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보험사 평균 RBC 사상 최저치 기록
전년 대비 올해 충격파 더 커…자본 확충 고심

<대한금융신문=김미리내 기자> 보험사 재무건전성 기준 강화에 따른, RBC 적용 신용리스크 신뢰수준 상향 조정이 올해 말 100% 반영됨에 따라 지난해에 이어 RBC 비율 폭락이 예고되고 있다.

금감원 보험감독국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의 건전성 기준인 RBC(지금여력비율) 신용위험 측정 시 통계적 신뢰수준을 95%에서 99%로 상향 조정하는 과정에서 충격 완화를 위해 우선적으로 50%를 먼저 적용, 올해 말 100%를 반영하게 된다.

즉 지난해 말 기준 신뢰수준은 95%에서 97%로 조정됐으며, 올해 말 99%로 상향된 기준이 적용된다.

문제는 지난해 보다 올해 보험사에 미칠 충격여파가 더 크다는데 있다. 앞서 신용리스크 신뢰수준이 97%로 강화된 지난해 12월말 기준 보험사들의 평균 RBC는 사상 최저수준으로 떨어진바 있다.

보험연구원 조재린 박사는 “정규분포 상 95%에서 97%로 확대되는 것 보다 97%에서 99%로 확대되는 구간의 충격여파가 더 크다”며 “RBC 하락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증자 등) 자금을 더 끌어오거나, 신용리스크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용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위험자산에 투자하지 않아야 하는데, 이 경우 결국 수익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충분한 자본여력이 없는 중소사들의 경우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2월 말 기준 생보업계 평균 RBC 비율은 전분기 대비 18.8%포인트 하락했으며, 손보사의 경우 15.4%포인트 하락했다. 보험사 전체 신용위험액이 2조2039억원 증가하면서 생·손보 전체 평균 RBC는 전분기 대비 17.7%포인트 하락한 267.1%로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대부분의 생보사들이 전분기 대비 9%포인트에서 최대 45%포인트까지 RBC 비율이 추락했다. 손보의 경우 최대 200%포인트 가까이 RBC가 하락한 곳도 있으며, 삼성화재의 경우에도 전분기 대비 51.9%포인트 하락했다.

대형사 대비 RBC비율이 낮은 중소형사들의 경우 여파는 더 컸다. 12월말 기준 KDB생명이 178.5%, 동부·흥국·알리안츠생명은 180% 초반을 기록했으며, 대부분 20%포인트 안팎의 낙폭을 보였다. 손보의 경우 롯데손보가 144.4%로 150% 미만을 기록했으며, 흥국·MG손보가 150%를 겨우 넘는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12월말 하락을 대비해 몇몇 보험사들이 증자를 통해 RBC를 끌어올린 것이 반영된 수치다. 지난해 말 현대라이프가 2200억원, MG손보가 825억원을 증자했으며, 현대해상은 400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그러나 올해 3월말 흥국화재(148.2%), KDB생명(156.1%), 롯데손해보험(151.9%)이 여전히 150% 수준 안팎을 기록해 추가적인 자본확충 방안이 요구되고 있다. 또한 연말 추가 하락폭을 감안하면 이외 여타 중소사를 비롯해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자본확충 압박을 받을 전망이다. 

지난 2월 악사손보는 457억원의 증자를 통해 RBC를 150% 이상으로 끌어올렸으며, 메리츠화재도 4월 공시를 통해 올해 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밝혔다. MG손보는 지난달 718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한차례 더 단행했다.

하반기에는 KDB생명이 1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계획하고 있으며, 흥국화재도 연내 자본확충을 검토하고 있다. MG손보의 경우 지난달 유상증자를 통해 연내 추가 자본확충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중소보험사 관계자는 “하반기 추가적인 건전성 강화에 대비하기 위해 자본확충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금리변동 등 시장상황을 감안해 최적의 시기 및 방법을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단기적인 RBC 상승을 위한 자본확충이 아닌 보다 근본적인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RBC를 끌어올리는 방안들은 사실상 건전성 측면에서 좋지 않기 때문에 인위적인 자본확충 마련 계획 보다는 보장성보험 계약 및 신계약 유입 확대, 손해율 관리 등을 통한 순익개선으로 이익잉여금을 증가시켜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재린 박사 역시 “증자, 후순위채 발행 등으로 단기적으로 자본을 끌어올리는 것이 장기적으로 위험을 줄이는 것은 아니다”며 “향후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어 중장기적으로 수익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반기 신용리스크 신뢰수준 상향 뿐 아니라 운영위험액 산출 기준 정교화, 신(新) 할인율을 적용한 부채적정성(LAT)평가 등 추가적인 건전성 규제 강화가 시행될 예정이어서 보험업계의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한편, RBC는 예상치 못한 손실이 발생했을 경우 보험사가 계약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할만한 수준의 책임준비금 외에 추가로 자산을 쌓도록 한 제도로 보험사의 대표적인 건전성 지표다.

 

   
 

 

   
▲ * 자료 : 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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