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

“다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회사가 되자”
금융업, IT산업이라 해도 어색하지 않은 시대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네안데르탈인은 호모 사피엔스보다 덩치가 크고 근육이 발달했다고 한다. 따라서 유라시아 서부에서 빙하기의 추운 기후에도 더 잘 적응할 수 있었다고 한다.

더욱이 네안데르탈인은 현생 인류인 우리의 뇌보다 뇌 용량이 더 컸다고 한다. 현생 인류인 우리의 뇌는 1450cc 정도. 그런데 네안데르탈인의 뇌는 150cc 많은 1600cc라고 한다. 우리는 흔히 뇌의 크기로 지적 능력을 판단한다. 따라서 이 기준을 따르면 네안데르탈인이 호모 사피엔스보다 더 똑똑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런데 호모 사피엔스는 지구의 주인공이 된데 반해 네안데르탈인은 멸종되고 말았을까?

많은 과학자들이 멸종의 이유를 다양하게 설명하는데, 그 중 가장 설득력 있는 주장은 ‘언어’와 ‘이야기’라고 한다. 진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무리를 이루었던 호모 사피엔스는 말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언어를 가지게 되었고, 그 언어는 더 큰 무리를 만들 수 있는 소통의 도구가 되었다. 또한 언어로 소통하던 인류는 부족 전체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가상의 이야기를 공유하게 되었다.

따라서 소통하면서 이야기를 공유했던 호모 사피엔스는 더 큰 키와 뇌를 가지고 있었던 네안데르탈인보다 경쟁력 있게 지구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좋은 체격을 가진 네안데르탈인은 언어를 가질 수 없었는가? 이유는 그들의 특이한 목구조가 언어 발달에 장애가 되었다는 것. 따라서 협업이 필요한 사냥과정에서 그들은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없었고 그 결과 필요한 에너지를 수렵과정에서 얻지 못해 사라졌다는 것이다.

# 생존을 위한 효모의 선택
2500년 전 철학자이자 과학자였던 아리스토텔레스의 눈에 술이라는 액체가 신기하기 그지없었다. 달콤한 액체가 시간이 지나면 술이라는 마시면 기분 좋은 액체로 변했던 것이다.

이 과정을 관찰하면서 그는 곡물이 술이 되는 발효과정에 어떤 목적을 지향하게 하는 생명력이 관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로부터 2300년이 흐른 뒤에야 발효의 신비스러움이 밝혀진다. 균류에 해당되는 효모가 당을 알코올로 변화시키는 생명력의 기원이었다.

이 효모는 까다롭기 그지없다. 실온에 두면 주변의 다른 호모 균주와 유전자를 교환하면서 한 두 시간 안에 다른 균주로 변화한다고 한다. 따라서 양조업자들은 일정한 술맛을 위해 효모 관리에 심혈을 기울인다.

우리 술 담기로 설명하면 누룩 관리에 온 신경을 쓴다고 보면 된다. 누룩에 백국, 황국, 흑국 등의 다양한 곰팡이가 자리하게 되는데 이 중에 무엇이 주로 생기고 어떻게 자라느냐에 따라 술이 시어지기도 하고 쓴 맛이 강해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당을 알코올로 변화시키는 단백질의 일종인 효모의 유전자 변화는 왜 일어나는 것일까?

이유는 분명하다. 자기증식과정에서 생존을 위해 환경에 최적화된 모습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같은 변화는 효모만의 일이 아니라 전 생명체에서 일어난다.

# 정태영 부회장의 낯설지만 새로운 길
디지털과 모바일 기술이 금융업계를 혁신의 길로 거칠게 내몰고 있다. 새로운 DNA를 가진 금융회사의 출현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며, 핀테크 기술을 적용한 금융상품의 개발도 낯선 일이 아닌 상황이다.

실리콘밸리에 사무소를 개소했던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이 지난달 페이스북에 변신에 대한 소회를 올렸다.

“업계에 내려앉은 안개를 뚫기 위해서는 이제는 다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회사가 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작년부터 조금은 낯설지만 새로운 길을 걷기 시작했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금융업의 DNA는 세계화와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500년 동안 만들어진 경험의 총합이다. 그런데 기술이 세상을 주도하는 낯선 환경이 매일같이 연출된다.

이젠 ‘다르게 하는 것’ 정도로 이 낯선 환경을 극복할 수 없는 세상이 된 것이다. 정 부회장의 눈에도 그것이 보였던 것이고 그래서 다른 회사가 되는 길을 걷는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금융업을 IT산업이라고 말하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시대로 빠르게 이행하고 있는 것을 그의 발언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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