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 은퇴연구소 김치완 수석연구원

▲ 한화생명 은퇴연구소 김치완 수석연구원.
1930년대 대공황 당시 미국 상무부가 만들어 경제 회복의 잣대로 사용하기 시작한 국내총생산(GDP)은 한 나라의 경제적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한 나라 국민 삶의 만족도와 질, 행복도 등을 평가하는데 있어 단순히 소득의 크기만을 측정하는 GDP는 여러모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에 국제기구와 여러 민간단체에서는 행복이나 웰빙(Well-being) 같은 종합적 삶의 질을 측정하는 다양한 지표를 개발해 더욱 다각적으로 삶의 질을 측정하고자 시도 중이다.

‘BLI(better Life Index)’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회원국을 대상으로 2011년부터 매년 발표하면서 최근 주목 받고 있는 삶의 질 관련 지표다. 지난해까지 34개 OECD 회원국에 러시아, 브라질까지 36개국이 조사 대상이었으나, 올해는 라트비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포함돼 총 38개국으로 대상이 확대됐다.

BLI는 11개 영역과 24개 관련 지표로 구성돼 있는데 지수화 된 영역별 점수를 바탕으로 한 나라의 웰빙 수준을 파악해 볼 수 있다. OECD는 웰빙을 측정하는 각 영역을 도출하는데 상당 수준의 논의 거쳤다고 밝히기도 했다. 물질적 삶의 요건인 주거, 소득, 직업 그리고 삶의 질과 관련된 공동체, 교육, 환경, 정치 참여, 건강, 삶의 만족, 안전, 일과 삶의 균형, 이렇게 총 11개 영역 평가로 BLI 지표가 형성된다.

대한민국의 순위는 그리 높지 않다. 2011년 26위, 2012년 24위에 이어 이후에도 순위에 큰 변화가 없는 가운데 2016년 발표에서는 28위에 그쳤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우세한 교육영역에서 6위, 민주주의와 시민사회 성숙에 따른 시민 참여 영역에서 10위 등 비교적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반면 공동체(37위), 환경(37위), 일과 삶의 균형(36위), 삶의 만족(36위), 건강(35위) 영역에서는 조사 대상국 중 거의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공동체, 안전과 환경, 건강 등 주관적 느낌을 묻는 항목에서 우리나라 국민이 다른 나라 국민보다 상대적으로 비관적으로 답하는 경향이 강해 실제보다 지표가 낮게 나왔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OECD도 이러한 한계를 인식하고 전체 합산 순위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고 있다. 나라마다 더 중요하다고 느끼는 영역이 다를 수 있는 만큼 영역별 가중치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통계청은 지난 2011년부터 ‘국민 삶의 질 지표’ 개발에 착수해 2015년부터 81개 지표로 구성된 ‘QOL(Quality Of Life)’ 지표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양과 더불어 질까지 측정하는 지표로 사교육비, 자살률, 독거노인 비율 등 한국적인 특색을 감안해 국민의 실질적인 생활을 체계적으로 모니터링 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세계 경제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위상 등을 고려해 볼 때 전반적인 삶의 질을 측정한 BLI에서 이처럼 낮은 순위가 나온다는 사실에 문제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루는 과정에서 환경, 공동체 의식, 건강, 일과 삶의 균형 같은 가치는 희생하지 않았는지 스스로 돌아보는 계기도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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