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금융신문=문혜정 기자> 미래자원 고갈에 성공적으로 대비하고 있는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와 개인 연금자산관리를 비교하는 분석이 나왔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는 노르웨이가 국부펀드를 이용해 석유자원을 미래세대의 부로 전환한 것처럼 개인도 연금자산을 통해 현재의 소득을 노후의 평안한 삶을 위한 수단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유 고갈 후에도 걱정 없는 국부펀드

nsion Fund Global)는 해외에만 투자하는 국부펀드로 운용자산이 약 1026조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국부펀드다. 노르웨이 국내 투자펀드(GPFN, Government Pension Fund Norway)와는 별도로 운용되고 있다.

노르웨이의 석유는 약 50년 후, 가스는 약 100년 후 고갈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원유가 언젠가 고갈된다는 점을 인지하고 그 수익을 기금으로 적립해 ‘자원의 저주’를 극복함과 동시에 향후 연금 등 정부 지출에 대비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석유자원이 고갈된 이후 자원소득이 없는 미래를 준비해야 하며 개인은 인적자산이 고갈된 이후 근로소득이 없는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노르웨이 정부는 국부펀드의 목표를 ‘미래세대를 위한 부의 축적’으로 정립하고 이를 일관되게 실행하고 있는 나라다.

국부펀드의 최초 명칭은 원유펀드(The Petroleum Fund)였지만 2006년 정부연금펀드 글로벌(Government Pension Fund Global)로 명칭을 변경하고 연금 등 정부의 미래 공공지출에 대비한다는 목표를 뚜렷히 세웠다. 또 펀드가 미래까지 지속될 수 있도록 중도에 사용목적을 변경하거나 정부가 임의로 인출할 수 없도록 법적 규정을 마련했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총, 균, 쇠’의 저자인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노르웨이에 대해 “천연자원의 저주를 깨고 전 국민을 위해 자원 이익을 축적한 보기 드문 성공사례” 라고 언급한 바 있다.

자산운용 목표를 지킨 노르웨이는 부를 축적한 반면 목표를 지키지 않은 몇몇 남미 국가는 자산 축적에 실패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산유국인 베네수엘라는 1990년대에 석유펀드(FIEM)를 설립했지만 수차례 법 개정을 통해 펀드의 용도를 변경한 결과 2003년 펀드가 모두 소진됐다. 에콰도르도 2003년 석유펀드(FEIREP)를 설립했지만 펀드 자산을 재정적자 보전 및 공공부채 상환에 사용해 자산 축적에 실패했다.

노후까지 구매력 보전하는 자산운용 필요

개인 연금자산관리로 돌아가보면 개인 또한 ‘노후 생활비 마련’이라는 목표를 지키기 위해서는 중도에 해지하거나 다른 용도로 지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연금저축 가입자 4명 중 1명(24.5%)은 가입 후 3년 이내에 연금저축을 해지하며 가입 후 10년 이내에 해지하는 비율도 43.5%에 달하고 있다.

개인연금보험을 10년간 유지하는 비율은 23.8%에 그치고 있으며, 지난 한해 IRP(개인형 퇴직연금)에 입금된 퇴직금 14조원 가운데 11조7000억원이 인출되고 3조3000억원만이 남은 상태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는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주식위주 투자(Stock-Oriented Investment)’를 통해 구매력을 보전한 것처럼 개인도 연금자산의 구매력을 보전하는 자산운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자산의 구매력이란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를 살 수 있는 능력이며 국부펀드가 현재 갖는 구매력이 미래에도 유지되기 위해서는 물가 상승만큼 자산가치가 성장해야 한다.

노르웨이는 펀드 설립 초기 채권에만 100% 투자했지만 장기적인 구매력 보전을 위해 1998년 주식 자산을 편입하기 시작했고 2007년에는 주식 비중을 60%로 증가시켰다. 2008년에는 구매력을 보전하는 또 다른 자산인 부동산 투자를 시작해 2016년 현재 자산의 5%를 배분하고 있다.

개인연금의 경우 운용기간이 20~30년에 달해 물가상승에 대한 고려 없이 자산을 운용하면 연금 수령 시기의 구매력이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

1970년 소비자물가지수는 5.4에서 2010년 100으로 40년간 물가가 19배 상승했지만 국내 연금자산은 구매력을 보전하기 어려운 단기자산인 원리금보장 상품에 치우쳐 있는 상황이다. DC형 퇴직연금은 실적배당형 비중이 19%이며 연금저축은 주식 투자비중이 6%에 그친다.

국부펀드가 펀드 자금 고갈을 막는 인출 전략을 세운 것처럼 개인도 일정한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노후 자금 인출 전략을 세워야 한다.

노르웨이는 석유 수입을 전액 펀드에 납입하며 매년 재정 상황에 따라 펀드 자산 일부를 인출해 재정 적자를 보전하고 공공부문에 지출하고 있다. 노르웨이 재무부에 따르면 국부펀드의 기대수익률 한도 내에서 인출한 금액으로만 미래 재정적자를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현금 창출하는 배분전략 짜야

노르웨이가 국부펀드에서 창출되는 현금 흐름으로 재정 적자를 충당하듯 개인도 노후 생활비를 충당할 현금 흐름을 확보해야 한다.

단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원금을 영구히 지속시켜야 하므로 수익률 이내로 인출하지만 개인은 종신까지 고갈되지 않도록 하면서 원금을 인출해야 한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현금흐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투자상품뿐만 아니라 연금 등 현금이 창출되는 금융상품에 자산을 배분하는 ‘상품배분 전략’이 필요하다.

투자상품은 자산의 증식을 목표로 운용하는 금융상품이며 현금흐름 상품은 정기적으로 일정한 현금흐름을 제공해주는 금융상품을 말한다.

글로벌 분산투자는 노르웨이 국부펀드에도 적용된다.

노르웨이는 국가 운용자산 중 97%을 자국이 아닌 글로벌 시장에 투자해 국내 경제의 위험을 분산하고 있다. 해외시장에 투자하는 국부펀드의 규모는 7조4750억 크로네(1026조원)이며 국내시장에 투자하는 국부펀드는 1980억 크로네(27조원) 정도로 적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노르웨이의 해외투자 비중이 높은 이유는 유가 하락 등의 경제적 충격이 있을 경우 해외 투자자산을 활용해 충격을 완화하고 내수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국부펀드는 글로벌 시장 내에서도 ‘지리적 분산투자’를 실행하고 있으며 과거에는 유럽 위주로 투자했지만 이머징 마켓의 높은 성장성을 향유하기 위해 2000년대부터 이머징 마켓 투자 비중을 높이고 있다.

현재 주요 개인연금인 퇴직연금·연금저축·개인연금보험의 해외투자비중은 평균 0.7%에 불과하다. 해외 선진국이 개인연금자산에서 해외자산을 25~ 45% 보유한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개인연금은 해외자산 비중을 대폭 높일 필요가 있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정나라 연구원은 “우리나라 개인연금자산과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자산운용의 배경과 목적이 유사하지만 높은 중도 해지율, 원리금 보장 상품 쏠림, 낮은 연금수령 비중, 국내 위주 투자 등 운용 현황은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연금자산을 관리할 때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자산운용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참고해 자산관리 전략을 실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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