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22 23:30 (화)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아무것도 모르고 돈 맡기나요?”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아무것도 모르고 돈 맡기나요?”
  • 문혜정 기자
  • 승인 2016.11.11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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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개별 근로자가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의 운용방법을 손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금융회사가 대표 상품을 마련해 가입자에게 제안하는 대표상품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대표상품제도가 정착되면 향후 원리금 보장형 중심의 자산운용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디폴트옵션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대표상품제도가 가입자의 선택을 전제로 한다면 디폴트옵션(디폴트투자)제도는 가입자가 별도로 상품 가입을 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연금자산을 운용해준다는 차이점이 있다.

보험연구원은 “디폴트옵션제도는 투자상품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근로자가 주 대상이기 때문에 사전에 수탁자책임 등 가입자보호를 위한 제도적 보완장치가 충분히 마련돼야 한다”며 “디폴트옵션제도 도입에 따른 근로자와 퇴직연금 사업자 간 이해상충 문제로 투자손실 우려가 존재해 사전에 제대로 된 가입자 보호장치 구축이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연금자산 자동운용…전문성 부족한 근로자가 주 대상

디폴트옵션제도는 확정기여형 중심의 운용환경 변화와 영세사업장 근로자의 투자지식 및 운용능력 취약, 원리금보장상품 편중에 따른 수익률저조 현상 등으로 그 필요성이 계속 제기돼 왔다.

현재 국내 자산운용 환경은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의 적립금 운용규제가 완화되고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제도 도입 등으로 근로자가 운용책임을 지는 확정기여형 중심으로 급변하고 있다. 확정기여형의 비중은 2014년 21.7%에서 2016년 23.6%로 증가했으며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제도가 도입될 경우 확정기여형 중심으로 시장이 개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근로자의 경우 대기업 근로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입자교육 경험이 미흡하고 투자정보 및 지식 부족으로 합리적 투자결정이 어려운 상황이다. 영세사업장 근로자 등 투자지식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자산운용 취약계층의 운용수익률 제고를 위해서도 디폴트옵션 등을 통해 투자의사 결정을 도와줄 장치가 요구된다.

이와 함께 퇴직연금 대부분이 원리금보장 상품에 지나치게 편중되면서 운용수익률 저조로 퇴직연금의 노후자금이 감소할 우려 또한 존재해 금융회사에 자산을 믿고 맡기는 디폴트옵션제도에 대한 관심은 계속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韓 계약형 지배구조, 이해상충 발생 가능성 커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중심의 자산운용환경, 근로자의 투자지식 부족 등을 고려할 때 근로자의 노후소득보장을 위해서는 우리 실정에 맞는 디폴트옵션제도가 도입돼야 한다.

하지만 현재 국내 환경에서 디폴트옵션제도로 자신의 금융자산을 맡기기엔 여러모로 취약한 점이 많다. 한국은 선진국과 달리 기금형이 아닌 계약형제도로 운용돼 근로자와 수탁자간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 가입자 보호장치가 사전에 전제돼야 한다.

디폴트옵션제도의 주 대상은 금융지식이 부족한 가입자로 이들을 위한 투자손실 보호장치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가입자교육을 통해 투자지식의 이해도를 제고하고 디폴트옵션제도의 성격과 특징을 사전에 충분히 인식시켜야 한다.

기본적으로 근로자 퇴직급여보장법에는 가입자 교육이 의무화되어 있지만 가입자교육 가이드라인 부재와 서면자료 중심 교육 등으로 실효성이 있는 가입자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제 퇴직연금 가입근로자의 약 35%가 가입자 교육을 경험하지 못하고 있으며 기업규모가 작은 사업장일수록 가입자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은 ERISA법에 가입자교육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수탁자 책임 여부에 따라 투자조언과 투자교육을 명확히 하고 있으며 대면교육 중심으로 가입자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류건식 연구원은 “가입자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가입자들의 적립금을 일정기간 경과 후 디폴트투자상품으로 자동가입시킬 경우 가입자의 저항이 우려된다”며 “가입자교육을 대면교육 중심으로 현실화해 디폴트옵션제도가 왜 도입돼야 하는지 또 디폴트투자 상품의 구조 및 특징은 무엇인지 교육 및 이해시켜 나가야 한다”고 충고했다.

◆모호한 법적 책임…당국, 리스크 관리에 집중해야

법적 규제 부문에서도 모호한 점이 많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수탁자인 사용자와 연금사업자에 대한 책임 관련 규제를 두고 있지만 수탁자 개념 및 범위 등이 명문화되어 있지 않고 수탁자의 책임과 의무 또한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는 계약형 지배구조로 운용돼 미국 등에 비해 연금사업자의 권한과 책임이 훨씬 크지만 선량한 관리자로서 주의 의무를 다해야 하는 포괄적인 규정만을 제시할 뿐이다.

디폴트옵션제도는 디폴트투자상품을 제공하는 퇴직연금사업자(금융회사)의 책임과 의무가 커지기 때문에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을 통해 퇴직연금 사업자의 수탁자 책임을 명확화할 필요가 있다.

또 수탁자가 아닌 가입자의 이익보호 차원에서 충실의무, 주의의무, 자산배분의무 등과 같은 수탁 자 책임을 근로자 퇴직급여보장법에 보다 명확하게 규정하고 이를 통해 근로자의 연금자산에 대한 보호장치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금융당국의 디폴트옵션제도에 대한 리스크 관리 체계 또한 미흡해 이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도 요구된다.
미국의 경우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적격디폴트상품(QDIA: Qualified Default Investment Alternative)을 관련법에서 열거주의로 일일이 지정하고 있으며, 호주는 연금사업자(금융기관)가 제공하는 디폴트투자상품을 단일화해 감독당국에서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연금사업자를 감독하는 금융당국의 퇴직연금사업자에 대한 양적 및 질적 리스크 평가 및 연금자산을 운용하는 사업자를 위한 리스크 관리 기준도 마련돼 있지 않다.

보험연구원은 “투자위험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수탁기관의 리스크 관리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리스크 평가 시스템 도입을 통한 리스크 중심 감독이 이뤄져야 한다”며 “특히 국내의 경우 퇴직연금가입자의 안전자산 중심 투자성향을 고려해 제도 초기에는 원리금보장상품 중심으로 디폴트투자상품을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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