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강만수·민유성으로 불똥
위기 때 신속히 밑바닥 내려가 새출발해야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대우조선해양의 비리 수사가 산업은행의 전직 은행장 두 사람의 비리사건으로 확산되고 있다. 현직 CEO는 아니지만 산업은행으로서는 불편한 기사들이 연일 검찰발로 꼬리를 물고 있다.

강만수, 민유성 두 전직 은행장의 기사가 그 주인공. 아무리 전직 은행장의 비위 가능성 기사라도, 현재 산업은행 구성원들로서는 불편하기 그지없는 기사로 곤혹스럽기만 할 것이다.

특히 수사가 진행될수록 다른 내용까지 나올 가능성이 농후해 은행은 전직 CEO들에 의해 부정적 이미지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사건의 발단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특혜성 여신일 것이다. 경제논리가 뒷전으로 밀리고 정치논리로 이뤄졌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우조선해양 특혜 여신의 후폭풍이 어느 정도일지 현재로서는 가늠할 수 없다. 그러니 산업은행의 답답증은 더 할 것이다. 현직도 아닌 전직 CEO. 그러니 산업은행이 나서서 수습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강만수 전 행장은 직접 나서서 혐의를 부인하는 해명 보도자료를 냈지만 산업은행을 도와주지는 못한 것 같다. 오히려 산업은행의 평판리스크만 손해 본 꼴이다.

위기에 처했을 때 자신의 평판리스크 손실을 최소화시키는 방법은 신속하게 밑바닥으로 내려가서 새로 출발하는 것이다. 그래야 남은 평판이라도 잘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개의 사람들은 위기가 발생했을 때 이를 해명하는데 시간을 허비하다 밑바닥으로 내려가 낮은 자세를 취할 타이밍을 잃는다. 신화에 등장하는 영웅들이 꼭 지하세계를 경험한 이유는 자신에게 다가온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였다. 하데스라고 불리는 지하세계는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밑바닥을 의미한다.

죽음과도 같은 곳. 그곳에서 가장 낮은 자세를 취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숙명적인 과제를 해결하고 지상으로 나오는 것이 영웅에게 주어진 숙제였다. 한마디로 영웅이 되기 위한 통과의례다.

그런데 산업은행은 스스로 통과의례를 치룰 수 없는 상황이다. 이도저도 못하면서 두 전직 은행장의 기사가 나올 때마다 평판에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현재 직위에 있는 사람의 문제라면 리스크 최소화를 위해 인사상의 방법 등을 동원해 대응할 수 있지만, 전직이다 보니 동원할 방법도 없다. 오히려 이에 대해 직접 해명하거나 선을 그을수록 평판은 더욱 나빠지는 구조적 함정에 빠지고 만다. 은행이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지켜보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정치논리에 의한 특혜성 여신의 문제는 은행의 핵심역량에 대한 치명적 한계를 노출하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산업은행이 부담해야할 책임은 분명히 존재한다. 전직 은행장 시절의 일이라 할지라도 사정은 같다.

은행은 신뢰로 먹고 산다. 그것도 돈과 관련된 신뢰를 쌓아야만 영속성을 갖는 회사로서 살아갈 수 있는 기본을 마련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산업은행은 평판을 잃지 않고 유지할 수 있는 통과의례를 치러야한다. 그 형태가 무엇일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정답이 될지 오답이 될지 모르지만 해법은 산업은행이 가지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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