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습은 성공의 걸림돌, 후배 행원들에 조언

▲ 박인규 DGB금융그룹 회장

자신만의 기준 만들어 세상과 조우하라는 메시지
짐 로저스도 성공 위해선 ‘따라하지 말 것’ 말해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더 답습하지 말고 창조하라”

박인규 DGB금융그룹 회장이 며칠 전 젊은 행원들과 맥주를 마시면서 한 이야기다.

답습. 태어나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한 행동 중 하나일 것이다. 무엇이든 모방하면서 학습했기 때문에 우리는 무언가를 따라하고 같은 행동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에 익숙하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답습을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박 회장의 말처럼 “답습하지 말라”고 까지 말한다. 이유는 그것이 우리를 성공으로 안내하지 않는 것을 역사는 물론 주변에서 자주 확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맹목적으로 따라하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과거의 성공 사례를 쫓아갈 때가 자주 있다. 실패가 두렵기 때문이다. 물론 그 실패보다도 자기 자신만의 기준이 만들어지지 않아 자신의 결정을 스스로 신뢰하지 않는 것이 더 큰 이유일 것이다. 그러니 자연스레 남의 성공사례를 찾아 ‘따라쟁이’가 되는 것이다.

박인규 회장도 그런 의미에서 과거의 사례에 머물러 있지 말 것을 후배 직원들에게 조언하고 있다. 과거에 파묻혀 있으면 새로움은 탄생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빅데이터와 핀테크, 인공지능에 이르기까지 과거와 다른 기술이 주류로 등장하는 시대에서 과거는 따라야할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박 회장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창의적인 후배들의 모습을 기대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맥주 한 잔에 담아 전달한 것일 게다.

답습에 대한 선배들의 조언은 박 회장 만의 일은 아니다.

한국 최초로 자동차 엔진을 개발한 이현순 씨도 자신의 도전기를 다룬 책 《내 안에 잠든 엔진을 깨워라》에서 “적어도 엔지니어에게는 자기가 맞다고 생각하는 것을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 소신이 필요하다.
엔지니어는 기존의 방식을 답습하는 사람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개발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송병락 교수도 한국경제에 대한 조언을 하면서 “남의 것을 답습한 ‘모방’전략은 승리를 보장하지 못한다”고 자주 언급해왔다. 따라잡기 위해 어느 시점까지 모방은 필수겠지만, 그것이 한계에 도달했을 때는 모방으로 위기를 탈출할 수 없다는 것이 송 교수의 생각이다.

그런데, 우리는 흔히 두 가지 정도의 오류를 가지고 생활하고 있다. ‘자신의 생각은 항시 옳다’와 ‘많은 기업들이 따라하는 글로벌 스탠다드는 100% 맞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자신의 생각이 매번 옳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글로벌 스탠다드 또한 오류를 갖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런 태도를 버리지 못하는 것은 역시 자신만의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홍길동전》의 작가로 유명한 조선의 천재 허균은 자신의 문집 《문설》에서 고루하게 답습하는 글쓰기를 피하기 위해 각오를 적고 있다.

“내가 원하는 바는 답습하지 않고 일가를 이루는 것을 배우는 것이요, 남의 집 아래에다 또 하나의 집을 짓는 따위를 답습하고 표절하여 그것을 따 썼다는 꾸지람을 받을까 부끄러워하는 것이다”

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짐 로저스도 수많은 투자자들이 자신의 방식을 따라하려는 것을 보고 성공하는 투자자가 되기 위해선 자신의 방식을 답습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특히 실패가 무서워 그런 경우가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그는 스스로의 판단을 믿고 대담하게 투자할 것을 강조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자신만의 기준을 만들어내는 일, 그것이 짐 로저스가 말하는 메시지의 핵심이며 박인규 회장의 그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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