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으로 보는 ‘역사’ <2>

 
정치적 실패원인 대부분 ‘권력욕’ 때문
개인, 기업도 똑같은 이유로 쇠락 경험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문명은 다양한 이유로 붕괴한다.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문명의 붕괴>에서 번성했던 문명이 사라지는 원인을 4가지 요인으로 진단하고 있다. 문제 발생을 예측하지 못해서 붕괴하거나, 예측은 했지만 일어난 문제를 인지하지 못해서 붕괴하거나, 예측도 인지도 했지만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 과정에서 무너지는 경우, 그리고 마지막으로 해결노력 자체의 실패로 문명이 쇠락하는 경우이다.

이러한 그의 분석은 문명과 국가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개인과 기업도 같은 이유에서 실패를 맛보곤 한다. 그래서 개인은 물론 국가는 실패로 인한 처참하고 비극적인 비용을 지불하지 않기 위해서 해당 사건들의 백서를 기록으로 남기려고 노력한다. 동서고금의 모든 역사책이 지도자의 ‘거울’ 역할을 했던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유사한 이유로 실수를 범하거나 실패를 경험하는 것이 또 인간이다. 그리고 그러한 실패의 누적은 기업의 소멸로 이어지고 크게는 국가의 패망으로도 연결된다.
오죽하면 수많은 철학자와 문인들이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는 인간을 꼬집고 나섰겠는가.

“인간이 역사를 통해 배운 바가 별로 없다는 사실이야말로 역사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교훈이다.” (올더스 헉슬리 <수필선집>)

“경험과 역사가 가르치는 것은 국민과 정부는 역사로부터 아무 것도 배우지 않았거나, 역사에서 끌어낸 원칙에 따라 결코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오르그 헤겔 <역사철학> 서문)

영국의 소설가 올더스 헉슬리와 근대철학자 게오르그 헤겔의 어록이다.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는 인간을 조소하면서 제발 역사에서 배우자고 주장하는 이들의 목소리는 실패가 가져온 결과, 특히 정치적 실패의 결과가 너무도 참혹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꼭 이들만이 이런 걱정을 한 것은 아니다. 영국의 유명한 사상가인 조지 버나드 쇼는 헤겔의 <역사철학> 서문을 빗대어 “우리가 역사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인간은 역사에서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는 것이라는 점에서 헤겔은 옳았다”고 말하고 있다.

스페인 출신의 미국 철학자인 조지 산타야나도 역사의 반복을 질책하는 말을 남겼는데, 그는 우리가 왜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지의 이유를 정확하게 적고 있다. “진보는 변화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잘 기억하는데 달려 있다. (…)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자들은 과거를 되풀이할 운명에 처한다.”

즉 진보하고 발전하기 위해선 현재 진행하는 변화의 노력보다도 과거를 분명하게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지적처럼 예측이나 인지를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시도 노력에서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과거를 잘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런데 이렇게 빨간 등을 켜고 이야기해도 별 소용이 없는 것이 또 우리의 역사이다.
수많은 ‘닥터 둠’들이 출현해 현재 발생하고 있는 나쁜 징조들을 예측하고 전망하고 있지만 현실에만 집중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 불온한 예측과 전망을 기피한다. 이유는 현재에 만족하고 있거나 미래의 더 큰 권력(정치적, 경제적)을 원하기 때문이다. 특히 불길한 내용은 현재의 관심사에서 벗어나 아예 보이지 않는 낯선 대상이 되고 만다.

그런 점에서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정치적으로 잘못된 결정을 내리도록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타키투스의 말처럼 ‘모든 욕망 중 가장 명백한’ 권력에 대한 욕망”이라고 말하고 있다. 자신의 권력을 위해서 다른 요소는 모조리 무시하는 태도가 문제의 근원이라는 것이다.

톨스토이는 그런 인간을 다음의 문장으로 정리하고 있다. “욕망은 처음에 문을 열어 달라고 간청하다가 어느덧 손님이 되고 곧 마음의 주인이 된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던져주는 함의가 크고도 넓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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