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적인 관점에서 소득의 형평성과 노후보장 주장

연금재정 악화·기업 재정부담 등 종합적 검토 필요

<대한금융신문=문혜정 기자> 최근 출산율이 낮아지고 노인인구 비중이 확대되면서 학계와 언론에서 국민연금제도의 소득상한을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소득상한을 인상하면 그만큼 고소득자가 보험료를 많이 내 소득계층 간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이 개선되고 노후에 지급되는 연금급여액도 함께 올라간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소득상한 인상은 긍정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또 다른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

보험연구원은 “국민연금의 소득상한을 인상하자는 제안은 가입자의 노후보장 수준이나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 문제와 더불어 연금재정 악화, 기업(사업주)의 재원부담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높아지는 연금수급액…재정부담으로 이어져
국민연금제도는 국민의 노령, 장애, 사망 등 예기치 않은 사회적 위험으로 소득이 중단되거나 상실되는 경우 일정 수준의 생활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주기 위해 1988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국민연금에 적용되는 소득은 기준소득월액으로 현재 상한은 421만원, 보험료는 기준소득월액의 9%로 산출된다. 가입자의 실제 소득월액을 기초로 상한선과 하한선을 정하는데 가입자가 신고한 소득이 하한선 이하면 하한 값(27만원)을, 상한선 이상이면 상한 값(421만원)을 기준으로 책정된다.

예를 들어 한달에 1000만원을 번다고 해도 기준 월소득액은 상한선인 421만원으로 잡혀 납입 보험료는 90만원(1000만원×9%)이 아닌 37만8900원(421만원×9%)을 내게 된다. 소득월액이 1000만원인 국민연금 가입자와 소득월액이 421만원인 가입자 모두 동일한 연금 보험료를 낸다고 볼 수 있다.

국민연금제도에서 소득상한은 제도 도입 이후 계속 오르고 있다. 제도 초기인 1988~1994년 200만원에서 2015년 7월 이후 421만원까지 증가했다. 상한에 속한 가입자 비중은 2010년 이후 13.15%와 14.1% 사이에서 연도별로 등락을 반복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약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상한에 속한 가입자의 분포를 살펴보면 사업장 가입자가 96%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국민연금제도에서 소득상한액을 두는 이유는 연금재정을 안정화시키고 수급 시 연금급여의 격차를 적정 수준에서 관리하기 위해서다.

국민연금은 개인이 납부하는 보험료에 비해 연금급여 수준이 높게 설계돼 있다. 만약 소득상한 수준을 높여 보험료를 올리면 추후에 받게 될 연금급여액은 높아지지만 이와 비례해 재정은 악화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고소득자에게 유리한 제도
소득상한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현행 국민연금제도는 소득상한이 낮아 고소득층의 보험료 부담이 적다는 이유를 든다. 월 소득이 1000만원이든 1억원이든 똑같이 37만8900원의 보험료를 납부하기 때문에 소득계층 간 형평성이 맞지 않다는 논리다.

또 저부담과 저급여로 시행되고 있는 현행 제도에서 상한을 올리면 전체 가입자의 급여수준이 올라가 노후소득을 보장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소득상한 인상은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추가적인 순이전 연금소득을 발생시켜 고소득자와 저소득자 사이의 연금액 격차를 더욱 확대시킬 우려가 있다.

국민연금에 적용되는 상한 소득 421만원을 600만원으로 증가시킬 경우 그 차액만큼 보험료를 추가적으로 더 내고 결과적으로 급여수준도 그 이상으로 증가하게 된다. 이러한 결과는 결국 고소득층에게 더 큰 수혜가 발생하게 됨을 의미한다.

사업장 가입자 또한 보험료의 절반을 기업이 부담하는 상황에서 보험료 인상은 상대적으로 사업주의 부담을 증가시키고 이는 정년의무화 조치와 경기침체로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추가적인 인건비 부담을 초래하게 된다.

보험연구원은 “소득상한 인상은 고소득층에게 단기적으로는 보험료 부담을 증대시킬 수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나중에 받게 되는 연금액이 커져 오히려 고소득층에게 강한 부의 이전이 발생할 수 있다”며 “또한 기업의 부담이 가중돼 신규채용 등 노동시장에서 추가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등 긍정적인 기능보다는 부정적인 요인들이 크기 때문에 소득상한을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은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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