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모바일은 심리스, 오프라인은 영업 집중
공동체적 가치 발휘하려면 ‘오픈환경’도 신경써야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못 하나 박지 않고 나무로써 나무를 붙들게 하는 ‘이음법’이 우리 고건축의 고갱이다. 나무가 서로를 끌어안으며 무게를 분산시키면서 균형을 유지하는, 말 그대로 ‘천의무봉’의 건축법인 것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은 시간이 지날수록 천의무봉의 솜씨는 건축물을 더욱 단단한 한 덩어리의 구조물로 뭉치게 만든다는 것이다.

선녀의 옷에는 바느질한 자리가 없다는 뜻의 ‘천의무봉(天衣無縫)’. 중국 송나라 때 설화를 모아 만든 책 <태평광기(太平廣記)>에 나오는 고사다.

천상의 선녀의 옷은 바느질을 하지 않아 솔기가 없다는 이 말은 줄곧 빼어난 솜씨를 일컫는 말로 쓰였으며 특히 우리의 고건축 등에서 그 말의 본뜻을 제대로 살려왔다.

그런 의미의 천의무봉이 현대적 쓰임새를 새롭게 만들어 가고 있다. 과거의 천의무봉은 물리적으로 끊임이 없는 형태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현대의 천의무봉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처럼 추상적 가치의 끊임없음에 방점이 찍혀 있다.

특히 경영자라면 누구나 회사의 핵심가치를 고객들이 전혀 불편하지 않게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 같은 관점에서 주목받는 것이 ‘심리스(seamless)’ 환경이다.

협업과 집단지성의 힘을 발휘하여 대내외 어려움을 극복하고 조직의 모든 역량을 영업에 집중하자고 말하고 있는 KB금융지주의 윤종규 회장도 그 중 한 사람이다.

지난주 조회사에서 윤 회장은 금융회사의 핵심가치와 관련해 다음처럼 말했다.

“저성장기의 금융시장에선 고객과의 접점을 잃지 않기 위한 모든 노력을 강구해야 한다. 온라인과 모바일에선 24시간, 365일 온오프라인 채널 간의 끊김 없는 심리스(seamless)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고객이 활용하는 금융서비스 접점이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각각의 서비스를 이용함에 있어 물 흐르듯이 부드러워야 하고 그 연계지점에서 고객이 솔기를 느낄 수 없는 환경을 만들자는 것이 윤 회장의 생각이다. 그 이유는 고성장을 누리던 과거의 영업환경과 달리 이제는 고객이 금융서비스 접점을 직접 찾아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저성장기 환경에 맞춰 24시간, 365일 고객이 매끄럽게 KB국민은행의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강조하고 나선 것이 3S(Simple, Speedy, Secure)이다. 단순하고 쉬워야 하고 빠르면서도 안전한 환경을 핵심가치로 제공할 수 있는 금융회사만이 미래가 있기 때문에 새로 내건 슬로건이다.

이와 함께 윤 회장은 고객이 찾아올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전문지식과 상담역량을 갖춘 오프라인 채널들은 직접 고객을 찾아 나서 아웃바운드 마케팅을 펼쳐 1등 은행이 되자고 말하고 있다. 심지어 아웃바운드 마케팅은 업무추진의 표준이 돼야 한다고까지 말한다.

윤 회장의 심리스와 아웃바운드 마케팅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은행의 핵심가치는 핀테크 및 IT시스템을 통해 일궈내면서 오프라인은 영업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윤 회장은 KB금융 조직원에게 다음과 같은 당부의 말을 이어갔다.

“호모사피엔스는 빙하기의 혹독한 환경 속에서도 협업과 집단지성을 활용해 적응하고 진화함으로써 멸종하지 않고 현재 인류의 조상이 되었습니다.”

위기를 돌파하는 힘은 한 사람의 개인기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조직 전체의 ‘협력하려는 의지’에서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공동체 중심의 가치를 강조한 것이다.

레드오션이 되어버린 금융시장에서 공룡처럼 사라지지 않으려면 위기의 본질을 협업과 집단지성의 힘으로 꿰뚫어야 하고 그 힘에서 추진력까지 얻어야 한다고 윤 회장은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협업과 집단지성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선 필요한 환경이 있다. 공동체적 가치들이 21세기 혁신의 힘으로 작용할 수 있었던 원천은 오픈환경이다. 소통은 물론 의사결정구조에서의 오픈환경이 효율적인 협업을 가능하게 한 것이며 다양한 집단지성의 아이디어를 돋보이게 만든 것이다. 아마도 이것이 KB금융의 숙제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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