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경섭 NH농협은행장

불안해하는 직원들에게 “기본으로 돌아가자” 주문
소매금융 등 농협 잘하는 것에 집중하는 전략추진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STX 등 조선 해운업의 구조조정 여파는 NH농협의 실적에 뼈아픈 결과를 가져다주었다. 1조7500억원의 충당금. 그중에서 1조3000억원을 상반기에 쌓아야 했던 만큼 농협은행은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다.

그래서 상반기 적자가 불가피하다며 직원들에게 친필 편지를 보내 “대규모 부실에 대해 현직 은행장으로서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고 고백한 이경섭 은행장.

금융당국에서 조선, 해운업에 대한 구조조정 관련 회의를 할 때 마다 마음 졸이며 정책 결과를 기다려야 했던 이 행장은 취임 이후 상반기 동안 긴장의 끈을 느슨하게 풀 수 없었다.

그래서 직원들에 대한 스킨십 강도도 높다. 최근 마련된 직원들과의 만남 자리에서 이 행장은 “적자 얘기가 나오면서 직원들이 크게 술렁였던 게 사실”이라며 농협의 민낯도 서슴없이 보여주고 있다. 또한 자신이 만난 한 팀장의 이야기를 통해 농협맨들이 느끼는 위기의식을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한다. 이 행장이 전달한 에피소드는 월급 한두 달 안 받아도 되니 은행을 살려달라는 내용이었다.

NH농협의 이 같은 상황은 최근의 실수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전임 김주하 행장은 자신의 퇴임식에서 “2008년 리먼사태 여파로 인한 부동산 PF 부실과 조선업 등에서의 부실로 농협은행은 아직도 몸살을 앓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그런데 직원들이 체감하는 은행의 분위기는 몸살 정도가 아니다. 어쩌면 구조조정의 한 복판을 지나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두려움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행장의 2016년 화두는 ‘기본’에 맞춰져 있다. NH농협금융지주 김용환 회장도 “기업은 경쟁에 밀려 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 상실로 쇠락한다”며 농협이 기본에 충실할 것을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다.

문제를 풀기 위해선 본질을 파악해야 한다. 본질을 찾지 못하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고 혼란스럽기만 하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 얽힌 실타래를 차근차근 풀던, 칼로 한 번에 자르던 해법은 기본으로 돌아왔을 때 생긴다.

기본은 출발지점이다. 누구나 자신의 기본이 있다. 선수는 기본기를 갖춰야 하며, 변화는 기본을 확실히 다진 뒤 변형된 기교나 기술을 습득해야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기본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하지만 익숙해지면 변화를 찾는 것이 인지상정. 기본이 갖춰졌다고 생각하면 변형된 새로운 기술을 발휘하려는 것이 인간이다. 농협도 농민을 대상으로 한 소매금융의 울타리에 머물러 있지 않고 프로젝트파이낸싱 및 기업금융을 강화했다. 이 시기가 바로 2000년대 중반이다.

당연하게도 서브프라임사태의 후폭풍을 맞아야 했고, 기업금융의 부실에 대한 후과도 현재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경섭 행장은 이 같은 상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소매금융으로 돌아가자고 말하는 것이다. 농협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곳에서 좋은 실적을 거두고, 그 실적을 자신감으로 전환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다보면 “우리도 웰스파고와 같은 은행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 “기본에 충실하고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있고, 경영진과 관계 부서는 손실 최소화에 매진하고 있다”고 구체적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어쩌면 ‘기본’과 관련해 이 행장이 직원들에게 가장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는 “힘든 때일수록 각자 따뜻한 말로 서로를 격려하고 각자의 소임을 성실히 수행해달라”일 것이다. 모두가 어려울 때 한 발 물러서서 공감능력을 조금 더 발휘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기본’에 돌아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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