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장 연임 성공에 포스트 한동우 기사 넘쳐
사슴만 보고 산을 보지 못하면 한신 될 수도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한동우 회장이 이끄는 신한금융지주의 DNA는 ‘탁월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 같다. 특히 대표적인 계열사인 은행과 카드사 CEO들의 면모를 보면 탁월함에 대한 신한의 집착은 신념이 된 느낌이 강하게 든다.

‘탁월한’ 신한의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는 조용병 행장. 그리고 빅데이터 경영에서 독자적인 브랜드를 형성하면서 카드업계 리딩을 유지시키고 있는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 등. 이들 CEO의 공통점은 모두 ‘탁월’에 대한 자신의 가치를 극대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메시지의 중복 사용을 통해 자신만의 이미지를 만든다는 점,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일관성 등 마케팅에서도 그들은 차별화된 전략을 구사하면서 각자의 ‘탁월함’을 완성시켜가고 있다.

이 같은 행보는 마케팅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실적에서도 탁월함은 여전하다. 직원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매번 “모든 면에서 탁월한 신한을 만들자”고 말하고 있는 조용병 행장은 지난 상반기 동안 전년 동기보다 약 30% 정도 늘어난 1조26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대형은행 간의 치열한 리딩 경쟁에서 전혀 밀리지 않고 경쟁은행들을 압도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위성호 카드사장도 마찬가지 성과를 내고 있다. 카드업계의 어두운 시장전망에도 불구하고 빅데이터 경영을 통해 금융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꾸준히 업계 1위를 유지하는 한편 상반기 355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그래서인지 최근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의 연임 소식이 전해지면서 포스트 한동우 회장에 대한 예측 기사가 난무하고 있다.

이유는 조용병 행장과 각축을 벌일 수 있는 양강 구도가 위성호 사장의 연임 성공으로 갖춰졌기 때문이다. 한동우 회장의 임기가 내년이라는 점에서 완성된 양강구도는 신한금융의 차세대 구도를 안정적으로 연결시킬 수 있기 때문에 신한 내부적으로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듯싶다.

어찌됐든 새로운 회장은 기정사실이므로 포스트 한동우에 대한 각축은 전·현직을 가리지 않고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다.

각축(角逐)은 서로 뿔을 부딪치고 쫓으면서 싸운다는 뜻으로 승리를 위해 서로 이기려고 경쟁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뿔을 지닌 짐승들이 영역 내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 서로 뿔싸움을 하듯 춘추전국 시대의 고대인들도 창과 칼을 들고 전쟁을 벌여왔다.

<사기> 회음후열전에 각축과 유사한 뜻을 가진 ‘축록(逐鹿)’고사가 있다. 진나라가 쇠락하면서 전국의 영웅들이 중원을 두고 각축을 벌이는 장면을 ‘중원축록(中原逐鹿)’으로 표현하면서 생긴 말이다. 고사의 내용은 유방이 사슴을 잡았다는 것이지만 회음후 한신은 한고조 유방이 토벌을 나간 사이 쿠데타를 계획하다 실패하고 죽임을 당한다는 내용까지 포함돼 있다.

<회남자> 설림훈편에 축록과 관련한 또 다른 고사가 하나있다. 축록자불견산(逐鹿者不見山). 사슴을 쫓는 자는 산을 보지 못한다는 뜻으로, 명예와 욕망에 눈먼 사람은 눈앞에 위험도 못 본다는 말이다. 어쩌면 한신을 두고 하는 말일수도 있고, 욕망을 제어하지 못하는 우리 자신을 두고 하는 말일 수 있다.

신한금융의 차세대 각축도 산을 보지 못하고 사슴만 보면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양강의 치밀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산을 놓칠 가능성이 없어 보이지만, 탁월함의 싸움에선 의외로 실수가 승부를 가리기도 한다. 그래서 더욱 흥미진진한 경쟁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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