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에서 만나는 ‘기술’ <4>

 
4차 산업혁명 진행되면서 ‘변신’ 한 목소리로 요청
금융CEO, 직접 핀테크 챙기며 경영능력 발휘해야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변신’이 핵심 시대정신으로 자리 잡고 있다.

20세기 세계를 대표하던 전기기기 업체인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제프리 이멜트 회장은 “2020년까지 세계 10대 소프트웨어(SW) 회사가 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자사의 대표 상품이었던 가전 및 금융부문을 순차적으로 정리했다.

31개국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스페인의 대형은행 BBVA 프란치스코 곤잘레스 회장도 은행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제 소프트웨어 회사로 재정의되어야 한다”며 “5년 안에 우리 은행 직원의 절반은 디지털 업무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동안 생존에 성공한 기업은 모두 트랜스포머 기업이다. 그런데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 그리고 핀테크 등이 주도하고 있는 기술혁명, 즉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선 소프트웨어 기업으로의 트랜스포머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또한 그들은 과거의 성공에 취해 있는 기업에게 미래의 생존이 주어지지 않았듯, 기술이 주도하는 사회에서 소프트웨어를 무시하는 기업에게도 미래는 주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국내 금융권 CEO들도 절박한 심정으로 핀테크를 이야기하고 있고, ‘퍼스트 무버’가 되자고 열변을 토하고 있다. 여기서 뒤처지면 금융회사의 현재는 물론 미래도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제4차 산업혁명과 금융 CEO
“우리 사회는 디지털이 변화를 주도하는 새로운 사회로 접어들었다”

“금융업은 생존의 열쇠를 찾기 위해 더욱더 고민해야 한다. 디지털·바이오·나노·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은 금융업에도 ‘우버 모멘트’를 가져올 것이다”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의 신년사 중 일부이다.

이밖에도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과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핀테크와 관련, ‘퍼스트 무버’를 자처하고 있다. 기술주도 혁명의 선봉장이 되겠다는 의지는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물론 이 같은 흐름이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현상은 아니다. 오히려 4차 산업혁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서구 국가의 CEO들은 더욱 과감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BBVA 곤잘레스 회장은 은행이 이미 디지털화되고 있다고 말하고 “디지털화하지 못하면 은행은 망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영국 바클레이즈의 전 CEO인 안토니 젠킨스는 “향후 10년 안에 현재 금융관련 직군 절반 이상이 사라질 것”이라고 관측했고 골드만삭스의 최근 보고서에선 “조만간 핀테크 기업이 미국의 지급결제, 대출, 자산관리, 크라우드 펀딩 시장 전체 규모의 20%에 달하는 4조 달러의 수익을 확보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금융의 상당부분이 ‘핀테크’로 대체돼 향후 10년 내 금융직군의 50%가 소멸될 것”이라고 말하고 혁신과 변화가 절실한 시점임을 재삼 강조하고 있다.

◆기술혁명과 CEO
그렇다면 금융권 CEO들이 강조하듯 핀테크,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의 현재를 주도하는 기술에 대해 CEO들은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 것일까?

현재처럼 기술전략을 담당하고 있는 임원(CIO 등)에게 주요한 의사결정을 맡기면 되는 것일까? 답은 분명하게 ‘그렇지 않다’일 것이다.

금융권 CEO들이 기술 자체를 알기 위해 프로그래밍을 학습하거나 핀테크 관련 아이디어를 짜내기 위해 공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현재 등장하고 있는 기술과 기계에 대한 이해를 위한 노력은 필요하다.

이유는 핀테크 및 사물인터넷 등이 금융권의 영업 플랫폼을 완벽하게 변화시킬 것이라는 점에서 기술 기반의 전략적 판단을 CEO는 물론 주요 임원들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대정신에 걸맞은 전략을 짜고 판단해야할 정도의 지식과 트렌드는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비즈니스의 변혁을 주도할 기술에 대한 전략적 우선순위에 대한 재배치와 이사회 멤버 전반에 수시 교육도 필요하다. 더욱이 CIO 등 기술관련 임원들이 고위경영진에 포함돼 주요한 의사결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은 반드시 필요한 일일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의 시기, 기업들의 최고 덕목은 ‘민첩성’이다. CEO 및 임원들의 민첩성은 비즈니스 목적에 대한 폭넓은 이해의 조건이 만족되어야 가능한 것이다. 이것이 금융권 CEO들이 해야 할 과제이자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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