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금융신문=김미리내 기자> 최근 미국의 휘발유가격이 급등하면서 유가의 하방경직성 강화가 전망되고 있다.

하방경직성이란 수요공급법칙에 따라 본래 내려가야 할 가격이 내리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일각에서는 휘발유가격이 과거 대비 여전히 낮고 고용도 호조세를 보이고 있어 수요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 산유국들이 생산을 동결할 경우 원유가격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부상할 것으로 점친다.

실제 지난달 초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60% 이상 급등하며 유가 상승률을 큰 폭으로 상회했다.

지난 23일 기준 미 휘발유 선물가격은 배럴당 61.07달러로 연중 저점을 달성했던 2월 9일 37.75달러 대비 61.8% 급증했다. 같은 기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가격 역시 42.4% 증가했다.

미국에서 휘발유 소비가 가장 많은 동부의 휘발유 소매가격(세금 등 포함)은 80%를 상회하는 수준까지 치솟았다.

유럽(옥탄가 95, ARA FOB 기준)의 경우 론당 411.0달러로 2월 연중 저점 대비 67.8% 증가했으며, 브렌트유 선물도 34.6% 증가했다.

아시아(싱가포르, 옥탄가 92 기준)는 47.64달러로 같은 기간 31.0% 증가해 상대적으로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같은 휘발유가격 상승은 수요 증가와 재고 감소, 비상업 매수세 증가에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들어 미국의 휘발유 수요는 일일 903만배럴로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했으며, 지난 18일에는 동일 과거 5년 평균 대비 78.4만배럴(9.0%) 높은 수준을 나타내기도 했다.

휘발유 재고는 2월 12일 2.59억배럴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5주 연속 감소해 지난 18일에는 2.45억배럴 수준으로 줄었다.

반면 같은 날 원유 재고는 6주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 사상 최고치(5.33억배럴)를 경신했다.

뉴욕상업거래소 휘발유 선물옵션의 비상업 순매수포지션은 9.2만계약으로 연초 대비 20% 증가했으며, 오름세가 본격화된 지난해 11월 중순 대비 87% 급증하면서 사상 최고치에 육박했다.

그러나 휘발유 가격이 과거 대비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고용도 호조세를 나타내고 있어 미국의 드라이빙시즌(5월 하순~8월) 시작과 함께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같은 수요 증가는 휘발유 가격 상승 압력으로 이어지며, 이로 인해 원유 가격의 하방경직성 역시 강화될 전망이다. 산유국들의 생산동결 가능성도 원유가를 지지하는 요인으로 풀이된다.

국제금융센터 오정석 연구원은 “휘발유 가격의 이 같은 움직임은 아시아 및 국내 휘발유 가격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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