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태양은 혼란만 야기, 리더십도 혼돈에 빠져
KEB하나은행 시스템 통합 작업 완료…‘원뱅크’ 가동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은 떠 있을 수 없다. 하나의 태양이 우주 만물의 질서를 관장하기 위해서다. 해가 하나 이상이면 인간이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복잡계가 등장하게 된다. 한마디로 혼돈에 휩싸이게 되는 것이다.

물론 영화적 상상력은 〈스타워스〉에서 주인공 루크 스카이워커가 성장한 두 개의 태양이 뜨는 타투인이라는 행성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미국항공우주국과 샌디에고대 연구팀은 공동 연구를 통해 3700광년 떨어진 곳에서 두 개의 태양이 뜨는 행성을 발견했다고 한다. 물론 인간의 생존 여부는 알 수 없는 먼 곳에 있는 일이다.

하지만 두 개 이상의 태양은 지구상에 여러 개의 질서가 있다는것을 의미한다. 따라야할 질서가 많다는 것은 혼돈과 혼란을 야기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동양신화에서는 여러 개의 태양이 뜨면 화살로 쏘아 떨어뜨린다.

<산해경>과 <회남자>에 등장하는 동이족 ‘예’가 그 주인공이다. 태평성대라고 일컬어지는 요임금 시절, 갑자기 하늘에 열 개의 해가 떠오른다. 하나의 태양도 극에 달하면 인간은 물론 자연 모두를 지치게 만드는데 열 개의 태양은 말해 무엇 하겠는가.
질서가 파괴되었다는 은유적 표현일 것이다. 산천초목이 열 개의 태양 아래에서 타들어가자 동이족 영웅 ‘예’가 나타나 하나씩 화살로 떨어뜨리고 한 개의 태양만 남긴다. 우주만물의 운행질서가 바로 잡힌 것이다.

<회남자>의 명궁 ‘예’에 대한 이야기가 전하려고 하는 메시지는 리더십은 단일해야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늘의 해가 하나 이상이면 우주 만물은 각각 자신에게 가장 많이 영향을 주는 태양을 중심으로 움직이게 되어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하나의 시스템 내에 여러 개의 운용 절차와 과정이 각자의 논리회로에 의해 굴러가게 되면 각 프로세스의 경계에선 불필요한 충돌이 일어나게 되어있다.

그래서 동양에선 하나의 태양 만을 용납한다. 우주관이 그러하니 리더십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형성된 것이다.

KEB하나은행이 이달 초 성공적으로 전산통합을 마무리하고 화학적으로 단일한 은행이 되었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통합 당일 서린동지점 등 지점 세 곳을 직접 방문해 통합시스템의 안정성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까지 할 정도로 정성을 들였다. 사실, 두 개의 대형은행 전산시스템을 하나로 묶어내는 작업은 매우 힘든 일이다. 물론 KEB하나은행은 지난 1997년 IMF위기 이후 충청, 보람, 서울은행 등과 합병을 해 오면서 시스템 통합 관련 노하우를 많이 보유한 은행이다.

하지만 고객 채널이 늘어나고, 비즈니스 모델이 다양화되면서 전산시스템을 통합하는 작업은 경우의 수가 늘어나는 것만큼 어려운 작업이 되었다. 특히 은행 전체 업무를 유지하면서 데이터의 정합성을 확보하기란 매우 힘든 일이다.

그러나 힘들다고 통합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것은 합병의 시너지를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나의 태양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처럼 시스템통합은 리딩뱅크로서의 ‘원뱅크’ 전략을 추진해야 하는 KEB하나은행의 유일한 선택지다.

그래서 통합 이후 함영주 은행장의 행보가 바쁘기만 하다. 원뱅크로서의 통합 시너지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현장방문은 당연하게도 늘어나야 하고, 비대면 채널에 대한 그동안의 투자와 새로운 채널 개발에도 전념해야 한다.

그런데 재미난 것은 KEB하나은행의 시스템통합이라는 이슈에서 김정태 하나금융지주회장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은행의 합병과 통합은행장 인선에서 분명한 목소리를 냈던 김 회장이 금융지주사 차원의 경사스러운 잔치상에서 지방일정을 이유로 참여하지 않고 언론에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이 떠 있으면 질서가 흐트러진다는 것을 몸소 실천으로 보여주려는 것일게다. 명분은 지주사 차원의 행사가 아니라 은행 차원의 행사여서 참석하지 않았다고 말하지만 통합은행의 원뱅크 전략을 위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할 사람은 함영주 은행장이라는 생각이 그의 발길을 지방으로 향하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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