위해서 고통분담과 분배를 최대한 공정하게 진행시킨다는 뜻이다. 이와 함께 ‘갓 콤플렉스’를 멀리한다. 리더 스스로 신으로 착각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많은 권한이 주어진 리더들은 가끔 리더십의 본질을 착각할 때가 있다. 또한 주어진 리더십을 십분 발휘하지 않는 경우도 발생한다. 고대 이래 전승되어진 영웅적 스토리 중 리더의 진정성이 없는데도 과업에 성공하는 경우가 없었듯이, 있는 힘을 다 발휘하지 않았는데 과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다.

절체절명의 롯데카드가 ‘DNA의 변환’ 프로젝트에 성공하기 위해선 채 사장과 그룹사 차원의 진정성 있는 변신 노력이 선제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그래야 시장도 반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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