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19 10:50 (수)
[금융수장 워딩분석]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최고의 경쟁력은 ‘인간다움’
[금융수장 워딩분석]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최고의 경쟁력은 ‘인간다움’
  • 김승호 편집위원
  • 승인 2016.05.15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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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덕이 있는 사람은 외롭지 않다” 강조
재주보다 덕이 많은 사람이 군자이자 지도자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미래에는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알약 형태로 뽑아서 먹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예측까지 있다는데 이런 시대가 도래하면 인간의 경쟁력은 과연 무엇이 될지 고민해봐야 한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이 지난 달, 한 대학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꺼낸 화두이다.

인공지능 ‘왓슨’이 내점한 고객에게 인사를 하면서 필요한 은행 업무를 처리해주고, 콜센터로 걸려오는 전화를 받으면서 최적의 상품을 추천하는 일이 이웃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 봄에는 국내 최고의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이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에게 패하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목도하기까지 했다.

왓슨과 알파고는 이제 의사의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왓슨의 경우 간호사의 수준을 뛰어넘어 의사영역까지 들어섰다고 IBM의 왓슨 총괄 사장이 대놓고 말하고 있고 알파고도 현재 160만명의 환자 정보를 학습하면서 영국에서 의사의 길을 준비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구글, 바이두,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의 기업들은 사진을 보고 스스로 캡션(설명문)을 쓰는 인공지능을 적용하고 있으며, 일부 언론 매체에서는 단순 반복적인 기사를 아예 인공지능이 쓰도록 맡기고 있다. 증권사에선 투자자문과 관련한 업무를 학습시키고 있고, 보험사에선 자동차 운전자의 운전패턴을 분석해 보험요율을 예측하거나 사고확률을 예측하기도 한다.

이처럼 기계가 인간을 대신하는 일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인간 고유의 영역은 줄어들고 있다.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함영주 행장은 ‘인간의 경쟁력’을 젊은이들에게 화두로 던 진 것이다.

그러면서 함 행장은 KEB하나은행에 있는 화려한 스펙과 학벌을 갖춘 수많은 명문대 출신의 직원을 거론하면서 스펙과 학벌이 성공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가 내놓은 답은 “얼마나 인간다운 매력이 있느냐”이다.

인간의 고유한 능력이라고 할 수 있는 생각하기와 글쓰기 영역까지 침범하고 있는 기계와 인간이 능력을 두고 경쟁해봐야 의미가 없다는 것이 함 행장의 생각일 것이다. 그래서 그는 공자의 말을 인용하면서 ‘덕테크’를 강조하고 있다.

“더불어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테크가 아니라 남들에게 덕을 베푸는 ‘덕테크’이며 덕을 쌓은 사람은 결코 외롭지 않다.”

또 공자는 <논어> ‘위정편’에서 “리더는 덕을 가지고 조직을 이끌어야 한다. 그것은 마치 북극성이 자기 자리에 있으면 모든 별들이 그 주위를 중심으로 도는 것과 같다. (爲政以德 譬如北辰居其所 而衆星共之, 위정이덕 비여북진거기소 이중성공지)”고 말하고 있다. 덕이 있으면 외롭지도 않고, 덕을 갖춘 사람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인다는 말이다.

이 같은 함 행장의 생각을 함축하고 있는 고사가 하나 있다. 송나라의 사마광이 집필한 역사책이자 제왕학 교과서인 <자치통감>에 나오는 ‘재승덕(才勝德)’ 이야기다. 춘추시대를 마감하고 전국시대로 넘어가게 된 것은 진(晉) 나라의 대부 세 사람이 한(韓), 위(魏), 조(趙)로 분리 통치하면서이다.

당시 진 나라에는 한, 위, 조 보다 강한 지(智)씨 가문이 있었는데 그 수장이 지백(智伯)이었다. 그는 활쏘기와 말타기에 능하고 능숙한 기예와 교묘한 문장실력, 그리고 은혜를 베푸는 말솜씨까지 다재다능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에게 부족했던 한 가지는 바로 어질지 못한 품성이었다.

결국 다른 가문과의 대결에서 그는 덕이 부족해 망하고 만다. 이를 두고 사마광은 “지백이 망한 것은 덕보다 재주가 많았기 때문이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그는 재주보다 덕이 더 큰 사람을 ‘군자’라고 하며, 재주가 덕보다 큰 사람은 ‘소인’이라고 분류했다.

여기서 유래된 ‘재승덕’은 덕테크의 모토와도 같은 말로 동양사회에서 자리하게 된 것이다. 각종 스펙을 갖춘 뛰어난 인재가 차고 넘치는 사회, 그리고 조만간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신하여 다양한 재주를 부리는 시절을 앞둔 상황에서 함 행장의 눈에 ‘재승덕’이 활로로 보였던 것이다.

리더가 되고자한다면 갖추고 있는 재능보다 덜 쌓인 자신의 덕을 고민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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