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를 하거나 나이가 들면 생활범위가 집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70대는 70%, 80대는 80%의 삶이 주거지를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할 정도로 주거환경과 주거형태는 우리의 삶에 매우 큰 역할을 한다.

유럽과 미국에서 노후준비는 집에서 시작해서 집에서 끝난다고 할 정도로 은퇴생활에서 주거계획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특히 고령으로 생활반경이 집을 중심으로 좁아지게 되고 병과 노환으로 거동이 불편해지면 주위에 어떤 문화시설과 병원이 있는가에 따라 생활의 만족도가 달라진다.

우리나라 은퇴자들은 사실상 주거 플랜에 대해 백지상태로 ‘은퇴 후 어디에서 살고 싶나’라는 질문을 하면 대부분 어리둥절해한다. 하지만 젊어서 현역생활을 위한 집과 은퇴해서 사는 집은 분명 구별이 필요하다.

가천대학교 보건대학원 송양민 원장은 다양한 관점에서 노후 거주지를 고를 때 주의할 점을 제시하며, 지금 사는 집이 이 기준에 미달한다면 은퇴하기 4~5년 전에 적절한 곳으로 이사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우선 경치가 아무리 아름다워도 날씨가 좋지 않으면 노후 주거지로 적합하지 않다. 특히 대기에 습기가 많은 곳은 피해야 한다.

다음으로 주거하는 지역에 편의시설이 많은 곳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도서관, 할인점, 헬스클럽, 대학교 등 교육시설과 문화시설, 상업시설 등이 골고루 들어서 있는 곳이 좋다.

노후에는 고정수입이 많지 않기 때문에 재산세, 임대료 등 거주비용이 적당하고 식품 구입비, 교통비 등 고정지출이 적게 들어가는 곳을 추천한다.

또 나이가 들면 범죄자들의 공격을 받기 쉬워 주변 지역의 치안 상태를 잘 파악해야 하며 고령자가 살기에 편하도록 문턱이 없거나 계단에 안전 손잡이가 있는 집이라면 더욱 좋다.

나이를 먹으면 잔병이 많이 생기고 언제 긴급한 상황이 발생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급할 때 이용할 수 있는 병원이나 의원이 주변에 있어야 하며 가족이나 친지를 쉽게 만날 수 있도록 대중교통 시스템이 잘 되어 있는 곳인지도 체크해봐야 한다.

송양민 원장은 “우리나라 중·장년층이 노후 주거계획을 짤 때 자주 놓치는 포인트 중 하나가 간병 문제”라며 “한국의 은퇴자 70% 이상이 치매‧중풍에 걸리더라도 집에서 지내고 싶어하며 요양시설에서 간병을 받겠다는 사람은 30% 미만에 그치고 있다. 이러한 희망사항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은퇴 전부터 구체적인 주거플랜을 세워둬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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