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18 16:50 (화)
[금융수장 워딩분석] 이경섭 농협은행장, 생존 위해 자존심까지 건드는 메시지 활용
[금융수장 워딩분석] 이경섭 농협은행장, 생존 위해 자존심까지 건드는 메시지 활용
  • 김승호 편집위원
  • 승인 2016.04.10 1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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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 두 배 달성’도 조직 일깨우는 효과 노려

▲ 이경섭 농협은행장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독일의 언론인 출신 저술가 볼프 슈나이더의 책 중에 <위대한 패배자>라는 제목의 책이 있다. 롬멜, 체 게바라, 고르바초프, 엘 고어, 루이 16세 등의 유명 정치인 내지 군인들과 요한 슈트라우스, 하인리히 만, 오스카 와일드 등의 문화예술인 우리가 한 번 이상은 들었음직한 인물들의 좌절 내지 실패담을 다루고 있는 책이다.

그런데 ‘위대한 패배자’라는 낱말이 역설적이다. 개인적 차원에서도 ‘위대하다’와 ‘패배자’는 좀처럼 같이 사용하지 않는 단어들이다. 하물며 기업에야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기업은 아무리 위대해도 패배자가 되는 순간 사라지게 된다. 존재가 모든 가치에 우선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히려 위대하지 않더라도 승리자가 되어야 한다고 모두 생각한다.

“출범 5년차를 맞는 농협은행은 일류은행으로 비상하느냐, 삼류은행으로 추락하느냐의 기로에 서있다”

신경분리 이후 농협은행으로 출범한 뒤 한 번도 경영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은행의 현실을 꼬집듯이 이경섭 은행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자신의 심정을 다소 격정적인 단어를 통해 토로했다.

불투명한 영업환경과 경쟁의 격화로 인해 모든 금융회사들이 ‘변신과 혁신’을 말하고 있지만 자산규모 수위를 달리면서도 영업실적은 여타 은행의 분기실적 밖에 못 내고 있는 농협은행의 조타수로서 현재의 모습으론 안 된다는 절실함까지 묻어나는 문장이다. 일류와 삼류의 차이는 은행의 생존까지 결정짓는 중요한 기준이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이 행장은 조직에게 강도 높은 자기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목표치 또한 과거 은행장들이 한 번도 달성해 보지 못한 100% 완수를 넘어서 2배 달성을 외치고 있다.

지난해 농협의 총자산은 339조8000억원. 업계 수위를 달리고 있는 신한금융지주의 370조5000억원에 이어 2위인 셈이다. 하지만 연간 순이익은 4023억원. 신한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 2조4132억원에 턱없이 부족한 기록이다.

그래서 이 행장은 올 해 당기순익 목표 7100억원에 머물지 않으려고 한다. 이유는 지난해처럼 갑작스런 대손충당금으로 순익이 반토막 나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그렇게 해서 잡은 그의 목표는 1조4000억원.

이 행장은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충격화법에 이어 기존 관행을 부수는 파격적인 인사를 추진한다고 한다. 연공서열보다는 일 잘하면 그에 맞는 대우를 해주는 정책을 통해 조직에 활력을 넣겠다는 생각인 것이다.

그렇게 ‘곰’같은 농협은행을 변신시키려고 한다.

그런데 변화와 혁신은 수장 한 사람의 마음만으로 되지 않는 것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자주 확인해오고 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조나라의 개혁군주 무령왕의 호복기사(胡服騎射)의 고사처럼 오랑캐에 대한 혐오감은 군복개혁에서 걸림돌로 작용한다. 지도자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더라도 구성원이 따라오지 않으면 허사가 되고 만다. 무령왕은 자신부터, 그리고 주변 귀족들에게 강요하면서 복식 개혁에 성공을 거둔다. 그래서 이 행장은 혁신의 주체가 은행 구성원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그들의 추동력을 높이기 위해 “일류은행이 되고자 하는 비전도 실천하지 않으면, 한낱 종잇장에 불과하다”고 규정하며 실천행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생텍쥐베리의 말처럼 “계획 없는 목표는 한낱 꿈에 불과”하고 실행하지 않는 비전은 한낱 종잇장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종잇장에 불과한 비전이 아니라 실천을 통해 일류은행이 되어야 생존할 수 있다는 그의 생각은 더 이상 종이호랑이가 아닌, 규모에 걸맞은 은행으로 재탄생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자존감까지 메시지의 소재로 사용하고 있다. 또한 ‘목표치의 두 배’라는 경영목표 또한 대외적 메시지가 아니라 대내적 메시지로 큰 힘을 발휘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 행장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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