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22 23:05 (화)
[분석] 공적연기금 고갈…책임투자로 기사회생할까
[분석] 공적연기금 고갈…책임투자로 기사회생할까
  • 문혜정 기자
  • 승인 2016.09.11 1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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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금융신문=문혜정 기자> 최근 해외 선진국뿐만 아닌 국내에서도 공적 연기금을 중심으로 책임투자에 대한 관심이 증가되고 있다.

책임투자는 환경, 사회 및 지배구조(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이하 ESG)로 대표되는 기업의 비재무적 성과를 재무적 성과와 동시에 고려하는 것으로 투자기회를 제한하지 않는 범위와 수준 내에서 투자의사 결정에 반영하는 투자전략이다.

기본적으로 ESG와 같은 비재무적 요소 분석과 장기적인 투자수익 추구, 선관주의 의무에 따른 주주권 행사를 원칙으로 하며 ESG 분석을 위한 전략으로는 스크리닝, 통합, 테마 등이 주로 활용된다.

전세계 책임투자 자산규모 60조달러 육박

현재 책임투자 취지에 공감하는 투자자와 전문기관들이 모여 만든 글로벌 독립기관 PRI(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에는 1506개의 기관들이 가입돼 있으며 총 운용자산규모는 60조달러에 이르고 있다(2016년 4월 기준).

우리나라는 국민연금기금, 서스틴베스트, 기업지배구조연구원 등 3곳이 PRI에 가입했으며 국민연금기금을 필두로 공무원연금기금, 사학연금기금, 우정사업본부 등이 국내주식 위탁투자 형태로 책임투자형 펀드를 도입해 운용 중이다.

국민연금기금의 책임투자 위탁운용 규모는 2006년 900억원에서 2015년 말 기준 6조 8500억원까지 성장했으며 책임투자시장 인프라가 조성되면서 사학연금기금, 공무원연금기금도 위탁운용사를 선정해 기금자산의 일부를 책임투자형으로 운용 중이다.

국내에서는 공적 연기금 중 군인연금기금과 공무원연금기금이 이미 1973년과 2001년에 각각 고갈됐고 국회예산정책처의 추계 결과 국민연금기금은 2053년, 사립학교 교직원 연금기금은 2028년에 고갈될 것으로 추산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공적 연기금의 장기 수익률을 제고하고 수익성, 안정성, 공공성의 투자원칙을 균형있게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특성에 부합하는 투자방법으로 ‘책임투자’를 제안했다. 국가재정법 63조에서는기금관리주체가 안정성, 유동성, 수익성과 함께 공공성을 고려해 기금을 운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책임투자는 수익성과 안정성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환경, 노동 이슈 등을 고려해 해결에 일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공성을 강화한다는 의미가 있다.

책임투자가 활발한 선진국에서도 보장수단인 연기금에 대해 단순히 재무적 성과에 의존하기보다는 더 장기적인 안목으로 사회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국내 연기금 담당자 56% “책임투자 모른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 연금기금의 합리적인 책임투자원칙 수립 및 이행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우리나라의 책임투자 비중은 아직도 미미한 수준이다.

국내 공적 연기금의 전체운용자산 대비 책임투자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1.33%에 불과하며 책임투자에 대한 프로세스는 물론 연기금 담당자들의 인식과 대응수준 또한 상당히 낮은 실정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책임투자 성과에 대한 의문과 기업 공시보고서의 불충분으로 투자 평가가 어렵고 책임투자에 대한 지식부족 등이 책임투자 활성화를 저해하고 있어 시급한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단기 성과지향주의가 팽배한 가운데 ESG 요소와 성과의 관계에 의문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책임투자의 효과를 분석하고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

책임투자 수익률 측면에서 효과를 직접 분석한 결과 책임투자의 벤치마크 대비 초과 수익률 성과가 비슷하거나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포지티브 스크리닝 방식을 택한 펀드는 벤치마크 대비 초과 성과가 유의하게 검증 됐으며 5년 또는 10년의 장기적인 관점에서 훨씬 좋은 성과가 관찰됐다.

기업의 ESG 정보 공개 확대도 의무화하는 방안을 고려해봐야 한다.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은 기업의 ESG 정보 공시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한국은 기업 공시보고서의 불충분함으로 투자 평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 700개사 중 약 80개사 정도만 지속가능보고서를 통해 관련정보를 공개하고 있어 책임투자를 위한 기업정보와 평가정보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의 비재무적 정보를 의무적으로 사업보고서에 기재해 공시하는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연기금 담당자의 책임투자 인식 개선도 요구된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지난해 수행한 ‘공적 연기금의 사회책임투자 인식조사’ 결과 공적 연기금 담당자 중 ‘책임투자를 알고 있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18.4%에 그쳤고 ‘모른다’는 응답이 전체의 절반이 넘는 56.3%였으며 ‘알고 있지만 정확히는 모른다’는 응답이 25.3%로 나타났다.

이같이 책임투자에 대한 무지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PRI 아카데미 강좌 등 온라인 교육을 활성화해 연기금 담당자가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다.

근거법률 신설 및 구체적 가이드라인 절실

책임투자는 사회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관련 법 개정을 바탕으로 국민연금기금의 책임투자 실행을 위한 가이드라인 구체화 작업이 수반돼야 한다.

국가예산정책처는 연기금의 책임투자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국가재정법 개정을 통해 책임투자 근거조항을 신설하고 국민연금법에도 ‘기금을 관리·운용하는 경우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 증대를 위해 투자대상과 관련된 환경·사회·지배구조 등의 요소를 고려할 수 있다’는 항을 신설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개별 연기금 근거법률에도 ESG 요소를 고려했는지 여부와 고려했다면 고려 정도, 고려하지 않았다면 그 사유 등을 공시하는 조항이 필요하다.

현재 국민연금법은 ESG 공시 대상 및 방법을 국민연금기금운용지침에 마련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ESG 각 요소 중 어떠한 요소를 고려하고 있는 지와 고려 정도, 고려하지 않는 경우 등의 사유 등은 공시되지 않고 있다.

국가예산정책처는 “공적 연기금의 책임투자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근거법률 신설과 성과 평가기준 및 위탁운용사 선정기준 정비, 기업의 정보공개 확대, 연기금 담당자의 인식개선 등을 통해 총체적인 시스템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며 “책임투자정책과 구체적인 운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이에 상응한 목표 및 평가체계를 수립해 책임투자 위탁운용사에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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