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금융신문=김미리내 기자> 선진국에서의 글로벌 자금 대이동이 일어나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 및 브렉시트 쇼크 등으로 인해 선진국 대비 매력적인 수익률을 보이는 이머징(신흥국) 시장으로 글로벌 자금이 이른바 ‘대탈출(The great escape)’ 하고 있는 것. 이는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의 이머징 시장에 대한 전망이 변화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부진한 성장과 마이너스금리를 보이는 선진국 시장 대비 이머징 시장은 상대적으로 매력적인 시장이다.

특히 현재의 글로벌 자금 대이주 현상은 이전 브릭스 등장 당시처럼 이머징 시장의 잠재적 고성장 모멘텀(동력)에 기댄 투자와 성격이 다르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이 같은 자금흐름을 선진국에서의 자금 ‘대탈출’이라고 지적하며 선진국의 마이너스 금리를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연 7~8% 수익률을 달성해야 하는 연기금들에게 마이너스금리 정책을 시행하는 선진국에서의 수익률 달성이 더이상 어렵기 때문이다.

즉 이머징 시장의 성장성에 따른 강력한 투자매력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것이 아니라 선진국의 마이너스금리 정책이 자금을 밀어내고 있다는 것.

파이낸셜타임즈는 “선진국 경제는 통화완화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시에 통화완화정책 영향으로 글로벌 국채의 약 30% 이상이 마이너스 금리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브렉시트 쇼크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브렉시트,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대선 이벤트, 테러 등으로 금융시장을 흔드는 충격이 빈발해지면서 더이상 선진국 시장이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되지 못하는 것이다.

또한 추가금리 인상을 예고한 미 연방준비제도위원회(연준)의 정책적 스탠스로 인한 금리인상 지연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저금리 기조 지속이라는 통화정책 기조가 이머징 시장으로의 자금 탈출을 유도하고 있는 것.

그러나 이 같은 흐름은 장기간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일련의 ‘대탈출’이나 ‘대이주’ 현상이 장기간 지속될지는 현재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이머징 금융시장 규모가 선진국 시장 대비 작기 때문에 선진국 채권시장을 대체하기에 한계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머징 경기는 선진국의 경기흐름에 좌우될 수밖에 없고 미 연준의 통화 정책 기조에도 불확실성 리스크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마이너스 금리를 제공하는 선진국 채권시장 규모는 약 12조달러 규모이며, 이머징 채권시장 규모는 8000억달러 규모 수준이다.

그러나 이는 곧 미국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 신호가 감지되기 이전까지는 글로벌 자금 대탈출 현상이 지속될 여지가 있다는 것으로 이머징 자산 가격의 강세 압력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박상현 연구원은 “이머징 시장 내에서 안전자산이라 할 수 있는 원화자산도 글로벌 자금 투자 대안 역할을 할 것”이라며 “당분간 원화 강세 분위기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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