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금융신문=문혜정 기자> 노후소득 부족 등으로 불가피하게 일자리를 찾는 고령층이 크게 증가하며 고령자 고용문제가 우리사회의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빠른 고령화 속도와 심각한 고령층 빈곤문제를 겪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지난 20여년간 일본이 시행해온 고령층 고용과 정책대응 경험은 많은 시사점을 보여준다.

일본 고령자 평균소득, 기초수급자보다 14% 높아
일본의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1990년 1493만명(전체인구대비 12.1%)에서 2015년 3392만명(26.7%)으로 전체 인구의 4분의 1 이상이 고령자에 해당된다.

일본 국민의 상당수는 65세 이후에도 근로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실제 고령층의 경제활동인구도 1990년 360만명에서 2016년 801만명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금 일본은 노후대비 부족 등으로 고령층의 구직수요가 늘고 생산가능 인구는 감소하며 고령층의 고용이 크게 증가하고 있지만 해결해야 할 다양한 과제들에 직면해 있다.

현재 일본 고령세대의 1인당 평균소득은 192.6만엔(2013년)으로 기초생활수급자의 연간수급액(169.6만엔)보다 14% 높은 수준에 불과하다.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19.4%로 OECD 평균(12.4%)을 상회하고 있으며 고령층의 60%는 노후대비 적정 저축액보다 작은 저축규모를 보유하고 있다. 부채를 감안하면 일부 고령세대는 순저축이 마이너스인 상황이다.

또 복지지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고령층의 주소득인 연금의 소득대체율은 40.4%로 주요 선진국보다 낮은 가운데 일본 정부의 열악한 재정여건상 현재의 연금소득 수준도 유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정책대응에도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일본은 오랜시간 노후소득 증가와 고용여건 개선을 위한 종합적인 정책대응을 추진했지만 이해관계 상충 등으로 실행력이 저하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1995년 ‘고령사회대책대강’을 수립해 고령층의 고용정책 방향을 설정하고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재취업 지원과 연령차별이 없는 사회 실현 등을 통해 정년 이후에도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안정적인 공적연금제도를 확립해 고령층의 소득여건 개선을 추진했다.

또 고령화사회에 진입(1970년)하며 ‘60세 정년연장’을 추진하고 초고령사회 진입(2005년)대응을 위해 65세까지 안정된 고용을 확보하고자 근로자가 희망하는 경우 60세 정년 이후에도 일할 수 있도록 ‘정년연장’ 또는 ‘계속고용제도’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고령화 진입 25년 후에야 대책 법안 수립
그러나 일본은 고령화사회 진입 이후 25년이 지난 1995년에 비로서 고령사회 대책기본법을 수립하는 등 선제적 대응이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73년부터 추진된 ‘60세 정년’을 실행하는데 20년 넘게 소요됐으며(1998년 시행) 그 사이에 일본은 고령사회(1994)로 진입했다. 정년 연장에 따른 기업의 비용상승 우려 등으로 제도 도입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2000년부터 추진된 65세 고용확보조치제도는 13년 만에 완료(2013년) 됐으며 그동안 일본은 초고령사회(2005)로 진입했다.

고령층 고용을 위한 다양한 대책들도 장기간의 경기부진과 고령에 적합한 안정된 일자리 창출 부족 등으로 실효성이 저하되고 있다.

특히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정규직 등 안정된 일자리가 감소하고 비정규직이 증가하며 고용구조가 전반적으로 악화되는 상황이다.

고용확보조치제도의 경우 상당수의 기업이 65세 정년연장(15.7%)보다는 고용부담이 적은 비정규직 형태의 계속고용제도(81.7%)를 도입하고 있다. 계속고용제도를 도입하는 경우 기업은 근로자를 비정규직 형태로 고용해 인건비 등을 절약할 수 있다.

비정규직과 자영업자, 농업·서비스업 등 낮은 보수 직종의 비중이 높은 고령층 고용구조도 문제로 지적된다.

고령층의 고용은 증가하고 있지만 주로 보수가 열악한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다. 고령층 고용자 중 비정규직 근로자수 및 비중은 각각 1992년 68.1만명, 54.7%에서 2012년 290.4만명, 74.0%로 크게 증가했다.

고령층의 비정규직 비중 및 형태는 연령 및 성별 등에 따라 차이가 나는데 정년 의무화가 적용되지 않는 60세 이후 부터 비정규직 비중이 크게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 노인빈곤율 49.6%…생계유지 노동 불가피
우리나라의 경우 빠른 고령화 진행으로 고령화사회 진입(2000년)은 일본과 30년 차이가 났지만 초고령사회 진입(2026)은 21년 차이가 날 전망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노인세대의 경제여건은 전세계적으로 매우 열악해 생계유지를 위한 노동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49.6%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고령자 문제가 계속 대두되고 있는 일본 고령층의 상대적 빈곤율(19.4%)과 비교해도 엄청나게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고령화 대비 및 고령층 고용구조 개선은 일본과 같은 장기간의 대책추진에도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다. 노후소득 부족이 취약한 고용으로 가는 악순환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노후대비와 중·고령층 일자리 확충이라는 양방향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한국은행 국제경제부 강태헌 조사역은 “일본의 경험을 고려할 때 10~20년의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 일관성 있게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고령가구의 부동산 자산을 활용한 주택연금, 농지연금 등을 확대하고 국민연금을 보완하는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의 활성화를 지원하는 한편 60세 정년제가 사회 전반에 정착될 수 있도록 근로자의 은퇴시기를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