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동굴 앞에 혁신을 다지는 이미지 구축

타행이 가지 않는 장소 선택, 돋보이는 결정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고대인에게 동굴은 맹수와 악천후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삶의 영속성을 보장받는 장소였으며, 특별한 의미를 소원하는 종교의식과 삶의 특정단계를 확인하고 단계의 의미를 공유하는 지성소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3만년 전, 고대인들이 동굴에서 찾으려 했던 문화코드는 무엇이었을까? 에른스트 곰브리치는 그의 책 <서양미술사>에서 고대인들이 “단지 장식을 하기 위해서 그처럼 쉽게 접근할 수도 없는 땅 속의 무시무시한 심연으로 들어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사냥의식을 치러 더 많은 사냥을 하기 위해 그림을 그렸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아놀드 하우저도 같은 추론을 하고 있다. 농경시대를 연 인류가 풍요를 기원하듯 구석기 시대의 고대인들도 수렵생활에서 풍요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렸고, 그것이 결국 예술의 시초가 되었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단지 풍요만을 기원하기 위해서 수십 미터 땅속으로 힘들게 기어들어가 제사를 지낸 것일까?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동굴에서 발견된 고대인들의 DNA에서 벽화 속 동물을 먹었다는 증거는 없었다고 한다.

당시 가장 많았던 동물 개체는 순록이었는데, 황소나 사자 등 사냥하기 힘든 동물이 주를 이루고 순록 그림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추론을 바탕으로 고대인들이 단순히 사냥만을 위해서 이런 그림을 그리지는 않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서울대 종교학과 배철현 교수는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은 집중해서 자신을 객관화시켜 보는 능력이 있는 존재”라며 “인간이 무엇이냐는 질문은 내면에 대한 성찰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고대인들이 동굴에서 자기 성찰을 했다는 그의 말은 동굴이 즉 성찰하는 장소라는 의미를 가진다.

# 동굴 찾은 조용병 은행장
2016년 핵심 키워드로 ‘탁월한 신한’을 택한 조용병 은행장이 최근 광명동굴을 찾았다. 목적은 신한은행이 변화와 혁신의 상징이라는 것을 광명동굴에 빗대 이미지화하기 위해서다.

임원급 워크숍의 일환으로 동굴을 찾은 것은 적절한 이미지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다른 기업들이 생각하지 않은 장소 섭외로 리딩뱅크의 이미지와 혁신을 연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탁월하기까지 하다.

이 자리에서 조 행장은 “광명동굴의 사례에서 보듯 생각의 변화를 통해 새로운 도약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며 “고객들에게 계속 선택받고 성장하는 은행이 되기 위해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하자”고 강조했다.

40여년 동안 버려져 있던 폐광에서 연간 100만명이 찾는 관광명소로 새롭게 태어난 광명동굴의 긍정적 스토리를 바탕으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반복적으로 인용하는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는 것은 다이내믹한 ‘신한’의 브랜드를 만들고자 하는 워딩이라고 볼 수 있다.

심지어 조 행장은 이날 최근 치러진 선거와 연결시켜 ‘우리의 유권자는 고객’이라고 정의하며 특히 “유권자인 고객에게 계속 선택받고 성장하는 은행이 되기 위해서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해야 한다”고 말해 이미지 각인효과까지 노렸다.

또한 “탁월한 신한을 만들기 위한 핵심 원동력은 리더십과 소통, 화합”이라고 임원과 본부장에게 당부했지만, 관련 이미지와 기사는 신한은행 전체 조직원들에게 리더십과 소통, 화합이라는 가치가 은행장이 관심을 갖는 덕목이라는 것을 은연 중에 전달하는 효과도 얻었다.

따라서 잠재고객에게는 혁신하는 은행이라는 이미지를, 임원과 본부장들에게는 리딩뱅크를 지속시키기 위한 리더십을, 전체 조직원들에게는 소통과 화합이라는 가치 속에서 계속 발전하는 은행을 만들자라는 메시지를 한 번에 전달한 것이다. 한마디로 일석삼조의 메시지 공략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동굴의 ‘성찰’적 가치를 담아낼 수 있다면, ‘탁월해지고 싶은’ 신한은행으로서 인문적 깊이까지 더해질 것이다. ‘탁월함’의 근원은 ‘성찰’이라는 점에서 고대인들이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해 동굴을 찾았듯, 조용병 행장도 더 나은 신한은행을 위한 동굴의 ‘성찰’적 가치에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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