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기업 위해선 조직과 전략 끊임없는 변화 필요
말의 성찬에 그치면 어떤 혁신도 성공 가능성 없어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7월 말이 지나고 있다. 상반기 영업실적을 마감했고, 이제 한 해 영업실적을 고심해야할 때가 됐다. 이에 맞춰 은행들은 물론 전체 금융회사들이 하반기 경영전략회의를 갖고 있다. 연초에 예견했듯 영업환경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지만 전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적절한 긴장감도 부여해 최대한 실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좀처럼 경제의 활력을 되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운과 조선업에 빨간불이 들어와 은행들의 영업환경은 더욱 나빠졌다. 이에 따라 성장이 정체된 파이를 나눠먹는 레드오션 게임을 벌이고 있는 은행들은 서로 상대 쪽의 파이에 눈독을 들이는 영업을 펼치고 있을 뿐이다.

그런 까닭에 레드오션에 처한 금융회사들은 한결같이 ‘변화와 혁신’을 화두로 삼고 조직을 채근하고 있다. 이처럼 모두가 ‘변화와 혁신’을 내거는 이유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소멸하는 한계기업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성장의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IT기술(빅데이터, 사물인터넷, 핀테크 등)로 무장한 새로운 DNA를 가진 기업들이 막강한 경쟁자로 등장하는 시장 상황에서 더 이상 ‘변화와 혁신’을 늦출 수 없게 된 것이다.

따라서 적어도 백악기 말 대량 멸종을 피할 수 없었던 공룡처럼 돼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은행장들의 워딩에서 자주 나타나고 있다.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은 올 신년사를 통해 안정성이 중요한 은행산업에서 혁신이 가능한지 의문을 표시하면서도 “무한 경쟁 시대에 혁신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고객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고 변화와 혁신을 강조했다. 또한 김한 광주은행장도 올 1월 “핀테크와 인터넷은행 등 금융권의 거대한 파도에 대비하는 변화와 혁신을 통해 100년 은행으로 나아가는 초석을 다지겠다”고 새해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지난 연말 은행장에 내정된 때부터 NH농협에 혁신DNA를 심겠다고 말했던 이경섭 행장은 올 2월 현장경영과 소통을 위해 전국의 영업현장을 순회하면서 변화와 혁신을 통해 일류은행으로 가자고 직원들을 격려했다.
조용병 신한은행장도 지난 4월 “우리의 유권자는 고객”이라며 “유권자인 고객에게 계속 선택받고 성장하는 은행이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손교덕 경남은행장도 지난주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의 화두를 ‘변화와 혁신’으로 잡고 “금융환경 변화에 대응해 계속 기업으로 성장, 발전하기 위해서는 변화와 혁신이 필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모든 은행장들의 주문은 생존을 위한 유일한 선택지로서의 혁신으로 모아진다.

그렇다면 줄곧 혁신을 강조해왔는데도, 여전히 변화와 혁신을 요구해야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유는 환경이 계속 바뀌므로 그에 맞춰 전략도 변화하고 조직과 서비스도 혁신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모든 기업들의 혁신이 꼭 성공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변화를 요구해서 혁신의 가능성을 높여야 하는 점도 있다.

그런데 지난 6월 말 〈샌프란시스코 비즈니스타임즈〉의 보도를 통해 발표된 KPMG컨설팅의 보고서에 따르면 CEO 3명 중 2명은 조직의 혁신보다 인수합병을 통한 혁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금융회사들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선택했던 M&A가 혁신의 주요한 도구처럼 여전히 여겨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대부분의 직원들이 혁신할 의지나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같은 인식을 갖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이 보고서대로 CEO들이 직원들의 혁신 능력을 의심한다면, 이런 기업은 영원히 혁신할 수 없을 것이다. 또 그렇기 때문에 계속기업이 될 수도 없을 것이다.

우리 금융권의 CEO들은 이런 생각을 갖고 있지 않길 바랄 뿐이다. 말의 성찬으로서의 ‘변화와 혁신’은 긍정적 결과를 담보해낼 수 없다는 것을 상기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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