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부터 도입된 한국형 ISA가 각종 논란으로 신뢰도가 추락하며 사회적인 지탄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일본과 우리나라 ISA 제도의 모델이 된 영국 ISA는 1999년 최초 도입 후 금융당국과 금융회사가 함께 가입환경 개선 및 교육지원, 마케팅 강화 등 수많은 노력 끝에 17년이 지난 지금 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금융브랜드가 됐다.

영국 금융감독청 산하 금융교육기구 MAS(Money Advice Service)는 국민의 금융 이해 향상을 위해 ISA 상담 및 교육을 지원하고 있으며, 영국의 금융회사들은 ‘ISA 시즌’으로 불리는 매년 1월부터 영국의 세무년도 마지막 날인 4월 5일까지 적극적인 마케팅을 실시하고 있다.

1999년 이후 장기적인 개선 과정을 거치며 지금의 자리에 오른 영국의 ISA는 과도기를 거치고 있는 한국 ISA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 요람부터 무덤까지 지키는 영국 ISA

영국 ISA는 한 인간의 생애주기에 맞춰 다양하게 설계돼 있다.

자녀들의 저축 습관을 형성하는 ‘주니어(Junior) ISA’를 시작으로 청장년 세대의 주택문제 해결 및 주택시장 활성화를 위한 ‘헬프 투 바이(Help to Buy) ISA’, ‘LISA’와 연금제도의 보완 및 노후 대비를 위한 ‘워크플레이스(Workplace) ISA’ 등 ISA를 통해 국민의 평생 자산 형성을 지원하고 있다.

18세 미만의 영국 거주자를 대상으로 하는 ‘주니어 ISA’는 부모 세대가 자녀 세대의 미래 자산 형성을 지원하는 제도로 2011년 도입됐다. 예금형과 증권형이 있으며 연간 적립한도는 4080파운드로 다른 ISA와는 달리 계좌 보유자가 18세가 되기 전에는 자금을 인출할 수 없다.

지난해 12월 도입된 ‘헬프 투 바이 ISA’는 서민층의 주택구입을 지원하는 제도다.

2013년 한시적으로 도입된 서민주택금융제도 ‘Help to Buy’를 ISA까지 확대한 것으로 예금형 ISA 계좌를 개설해 자금을 적립하고 일정 조건을 만족시키면 최초 주택 구입 시에 정부가 25%의 보너스를 비과세로 지원한다.

계좌 개설 시 최대 1000파운드까지 예치가 가능하고 매달 최대 200파운드를 적립(총 누적 적립한도는 1만2000파운드)하면 계좌 개설자가 처음 주택을 구입할 때 정부로부터 최대 3000파운드의 보너스를 받을 수 있다.

◆ 청년 주거문제와 노후지원 위해 내년 LISA 도입

내년 4월부터 도입될 ‘라이프타임(Lifetime) ISA(이하 LISA)’는 주택구입과 노후 대비 자산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신설됐다.

앞서 소개한 ‘헬프 투 바이 ISA’는 2019년 11월 신규가입이 중단되고 기존 계좌에 대한 적립도 2029년 종료될 예정으로 LISA가 시작되는 2017년 한정으로 이관이 허용될 방침이다.

LISA는 생애 최초로 주택구입 시 또는 60세 이후에 비과세로 인출이 가능하며 정부가 매년 말 해당년도 적립금의 25%의 보너스를 부여한다.

가입 대상은 18세~40세 미만의 영국 거주자로 50세까지 자금 적립이 가능하며 연간 최대 4000파운드 적립금에 대해 연말에 25%(최대 1000파운드)의 보너스가 지급된다.

18세부터 50세까지 매년 연간 상한인 4000파운드를 적립하면 1인당 총 12만8000파운드에 추가로 보너스 누적분 3만2000파운드 적립이 가능하다. 개인 단위로 적용되는 제도이기 때문에 부부가 공동으로 주택을 구매하는 경우 연간 최대 2000파운드의 보너스를 누릴 수 있다.

대상 상품이 예금형 ISA에 한정된 헬프 투 바이 ISA와 달리 LISA에는 증권형 ISA도 포함되며 연령 제한을 통해 젊은 세대 지원에 중점을 두고 은퇴 후 노후 대비 자산형성까지 폭넓게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단 LISA를 영국의 연금 ISA 도입 및 연금세제 개혁을 위한 전초적인 성격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LISA는 노후자금 형성 및 최초 주택구입 지원이라는 취지에 따라 일반적인 ISA와 달리 최초 주택구입 및 심각한 질병 치료 등의 사유로 60세 이전에 인출하는 경우 보너스 반환 및 5%의 수수료가 부과된다.

◆P2P대출투자 ISA 등 활성화 위해 다양한 시도

영국 금융회사들이 제공하기 시작한 ‘워크플레이스 ISA’는 급여에서 일정금액을 공제해 ISA에 납입하는 상품으로 연금과 상호보충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기업을 통해 제공된다는 점 외에는 일반 ISA와 동일하지만 적립식 투자와 자사주 제도를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효과가 있다. 연금은 퇴직 전에는 인출이 불가능하며 최근 몇 년간 영국의 연금 적립액 비과세 한도가 축소됐다는 점에서 연금 비과세 한도를 채운 경우 인출 제한이 없는 ISA가 보완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개인 ISA 투자자들의 경우 ISA 시즌 마지막에 한꺼번에 투자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워크플레이스ISA는 적립식 투자효과와 급여공제로 편의성, 개인이 직접 상품을 선택하지 않는 경우를 위한 디폴트 펀드 존재 등의 장점이 있다.

올해는 P2P대출에 투자하는 ‘이노베이티브 파이낸스(Innovative Finance) ISA’도 도입됐다.

영국 내 P2P 대출시장이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영국 정부는 P2P시장의 성장을 지원하고 ISA 가입자의 선택폭을 넓히기 위해 기존 예금형과 증권형 ISA에 추가로 ‘Innovative Finance ISA’ 유형을 신설했다.

가입 대상은 만 18세 영국 거주민으로 투자상품은 P2P 대출과 현금으로 제한되며 적립한도는 기존 예금형·증권형과 통합 한도를 적용 받는다. 이 제도는 P2P 대출이 최근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투자자에게 제공하고 있지만 P2P 대출의 인출 제약 등 유동성 문제와 거래 상대방 리스크 등을 고려해 기존 ISA가 아닌 새로운 유형의 ISA로 구분했다.

자금활용의 유연성을 강화한 ‘플렉서블(Flexible) ISA’도 올해부터 시행됐다.

플렉서블 ISA는 자금 인출분을 해당년도에 다시 입금하면 기존 연간 적립한도에 영향을 주지 않고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하는 제도로 ISA 자금을 좀 더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

자금 인출이 자유로운 영국 ISA는 ISA 내 자금을 인출하면 기존 납입분에 의해 축소된 잔여 연간 적립한도가 다시 회복되지 않아 인출한 해에는 인출분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없게 되어 있다.

하지만 플렉서블 ISA 시행 이후에는 인출한 금액에 대해서도 동일 과세년도 내에 다시 입금하면 해당년도의 적립한도를 축소시키는 새로운 적립액으로 취급하지 않는 구조로 변경됐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정인 연구원은 “우리나라에서 영국과 같은 ISA 활용은 세제 및 기타 환경의 차이로 성과를 바로 거두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했지만 “향후 다양한 ISA 제도로 개인 재무설계의 선택지가 넓어짐에 따라 기존 연금제도와 ISA를 포함한 종합적인 자문역할이 더욱 중요해 질 것이며 국민 자산형성을 위한 정책수단으로 영국의 다양한 ISA 사례분석은 우리나라 ISA활성화를 위해 좋은 참고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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